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지리/위치&지도

정상기의 동국지도

Geotopia 2013. 3. 17. 23:04

 조선후기 지도 제작기술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대표적인 지도로 鄭尙驥(1678∼1752)의 <동국지도>, 또는 <팔도지도>가 있다. <동국지도>는 정척·양성지의 <동국지도> 이후 가장 뛰어난 지도이며 이후 그의 아들 鄭恒齡, 손자 鄭元霖, 종손 鄭遂榮 등 후손들에 의해 계속 수정·보완되어 김정호의 <대동여지도>가 나올 때까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全圖와 分圖로 자리하였다. 이 지도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은 영조33년(1757)에 洪良漢에 의해서이다. 그는 鄭恒齡 가에 정밀한 <동국대지도>가 있는데 이 지도는 산천 도로가 매우 자세하게 기록 되었고 또 백리척을 사용했기 때문에 하나의 착오도 없다고 보고하였다. 이 보고를들은 영조는 승지를 시켜 지도를 가져오도록 하여 홍문관에서 이 지도를 모사하도록 하였다.

<동국지도>

 

  18세기 중엽에는 국가적인 지도 편찬 사업도 많았지만 형식적으로 금지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민간에서의 지도 편찬도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음을 현존하는 다양한 목판본 지도집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상품화폐경제의 발달과 사회·경제적인 교류의 증대, 지방 행정의 강화 등 시대 변화에 따른 추세였다. 개인적으로 편찬한 정상기의 지도에 대하여 국가에서 제재나 처벌을 가하지 않고 그의 지도를 轉寫하도록하였던 것은 이를 반영하는 것이다. 정상기의 지도는 이후 제작되는 지도들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쳐서 대부분 이 지도를 基圖로 하였기 때문에 이후의 지도들은 종래의 <조선방역도>의 형태를 벗어나 <동국대지도>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지금껏 세상에 행하여 오는 우리 나라 지도는 부지기수이나 그것을 보면 사본·인본을 막론하고 모두 지면의 廣狹과 모양에 따라 제작한 까닭에 산천 도리가 모두 맞지 아니하여 10여리 되는 근거리가 수백리의 원거리 밖에 놓여 있는가 하면 수백 리의 원거리에 있는 것이 10여리의 근거리에 위치하면서 동서남북에 뻗쳐 있는데 혹은 또 그 위치를 바꾸어 놓기도 하였으니 만일 이러한 지도에 의해 사방으로 돌아다닌다면 하나도 맞는 것이 없어 마치 어둠 속을 여행하는 것과 다름이 없을 것이다. 내가 이를 매우 유감스럽게 여겨 이 지도를 만들었다.

 

  이는 정상기가 이 지도를 제작하게 된 동기를 그의 서문에 표현한 것이다.

  <동국지도>의 가장 큰 특징은 그 이전의 어느 지도 보다도 대축척지도라는 점이다. 즉, 이전의 지도들은 대부분 축척이 1/100만을 넘지 못하였으나 <동국지도>는 대략 1/42만 정도의 축척을 갖고 있다. 이는 지도에 담을 정보의 양이 늘어난 것에 원인이 있다.

  두 번째의 특징은 지도의 모든 지점에서 축척이 같으며 처음으로 100리척을 사용하여 지도상에서 실제거리를 측정할 수 있게 하였다는 점이다. 정상기가 창안한 백리척의 작도법은 지금까지 중국식 작도법을 따른 방안도법보다 지도제작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 종래의 방안도법은 중국처럼 평지가 많고 길이 직선으로 되어 있는 곳에서는 정확한 지도제작 방법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처럼 산이 많고 길의 굴곡이 심한 땅을 그리는 경우에는 도로상의 거리와 직선거리상에 상당한 차이가 나타나서 그다지 유용한 도법은 아니었다. 백리척은 바로 이러한 우리 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평지는 100리를 1척으로 하고 도로 굴곡이 심한 산간지역은 120∼130리를 1척으로 계산하여 차등을 두는 도법이기 때문에 보다 사실에 가까운 직선거리를 계산해 낼 수 있었다. 정상기의 지도가 나온 이후로는 거의 대부분의 지도가 백리척 지도로 제작되었다.

  세 번째 특징은 線表圖 즉 方眼座標의 도입을 들 수 있다. 原圖가 전하지 않으므로 정확하지는 않으나 전해지는 寫本 중에는 방안을 사용한 지도가 일부 전해지고 있다.

  네 번째 특징은 북부지방의 윤곽이 매우 정확하다는 점이다. 이전까지의 지도들이 대개 북부지방이 정확하지 못하였으나 이를 보완함으로써 조선전기 지도의 가장 큰 결점을 극복하였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다섯 번째로 산맥(녹색), 하천(청색), 도로(적색), 경계선(황색), 봉수(붉은 점) 등을 채색하여 구별하였고, 모든 산을 개별적으로 그리지 않고 연속적인 맥으로 나타낸 점을 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