참 헷갈리는 말이다.
한자어로 되어 있는데 이것이 일본식 한자어로 번역이 된 다음 우리말로 다시 옮겨졌기 때문에 어감을 통해서 암석의 모양을 유추해 내기가 무척 어렵다. 식민지 잔재인 학술 용어들이 각 분야에 수두룩하게 많지만 특히 지질학의 암석 관련 용어들은 이름을 듣고 뜻을 알아내기가 상당히 어렵다.
암석 이름만 해도 그렇다. 휘록암(輝綠岩, 푸르게 빛나는 암석?), 섬록암(閃綠岩, 녹색으로 번쩍이는 암석?), 안산암(安山岩, 편안한 산의 암석?)… 심지어 자주 듣는 화강암(花崗巖, 꽃 언덕 암석?)이나 조면암(粗面巖, 거친 얼굴 암석?) 조차도 그 이름으로는 모양이 좀처럼 그려내지지 않는다.
암석의 구조를 나타내는 용어인 입상구조니 반상구조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도 粒狀은 '낱알로 되어 있다'로, 斑狀은 '얼룩 무늬 모양이다'로 한자의 뜻을 새기면 조금은 연관성을 찾을 수 있으니 그나마 다행인가?
유리질(琉璃質, hyaline)이니 완정질(完晶質, holocrystalline)이니 하는 암석의 결정을 나타내는 용어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어거지로 두드려 맞춰보면 한자의 뜻과 조금 연관성이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전공자가 아닌 보통 사람이 듣자마자 그 형상을 머리속으로 추측해 내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유리질> <반상구조> <입상구조/완정질>
▶ 유리질, 완정질
유리질은 말 그대로 유리같은 상태를 말한다. 즉, 결정(結晶, crystal)이 없는 상태인데 화산암에서 주로 발견이 된다. 마그마가 지표로 분출되면 빠르게 식게 되는데 이때는 결정을 형성할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유리질이 만들어진다. 용암이 급속하게 식을 때 만들어지는 유리질의 암석으로 흑요석(黑曜石,obsidian)이 유명하다. 철기가 없었던 아즈텍 사람들이 사람의 심장을 제물로 바칠 때 사용했던 칼을 흑요석으로 만들었을 만큼 날카롭게 가공이 된다.
<유리질의 흑요석으로 만든 멕시코의 공예품들>
<유리질. 현무암(제주도)>
완정질은 반대로 결정으로 이루어진 상태를 말하는데 깊은 지하에서 서서히 식으면서 만들어지는 심성암에 잘 나타난다. 긴 시간을 두고 천천히 식다보면 먼저 굳는 광물질이 있기 마련이다. 용융점이 높은 광물이 먼저 굳으면 그 주변으로 다른 광물질이 모여들어 점차 입자가 커지면서 결정을 이루게 된다. 마치 포근한 날에는 함박눈이 내리고, 반대로 추운 날에는 싸락눈이 내리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볼 수 있다.
<완정질. 흑운모 화강암(충남 서산시 운산면 용현리 서산마애삼존불상)>
▶ 반상구조, 입상구조
반상구조(斑狀, Porphyritic texture)란 한자의 뜻처럼 얼룩 구조를 말하는데 반심성암에서 많이 나타난다. 지하 깊은 곳에서 서서히 식으면서 결정구조를 만들고 있던 마그마가 어떤 이유로 지표 가까이 이동하게 되면 갑자기 식게 되는데 이때 만들어진다. 즉, 결정을 어느 정도 만든 상태에서 마그마가 지표면 가까이에 도달하면 아직 결정화가 진행되지 않은 마그마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미세한 결정이나 유리질을 만들어내게 되는데 이때 깊은 곳에서 만들어져 올라온 결정질이 섞이면서 얼룩 모양의 조직이 만들어진다. 이를 반상구조라 하는데 지하에 오랫 동안 머물던 마그마가 갑자기 분출할 때도 반상구조가 나타난다. 그래서 일부 화산암에도 반상구조가 나타나며 심성암인 화강암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기도 한다.
<반상구조. 반상화강암(충남 아산시 배방읍 회룡리 배방산)>
<반상구조. 반암(전남 여수시 삼산면 거문도)>
반면에 입상구조(粒狀, Granular)란 입자, 즉 알갱이로 이루어진 구조를 말한다. 심성암에서 주로 나타나는데 서서히 식는 심성암은 식는 과정에서 먼저 식은 광물질을 중심으로 결정을 이뤄(完晶質) 입자들이 구별되어 보이는 구조를 입상구조라 한다.
<입상구조. 각섬석화강암(충남 아산시 영인면 고룡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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