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세상사는 이야기

사교육을 없앤다굽쇼?

Geotopia 2017. 5. 26. 13:16
▶ 학교 교육의 일부가 된 통학차, 학원차


  신입생 합격자 예비 소집이 있었던 날이다. 학교 앞이 통학차들로 북새통이다. 새로운 고객, 잘하면 3년 간 보장이 되는 안정된 고객을 확보하기 위해 통학차 운영자들이 치열한 유치 경쟁에 나섰다. 경쟁이라기 보다는 지역을 분담할 수밖에 없으므로 연합이라고 하는 것이 옳을까? 그래서 홍보 명함도 '아산 통학차 연합회'이다.

  집과 학교를 연결하는 버스 노선이 없는 학생들이 통학차를 타나 했더니 요즘은 멀쩡하게 집과 학교를 연결하는 버스 노선이 있는 학생들도 통학차를 이용한다. 여덟 반까지 등교해서 밤 아홉시나 열시까지 무려 13~14시간을 학교에 있어야 하니 1분이라도 더 집에 있는 시간을 늘려보고자 하는 학생들의 마음이 이해가 된다. 버스를 이용하면 시간이 더 많이 소비되므로 훨씬 더 피곤한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이젠 통학차가 학교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심지어는 '통학차가 떠나버리니 종례를 일찍해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다반사이다. 학교 생활의 일부를 넘어 학교생활을 지배하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런데 우연히 초등학교 앞을 지나다가 아래와 같은 장면을 보게 되었다. 수많은 학원 차량들이 학교 앞에 줄을 서 있는 장면이다. 새벽같이 나와서 밤늦게 돌아가야 하는 인문계 고등학교 만의 풍경이려니 했던 것은 내 잘못된 생각이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우리 아이들은 이런 갖가지 학원 중에서 어떤 것을 다니고 있는 것이다. 맞벌이 부모가 많다 보니 '위탁 관리' 차원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학교에 들어가자 마자 모든 아이들이 너나없이 내몰려야만 하는 경쟁교육인 것은 자명하다. 학교 만으로도 모자라 사교육에 까지 매달려야만 하는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가슴이 답답하다.

 

<2014년 7월 아산시 배방읍 북수초등학교 앞에서>


  치열한 현장을 보노라니 모든 것을 상품화할 수 있는 사회를 잘 보여주는 풍경이라는 생각이 든다. '입시경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기가막힌 새로운 시장을 확보했으니 말이다.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강박감에서 출발한 '무한경쟁'이라는 '욕망'을 상품화한 수많은 상품 가운데 틈새 시장이라고 할까? 누군가가 그것이 수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처음 시작한 사람이 있을 것이다. 참 부지런하면서도 대단한 감각의 소유자이다. 그리고 이젠 거의 전국적인 현상이 되었다.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달려가야만 하는 경쟁 중심 교육이 가져온 풍경이므로 통학차를 나무랄 수는 없다. 나무라기는? 오히려 칭찬을 해줘야 할지도 모른다. 눈코뜰 새 없는 딱한 아이들의 어려움을 조금은 덜어주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런 대목에서는 항상 딜레마에 빠진다. '입시위주의 경쟁교육'이라는 오늘의 교육현상은 누가봐도 비정상적인 것이다. 비정상적인 것이 분명하다면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비정상적 환경에서 부득이하게 탄생한 현상이지만 그로인해 비정상적인 현상이 고착화되는 측면도 분명히 있으니 이를 어쩐단 말인가?


▶ 3억9천2백6십3만원!, 1인당 304,000원


  매월 우리 학교에서 지출하는 사교육비 총액이다. 그렇다면 연간 총액은 얼추 50억에 육박한다는 얘기다. 천안·아산 지역에 있는 인문계 고등학교 수가 20여 개나 되니 지역으로 확대해보면 그 액수가 엄청나다. 전국적으로는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가 나온다. 1인당 매월 304,000원이 들어간다면 그 액수는 공교육을 훨씬 넘어선 수준이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고 이미 오래 전부터 그랬다.

  그런데, '사교육'은 항상 '없어져야 할 존재'로 취급받는다. 하지만 우리학교의 예만 봐도 사교육이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엄청난 거대 산업이 되었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만약 하루 아침에 사교육을 없애는 '기적'이 일어난다면 그것은 곧 하루 아침에 나라 경제가 나락으로 떨어지는 '비극'이 될 것이다. 하루 아침에 사교육을 없앨 수도 없지만 만약 그런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진퇴양난…

 


  결국 사교육의 문제는 근본적으로 '학력간의 임금과 사회적 지위 차이'라는 구조적 문제에 귀착이 된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해법이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루 아침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사회 구조를 바꿔가는 것 만이 사교육 문제의 해결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