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곡두재~각흘고개

태화산은 646m

Geotopia 2012. 12. 17. 18:58

▶ 답사경로: 곡두재 주차장(14:20)-곡두재(14:32)-553봉(15:25)-630봉(15:50)-휴식-646봉(16:24)-갈재 갈림길-태화산(16:29)-갈재 갈림길(16:35)-갈재(17:04)-광덕사 앞(18:05)

 

<곡두고개~각흘고개 구간 지형도  *원도: Daum지도(편집)>

 

▶ 내용

  - 전설이 있음직한 바위

  - 가봤다고 다 본 것이 아니다

  - 경사면을 표현하는 방법은 없을까?

  - 630봉에 올라서다

  - 능선의 휴식

  - 왜곡된 정보는 나쁜 것이다

  - 금북에서 갈라진 줄기는 어디로 갈까? 

 

 

▶ 전설이 있음직한 바위

 

  고도가 점차 높아지면서 오른쪽으로 광덕산 줄기가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급경사면의 일부 구간은 북쪽으로 나무가 없어서 시야가 확보되기 때문이다. 능선의 방향이 거의 서쪽 방향인데 이곳의 위치는 광덕산 정상보다는 동쪽이기 때문에 광덕산 정상까지는 보이지 않지만 망경산은 또렷하게 보인다. 광덕산 연봉과 그 동쪽 끝에 우뚝 솟은 망경산, 그리고 그 너머로 태학산 줄기가 눈에 들어온다.

 

<630봉을 향하는 오르막에서 바라본 망경산>

 

  630봉 약간 아래 부분 오르막에 마치 고인돌처럼 포개진 바위가 있어 눈길을 끈다. 편리구조가 잘 관찰되는 편마암 암괴가 꼭 누가 바위 위에 또 다른 바위를 올려놓기라도 한 것처럼 버티고 있다. 절리와 편리구조의 방향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볼 때 두 개의 바위는 서로 떨어진 곳에 위치하다가 풍화과정에서 이동하여 포개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포개진 부분의 아귀가 상당히 잘 맞아서 올라앉은 바위가 더 큰 심각한 가분수인데도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보통 이런 형태의 바위는 화강암층에서 발견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당히 특이한 예라고 생각된다. 심층풍화 과정에서 만들어진 핵석이 풍화물이 걷어져 나간 뒤에 암반층 위에 올라앉아 만들어지는 흔들바위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이 바위는 화강암 핵석처럼 원형을 하고 있지도 않으며 또한 암반층 위에 얹혀 있는 것이 아니라 땅 위로 툭 튀어나온 바위 위에 올라앉아 있어 위태로워 보이는 형상이다. 힘센 장사가 세게 밀기라도 하면 떨어질 것 같다. 왠만하면 전설이라도 하나 있음직하지만 알 도리가 없다. 사람의 발길이 많지 않은 곳에 있다보니 혹시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안내판 같은 것으로 알려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포개진 편마암 암괴>

 

<위쪽에서 내려다본 암괴-위의 바위가 커서 위에서 보면 마치 하나처럼 보인다>

 

▶ 가봤다고 다 본 것이 아니다

 

  바위를 사진 찍으려고 멈춰서서 보니 오른쪽으로 광덕산맥이 깨끗하게 보인다. 바위가 없었다면 그냥 올라갔을 것이고 그냥 올라갔더라면 보지 못했을 경치이다. 그러니 가봤다고 해도 다 본 것이 아니다. 사실 어느 곳을 지나갔다고 해도 본 것 보다는 못 본 것이 더 많을 가능성이 크다. 그 때 어디를 바라보고 있었는지, 몸의 컨디션은 어땠는지, 보고자 하는 의지의 강도는 어땠는지, 관심분야와 지식의 정도는 어땠는지 등등 수 많은 변수들이 보는 것에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똑같은 곳이라도 갈 때 마다 또다른 면이 나타나는 것이다. 그러니 똑같은 역사를 경험하고도 그 역사를 각기 다르게 해석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같은 시대를 살면서 같은 역사를 경험한 사람들이 '진보와 보수'라는 엉터리같은 이분법으로 구분이 되는 우리의 현대사는 이런 아이러니를 잘 증명한다. 보지 않았다고 아니라고 우겨서는 절대로 안된다. 눈을 꼭 감고 세상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외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도 역시 광덕산 정상은 잘 보이지 않지만 아래쪽에 비해 능선이 잘 보이는데 대략 정상을 기점으로 동쪽 부분이다. 나무에 약간 가렸지만 왼쪽 끝으로 광덕산 정상이 얼핏 보인다. 광덕사 뒷쪽으로 뻗은 계곡과 부용묘 쪽으로 뻗은 계곡, 그리고 광덕사 주차장 뒷쪽으로 이어진 계곡이 모두 잘 보인다. 앞의 두 계곡은 안쪽 부분이 작은 산간 분지를 이루고 있어서 작은 마을이 들어설 수도 있는 지형을 하고 있다.

 

<630봉 아래에서 바라본 광덕산맥>

 

▶ 경사면을 표현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 부근에서 위쪽으로 흩어져 있는 편마암 암괴들을 볼 수 있다. 상당히 경사가 급한 사면이지만 사진으로 급사면을 표현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오른쪽 사면(북사면)은 왼쪽보다 더 경사가 급해서 나무가 사면과 수직방향으로 자라고 있다. 사면의 경사도와 무관하게 나무는 태양을 향해 자라는 것이 정상이므로 이 나무들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약간 넘어졌다고 볼 수 있다. 토양층이 얕고 안정되지 못한 사면이 많은 비가 내리면서 이동을 했거나 아니면 강수로 토양층이 포화상태가 되면서 나무를 지지할 수 있는 힘을 잃어 나무가 쓰러졌거나, 그도 아니면 폭설로 무거워진 나무가 중력 방향으로 쓰러졌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일 것이다. 쓰러진 나무들을 화면에 넣어서 경사도를 표현해 볼까 했지만 역시 실제 육안으로 보는 것 같은 실감이 나질 않는다. 이걸 표현할 수 있다면 내 솜씨가 한 단계 진전할텐데…

 

<630봉으로 오르는 능선 위에 있는 편마암과 북사면의 쓰러진 나무들>

 

▶ 630봉에 올라서다

 

  드디어 오르막이 끝나고 630봉이다. 이곳을 기점으로 금북 줄기는 남남서 방향으로 방향을 바꾼다. 봉우리에 올라서면서 서북쪽이 트이자 차가운 칼바람이 엄습해 온다. 한 가지 신기한 점은 올라오기 전에 생각했던 것 처럼 오르막을 오르다가 목토시며 모자를 벗어던지지 않아도 되었다는 사실이다. 가만 생각해 보니 땀 체질인 내가 언제부터인가 산을 오를 때 비오듯 땀이 쏟아지는 일이 없어졌다. 손에 습기가 적어져서 책장을 넘기는 것이 불편해진 시점과 일치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산행경력(?)이 늘어나면서 땀의 양이 줄어든 것 같기도 하고… 전자라면 좋지 않은 것이고 후자라면 좋은 징조인데 정확한 판단은 불가능하다.

  남남서 방향으로 뻗은 능선은 바람의 영향을 잘 보여준다. 지난 8일날 갔던 임도는 바람이 모이는 산 중턱에 있기 때문에 강한 바람이 눈을 쌓아놓는 곳이 있었는데 정상의 능선은 강한 바람이 그냥 통과하는 곳이므로 서북쪽 사면의 눈이 바람에 날려 동남쪽 사면으로 옮겨졌다. 서북쪽 사면에 지금까지는 볼 수 없었던 낙엽이 군데군데 드러나 있는 것은 바로 강한 바람으로 눈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상의 능선길은 더 눈이 많기 때문에 약간 북서쪽 사면으로 비껴서 가는 것이 조금 힘이 덜 든다.

 

<630봉 정상의 바람에 날린 눈>

 

<서북쪽 사면의 눈이 바람에 날려 낙엽이 드러났다>

 

<646봉을 향하여>

 

▶ 능선의 휴식

 

  630봉 이후는 약간의 굴곡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표고차 20m 내외의 굴곡이 적은 능선이 계속 이어진다. 능선 전체가 해발 630m 전후의 높이이기 때문에 가장 높은 봉우리인 646봉도 두드러지는 봉우리가 아니라 야트막한 구릉처럼 보인다. 금북정맥에서 600m를 넘는 능선이 이어지는 구간은 오서산이나 가야산 정도인데 이 구간은 특별한 산 이름이 없는데도 사실은 600m를 넘는 매우 고도가 높은 구간이다. 

  선답자의 발자욱을 따라가다 보니 능선 한가운데로 가지 않고 가끔씩 코스를 벗어났는데 어떤 곳은 거의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구덩이도 있다. 잘 사용하지 않는 동영상 촬영을 해보기로 했다. 거의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동영상 기능이지만 적절하게 사용을 한다면 좋은 자료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무릎까지 빠지는 눈길과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하는 능선은 순간적인 장면을 담는 사진보다는 동영상이 훨씬 잘 표현해 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동영상 촬영은 아직은 많이 낯설다.

  646봉을 지나면서 나타나는 내리막은 이 능선의 다른 곳에 비해 비교적 경사가 급해서 사면이 바람막이 구실을 해준다. 앞서 가던 대석형과 해원이가 잠깐 휴식을 취하고 가자며 걸음을 멈춘다. 힘들어서 휴식을 취한다기 보다는 준비해 가지고 온 먹을거리들을 방출하기 위한 시간이다. 대석형은 귤과 오징어 등 안주에 가까운 것들을, 해원이는 아직도 입을 대면 뜨거워서 깜짝 놀라 입을 떼야 하는 따뜻한 물을 준비해 왔다. 나는 이제 오늘로 떨이를 한 홍삼액이 전부다. 대석형은 '쐬주라도 한 병 사 가지고 올걸 깜박했다'고 무척 아쉬워 하신다.

  따뜻한 물과 홍삼액, 그리고 귤과 오징어 등으로 요기를 하고 다시 길을 나섰다. 바로 갈재로 이어지는 갈림길이 보이고 갈림길과 이어진 태화산 정상이 나무들 사이로 보인다. 갈림길에서 갈재로 이어지는 능선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데 지나간 사람이 아무도 없는 새하얀 눈길이어서 더욱 설레임을 불러 일으킨다.

 

<갈재 갈림길(오른쪽 작은 봉우리)과 태화산(왼쪽)>

 

▶ 왜곡된 정보는 나쁜 것이다

 

  야트막한 금북 갈림길을 지나 태화산에 들렀다 가기로 한다. 선답자들의 답사 경로도 거의 대부분 태화산에 들렀다가 가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우리의 산행도 자연스럽게 태화산으로 향한다. 갈림길에서 태화산 구간은 더 눈이 많이 쌓여 있다. 산줄기의 방향이 남남남동쪽으로 바뀌면서 바람의 영향을 덜 받았기 때문인 것 같다. 갈림길과 태화산과의 거리는 100m 남짓 밖에 되지 않는다. 높지 않은 오르막을 오르니 태화산 정상임을 표시한 표지석이 있고 어지러이 길안내 리본이 붙어 있다.

  표지석에는 태화산이 670m라고 표시되어 있다. 태화산 정상의 높이는 646m가 분명한데 이건 뭠미?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좋게 표현하고자 하는 것은 일종의 지역이기주의이기는 하지만 애교로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많다. 지역이미지 만들기와 유사한 발로로 볼 수 있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신의 지역을 돋보이도록 하기 위해 정보를 왜곡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이다. 산의 높이는 이미 객관적으로 드러나 있는 사실이다. 드러나 있는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애교스러운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주는 것이므로 나쁜 것이다. 산의 높이를 인위적으로 높인다고 해서 지역의 품격이 올라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지난 9월에 오서산에 갔을 때도 홍성군 쪽 표지석이 잘못된 것을 봤었는데 이곳에서도 잘못된 애향심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태화산 정상. 표지석의 해발고도가 잘못되어 있다>

 

  그런데 정상에서 남쪽으로 향하는 능선의 나뭇가지에는 표지석과는 다른 정보가 붙어 있다. 금북구간의 다른 곳에서도 본 적이 있는 코팅한 A4용지 안내표지이다. 어떤 열정적인 산악인이 후답자들을 위해 친절하게 코팅까지 해서 붙여놓은 안내 표지이다. 지난번 곡두에서 차령으로 가던 길에서도 코팅한 A4용지 안내표지를 만난 적이 있었는데('금북정맥: 차령~곡두재'-'세번째 이야기' 참조) 다른 단체, 또는 개인이 붙여 놓았지만 공통점은 둘 다 잘못된 정보라는 점이다. 차령~곡두 구간에는 해발고도가 469.3m이 최고봉인데도 그 표지판에는 480봉으로 표시가 되어 있었다. 이곳 태화산을 표시한 표지판 역시 630m라는 잘못된 정보가 표시되어 있다. 지역에서 세운 표지석과 등산객이 세운 표지판이 모두 잘못되어 있으니 이곳을 찾은 등산객들은 잘못된 두 개의 정보 사이에서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같은 곳에 중복되는 정보를 덕지덕지 붙이는 것도 문제겠지만 더 큰 문제는 잘못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개별적으로 붙이는 표지판 보다는 지역 기관에서 설치하는 표지석이 더 큰 공신력을 갖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에 속한다. 지역에서 하루빨리 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표지석으로 바꿔서 그릇된 정보로 인한 혼란을 막아주기를 바란다.

 

<어느 열정적인 산악인 붙인, 그러나 안타깝게도 잘못된 정보>

 

▶ 금북에서 갈라진 줄기는 어디로 갈까?

 

  태화산에서 남쪽으로 뻗은 산줄기는 금북정맥에서 갈라진 작은 지맥으로 유구읍 동해리까지 내려간 다음 둘로 갈라진다. 서쪽 줄기는 유구읍의 법화산을 거쳐 마곡사 앞 산줄기를 지나 마곡온천 뒷산을 거쳐 사곡면 소재지 건너편의 유구천과 마곡천의 합류지점에서 끝을 맺는다.

  동쪽 줄기는 동해리를 지나 유구읍 연종리와 사곡면 유룡리 사이의 국사봉에서 다시 두 줄기로 갈라진다. 남쪽으로 내려가는 한 줄기는 상원골을 끼고 다시 둘로 갈라지는데 한 줄기는 마곡사 뒷편 상원골과 마가버든계곡의 합류지점에서 끝이 나고 상원골의 동쪽 줄기는 마곡사 아래쪽 마곡천과 명하천의 합류지점에서 끝이 난다. 이 줄기에서 갈라진 작은 지맥이 마곡사 뒷편에서 끝이 난다. 그러므로 '태화산 마곡사'라는 이름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태화산에서 왔다고 볼 수 있다.

  나는 지난 번에 마곡사 앞 산에 갔을 때 그 산이 태화산이라고 막연하게 생각을 했었는데 그 산줄기에는 '활인봉', 또는 '나발봉'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다. 이 산줄기는 앞에 언급한 사곡면 소재지 건너편에서 끝을 맺는 산줄기의 중간 부분으로 마곡천으로 마곡사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우리의 전통적인 산줄기 인식체계로 볼 때 마곡사의 주산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즉, '태화산 마곡사'라고 할 때 그 '태화산'은 마곡사의 뒷산이 되어야 하므로 '활인봉'이나 '나발봉' 등은 마곡사의 주산이 아닌 것이 분명하다. 

  국사봉에서 동쪽으로 갈라진 줄기는 무성산을 거쳐 공주시 우성면의 금강과 유구천의 합류지점에서 끝을 맺는다.

 

<태화산 정상에서 바라본 남쪽 능선>

 

  태화산 정상에서 우리가 지나온 구간을 바라보니 낙타등처럼 굴곡이 아스라하게 보인다. 나무에 가려서 시야가 좋지는 않지만 모두 해발고도가 600m를 넘는 구간으로 이 일대에서는 상당히 높은 편에 드는 높이이다.

 

<태화산 정상에서 바라본 금북정맥>

 

<계속>

'금북정맥 > 곡두재~각흘고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곡두재~각흘고개(두번 째)  (0) 2015.06.14
눈 덮인 초행길의 설레임  (0) 2012.12.19
가지 않은 길은 아쉽다  (0) 2012.12.15
갈재~임도~해사동~광덕사 주차장  (0) 2012.12.10
각흘고개-갈재  (0) 2012.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