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곡두재~각흘고개

가지 않은 길은 아쉽다

Geotopia 2012. 12. 15. 08:23

▶ 언제: 2012년 12월13일

▶ 누구와: 강대석, 이해원, 임병조

▶ 답사경로: 곡두재 주차장(14:20)-곡두재(14:32)-553봉(15:25)-630봉(15:50)-휴식-646봉(16:24)-갈재 갈림길-태화산(16:29)-갈재 갈림길(16:35)-갈재(17:04)-광덕사 앞(18:05)

▶ 총 이동 거리: 약 5.6km

▶ 답사 시간: 3시간 45분

▶ 내용

  - 가지 않은 길은 아쉽다

  - 아이젠 없이 눈 길을 타는 법

  - 눈길을 먼저 간 사람이 있다

  - 된비알?

  - 광덕산맥 남사면에 마을이 발달하지 않은 이유

  - 광덕사 주차장과 금북의 연결점 553봉

 

<답사경로의 고도 GPS자료>

 

<답사경로 *원도:Google(편집)>

 

<곡두재~각흘고개 지형도 *원도:Daum지도(편집)>

 

▶ 가지 않은 길은 아쉽다

 

  각흘고개에서 곡두고개까지 가고자 했던 지난 12월 8일의 종주계획이 폭설 때문에 안타깝게도 갈재에서 끝이 났기 때문에 내내 아쉬움이 있었다. 눈 때문에 포기 했지만 이상하게도 그 눈 때문에 더욱 아쉬움이 컸다. 눈만 내리면 광덕산으로 달려가곤 했던 것은 눈길 산행이 갖고 있는 매력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8일날 포기했던 것은 갈재에서 곡두재 구간은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길이었고 시간이 너무 늦어서 만일 길을 잃었을 때 돌아올 시간을 확보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아무도 간 흔적이 없는 새하얀 눈길이었기 때문에 산행을 준비한 사람으로서 동행한 동지들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었으므로 부득이 산행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가지 않은 길은 더욱 아쉬운 법인가? 첫 발길도 떼지 못했던 그 곳이 자꾸 내내 눈에 밟혔다. 그런데 이번 주에 들어서도 눈이 녹지 않을 정도로 추운 날이 계속되어 더욱 안달이 났다. 눈이 녹기 전에 갈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봉수산에서 차령에 이르는 구간 가운데 이 구간만 아직 가보지 못했으므로 허리가 끊긴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여러가지 이유로 곡두~갈재 구간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기회가 왔다. 지난 번 각흘~갈재 동지였던 친구 해원이에게 의사를 타진했다. 대답은 "좋아!" 그리고 대석형에게 의사를 타진한 결과도 흔쾌한 오케이였다. 대석형 동행 소식을 들은 해원이는 '호랑이가 나타나도 겁나지 않는다'고 말했다.아내도 그러면 걱정이 안된단다. 사실은 덩치로 보면 대석형은 우리 중에 제일 작은데 이상하게 호랑이도 때려잡을 것 같다.

  지난 번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시간이 지났으므로 눈이 조금은 녹아있을 것이고 어쩌면 그 사이에 누군가는 그 구간을 지나갔을 수도 있다. 누군가가 지나갔기를 바라는 마음과 그렇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반반씩 들었다. 누군가가 지나갔다면 처음가는 길이 조금 수월할 것이고 아무도 가지 않았다면 새길을 처음 밟는 스릴이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만약에 아무도 가지 않았다면 지난 번 포기했을 때와 상황이 같은 것이지만 대신에 지도와 위성영상을 여러 차례 자세히 검토하고 GPS 위치를 좀 더 정확히 보정함으로써 가지 않은 길을 잘 갈 수 있도록 나름대로 준비를 했다.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만 있다면 무난히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코스는 지난 번과 반대로 곡두재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잡았다. 광덕사 부근 해사동 근처에 내 차를 놔두고 해원이 차로 곡두재로 이동했다. 곡두재 주차장에는 무슨 공사를 하는 차들이 서 있다.

 

▶ 아이젠 없이 눈 길을 타는 법

 

  눈 쌓인 길을 가려니 준비할 것이 많다. 스패치를 하고 아이젠을 차고, 오늘부터 날씨가 좀 풀리기는 했지만 방한 대비도 좀 더 많이 해야만 한다. 목도리에 방한모자까지, 아마 오르막을 오르다가 벗어버릴 가능성이 매우 크지만 평소에 사용하지 않던 방한 도구들을 갖추었다. '이거 차야돼?' 대석형이 스패치를 꺼내면서 묻는다. 베테랑 산악인이 애송이에게 묻는 것은 몰라서가 아니다. 애송이들이 성화를 해 대니 그냥 응해 주는 것이다. 그래도 형은 끝내 아이젠은 차지 않는다. 지난 겨울 대둔산에 갔을 때도 끝내 아이젠 없이 산행을 하는 것을 목격했기 때문에 형의 실력을 익히 아는 바이지만 몸이 둔하고 잘 미끄러지는 나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다. 나중에 방법을 여쭸더니 뒷꿈치를 약간 든 것 같은 느낌으로 앞꿈치로 찍듯이 발을 디디면 우선 안정이 되고 발을 본격적으로 디딜 때 눈이 발 앞쪽에서 뒤로 이동하면서 지지를 해주기 때문에 괜찮다고 하신다. 그럼 내려올 때는? 이 질문은 그 때 앞 질문에 대한 대답을 들으면서 고개를 주억거리느라고 깜박하고 말았다. 한 가지 배운 사실은 아이젠을 하지 않으면 내려올 때 스키를 타듯이 미끄러지는 기술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곡두재 주차장은 금북정맥의 남사면에 있기 때문에 나뭇가지에 붙어 있던 눈들은 모두 녹았다. 하지만 바닥의 눈은 거의 그대로 쌓여 있어서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보닛 위에 카메라를 올려 놓고 출발 인증샷을 찍었다. 자 이제 출발!

 

<곡두재 앞에서 출발하기 전 인증샷>

 

▶ 눈길을 먼저 간 사람이 있다

 

  공사차량으로 보이는 자동차 바퀴 자욱이 주차장에서 곡두재를 넘어가는 임도에 나 있다. 산행을 한 것은 아니라도 누군가가 이미 간 것이다. 나중에 보니 553봉과 광덕사 주차장을 잇는 능선길 중간에 정자를 짓기 위한 공사차량이 이동한 길이다. 눈이 이렇게 쌓여 있어도 계획된 공사는 진행이 되는 모양이다.

  곡두재 정점에서 왼쪽, 그러니까 서쪽으로 등산로에 접어들었더니 여러 사람이 지나간 것으로 보이는 발자욱이 어지러이 나 있다. 그런데 이 발자욱들은 능선의 정점을 탄 것이 아니라 능선을 넘어서 북쪽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두어 명으로 추정되는 발자욱이 능선 방향으로 찍혀 있다. 산길은 대개 갈라졌다가도 합쳐지므로 우린 발자욱이 적은 능선길을 택했다. 좀 더 올라가다 보니 많은 사람이 지나간 그 길은 임도 방향으로 찍혀 있는 것이 공사를 하는 관계자들이 이동한 것으로 보였다.

 

<곡두재-낮은 부분을 중심으로 오른쪽은 차령 방향, 왼쪽은 우리의 목적지 갈재 방향. 공사차량 바퀴 자욱과 관계자들의 발자욱>

 

▶ 된비알?

 

  선답자들의 산행기에는 공통적으로 이 구간을 '된비알'로 표현하고 있었다. '매우 급한 경사면'을 뜻하는 말로 보이는 '된비알'은 어느 지역의 사투리에서 온 말인지 아니면 산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쓰는 용어인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나름 운치가 있는 순우리말이다. 어쨌든 이 구간은 매우 경사가 급한 구간이 틀림없다. 해발 300m 부근에서 시작하여 553봉까지 약 250m의 고도차가 지도상의 거리(수평거리)로 560m 정도 되므로 평균 경사도는 24˚(tanθ=0.4464) 정도지만 일부 구간은 육안으로 볼 때 45˚이상되는 매우 경사가 급한 구간도 있다. 누군가 선답자의 발자욱이 있어서 그나마 급경사면을 오르는데 도움이 되기는 하지만 미끄러졌다가는 대책이 없을 것 같은 약간은 무서움이 느껴지는 경사면이 한동안 계속된다. 뒤쪽을 보니 곡두재 동쪽 차령으로 이어지는 능선과 곡두터널 남쪽의 도로가 숲 사이로 보인다. 경사가 급하기 때문에 시야를 막는 지형적 장애물이 없어서 더욱 잘 보이는 것이다.

  선답자의 발자욱은 두 개인 것으로 보아 두 명이 지나간 듯 하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간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우리와 반대 방향으로 간 것 같기도 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발자욱의 주인공은 한 사람으로 곡두재에서 태화산 정상까지 갔다가 되돌아 왔기 때문에 두 개의 발자욱이 찍혀 있었던 것이다.

 

<553봉을 향해 올라가는 오르막에서 바라본 곡두터널 남쪽 부분>

 

<553봉으로 향하는 오르막길>

 

<오르막에서 바라본 곡두재 동쪽 금북 능선>

 

▶ 광덕산맥 남사면에 마을이 발달하지 않은 이유

 

  553봉에 이르는 급경사면 중간, 해발 약 500m 부근에 작은 봉우리가 하나 있어서 숨을 잠깐 돌릴 수 있다. 이런 것이 바로 능선을 타는 묘미라고 볼 수 있다. 능선을 타다 보면 내리막에도 작은 오르막이 있고, 반대로 오르막에도 작은 내리막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진행방향 쪽으로는 553봉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외줄기로 뻗어 있는 특이한 형태의 광덕산 줄기가 숲 사이로 보인다.

  광덕산 줄기를 멀리서 조망하노라면 '광덕산맥'이라는 말이 저절로 떠오른다. 남쪽에서 바라보면 갈재에서 넋티재까지 광덕산 줄기는 외줄기로 장쾌하게 이어진다. 이 구간의 남쪽 사면은 급경사면이기 때문에 갈라져 나온 산줄기가 짧아서 뚜렷한 외줄기를 관찰할 수 있다. 반면에 북쪽 사면은 각흘재로 가는 금북의 본줄기를 비롯하여 강당골 주차장으로 뻗은 줄기, 설화산으로 뻗은 줄기 등 많은 산줄기가 뻗어 있어서 좀 더 복잡한 산세를 보인다. 산줄기 사이에 발달한 골은 마을이 발달하기에 적당하다. 그래서 우리의 전통마을 가운데 'OO골'이라는 이름이 붙은 마을이 많은 것인데 광덕산의 남쪽 사면은 그런 측면에서 보면 산의 크기에 비해 마을이 발달하기에 유리하지 않은 모양을 하고 있다. 오히려 오래된 큰 마을은 광덕산의 맞은편으로 뻗은 금북정맥의 북사면에 발달하고 있다.깊은 골이 발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덕산의 남사면은 채광에 유리하므로 골이 좀더 발달했더라면 아마도 많은 마을이 들어선 명당이 되었을 것이다.

 

<오르막 중간의 작은 봉우리에서 바라본 553봉>

 

▶ 광덕사 주차장과 금북의 연결점 553봉

 

  553봉은 광덕사 주차장 앞에서 시작되는 등산로가 금북과 만나는 지점으로 오늘 출발점에서 봤던 공사차량과 일하는 사람들이 만들고 있는 정자가 그 중간지점에 있다. 표지판이 있다고 들었기 때문에 찾아 봤지만 표지판은 찾을 수가 없다. 하지만 산줄기의 모양을 보면 광덕사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분명하다. 그 능선 중간의 임도 아래쪽에 지난 8일날 잠깐 들렀다가 되돌아 나온 정자 공사장이 보인다.

 

<553봉>

 

<553봉에서 바라본 광덕산맥과 광덕사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능선(사진 오른쪽 능선)>

 

  553봉을 지나면 약간 내리막이 이어지다가 안부를 지나면서 또 다시 급경사면이 나타난다. 630봉 까지는 이런 작은 봉우리들이 두어 개 나타나는데 이 구간도 역시 전체적으로 경사는 상당히 심한 편이다.

 

<630봉으로 오르는 중간 봉우리에서 바라본 553봉>

 

<630봉을 향하여>

 

<2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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