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의좋은 형제

  교과서에 나왔던 '의좋은 형제 이야기'가 지역의 아이콘으로 살아났다. 특산물이나 인물 중심의 지역 아이콘이 대부분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매우 특이한 소재이다. '이야기'라는 추상적인 소재가 아이콘이 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예산군은 특이하게 '의좋은 형제'를 지역의 상징으로 내세우고 있다. 농촌지역인 예산의 특징을 '인심'이라는 개념으로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다. 의좋은 형제의 고향으로 알려져 온 대흥면(상중리)에는 공원도 조성되어 있다.

  그런데 예산은 사과로 더 잘 알려진 지역이다. '의좋은 형제'가 보다 의도적으로 부각된 상징이라면 사과는 자연환경과 관련된 자연발생적인 측면이 강한 상징이라고 볼 수 있다. 예산군의 가로등에는 이 둘이 결합된 아이콘이 들어가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은 '의좋은 형제'와 '사과'가 모종의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둘은 논리적 연관성이 없으며 다만 '예산군'이라는 지역적 공통점을 갖고 있을 뿐이다. 지역의 정체성이란 이런 것이다. 비록 상징들간에 논리적 관계가 성립하지 못하더라도 주민이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형식적으로 통합을 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지역 정체성의 소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