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지방선거가 끝나고 재미있는(?) 풍경이 거리에 등장했다. 다름 아닌 당선자들의 감사 인사 현수막의 표현이 두 가지라는 사실이다.
'당선인(當選人)과 당선자(當選者)'
이명박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때 '당선인'으로 호칭해 달라고 요청한 것에서 시작된 것으로 기억된다. 물론 그 전에는 모두 '당선자'로 표현되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人'과 '者'의 훈(訓) 때문일까? 흔히 '人'의 훈은 '사람'으로 해석되는데 비해 '者'의 훈은 '놈'으로 해석된다. 그걸 그대로 적용하면 '당선된 사람'과 '당선된 놈'이 된다. 과연 그럴까?
'者'는 '놈'으로 해석되기도 하지만 '人'과 같이 '사람'으로 해석되는 것이 보통이다. 예를 들면 '愛國者(애국자)', '先知者(선지자)', '豫言者(예언자)', '記者(기자)', '挑戰者(도전자)'… '애국하는 놈', '앞서 깨달은 놈'… 으로 해석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더욱이 그것이 '者'를 '놈'으로 해석한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그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출마자들은 입버릇 처럼 '국민의 종으로 주인을 섬기겠다'고 말하곤 한다. 그 종들에게 '者'를 붙이는 것이 불만이라면 이건 진짜 큰일이다. 종이 아니라 주인으로 군림하겠다는 의도가 엿보이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현상적으로 보이는 글자나 글귀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혹 잘못 쓰인 글자나 글귀가 있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 뜻이 좋아진다면 그 글자나 글귀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기 마련이다. 예를 들면 '노인'을 '어르신'으로 바꿔 부르는 것만으로 웃사람에 대한 공경심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노인복지제도가 철저하게 정비가 되고 사회적으로 노인이 대우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이 된다면 '노인'이라는 낱말은 그 자체로 '공경'의 의미를 포함한 낱말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언어는 생명이 있는 것이고 그 생명력 때문에 시대에 따라 변화를 계속해 온 것이다. 본질보다는 현상에 관심을 두는 얕은 철학을 이젠 벗어날 때다. 그래야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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