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리/지역 정체성&지명

고래와 골리앗 크레인-울산

Geotopia 2015. 3. 22. 20:02

  대한민국 공업화의 상징인 울산. 울산은 무엇을 지역의 상징으로 만들었을까?

  의외의 상징을 두 가지나 만났다. 고래와 골리앗 크레인이다. 고래는 공업도시 울산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 든다. 더구나 지금은 고래잡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울산에서 고래를 구경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울산광역시는 과거 고래잡이로 유명했던 장생포를 중심으로 고래를 지역의 아이콘으로 내세우고 있다. 울산은 이미 '공업도시'로는 자타가 공인하는 전국 최고이다. 굳이 '공업'의 이미지를 강조하지 않더라도 공업도시로서 울산의 이미지는 바뀔 수가 없다.

  그렇다면 오히려 농어촌의 이미지를 강화하는 전략이 유효할 수도 있다. 공업도시의 굳건한 이미지와 함께 그 반대의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울산은 전체 면적의 70% 정도가 농어촌 지역이다. 쌀을 비롯하여, 감, 배 등 따뜻한 곳에서 잘 자라는 과일, 축산물 등이 많이 생산되며 도시를 겨냥한 채소 재배도 활발하다. 심지어는 '울산은 공업도시가 아니다' 라는 구호가 등장하고 있다. 이건 자기부정이 아니라 굳건한 이미지는 더욱 기정사실화 하면서 새로운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한 전략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가로등이 예쁜 돌고래 장식이다. 2015.2.26. 북구 산하동 강동화암주상절리 마을>

 

<장생포항 일대는 고래문화특구로 지정되어 다양하고 많은 고래 조형물들이 있다. 2014.1.17 남구 장생포동>

 

<대왕암공원에 서 있는 고래 턱뼈를 이용한 조형물>

 

  공업도시 울산의 상징은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이다. 이 가운데 조선공업은 태화강 하구에서 방어진 북쪽 해안에 이르는 지역에 주로 발달하였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으로 대표되는 대규모 조선산업단지가 바로 이곳이다. 울산광역시 전체에서 동구가 차지하는 경제적 위치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울산광역시 동구는 현대미포조선의 골리앗 크레인을 상징으로 형상화하였다. 골리앗 크레인 모양으로 설계한 시내버스 정류장이 눈길을 끈다. 개인 기업의 시설을 지역의 상징으로 형상화한 것은 매우 이채롭다. 인공 시설물을 지역의 상징으로 쓰는 것도 흔치 않은 예일 것 같다.

 

<골리앗 크레인 모양으로 만든 버스 정류장. 동구 일산동 2015.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