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대부분 '간고등어'와 '안동 찜닭'이라고 답할 것이다. 그런데 왜 안동은 간고등어와 찜닭으로 유명해진 것일까? 간고등어가 유명한 이유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내륙지역인 안동까지 싱싱한 생선을 가져가지 위해서는 소금으로 간을 하는 것이 불가피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비단 안동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과거 우리나라 거의 모든 지역에서 거의 공통적인 현상이었는데 특히 안동은 지리적인 위치 때문에 특히 맛이 좋은 간고등어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생선은 상하기 직전에 만들어지는 효소 때문에 맛이 가기 직전이 가장 맛이 좋다고 한다. 동해 영덕 근해에서 잡은 고등어를 태백산지를 넘어 안동까지 가져 가려면 꼬박 하루가 넘게 걸리는데 그 시간이 우연히도 가장 좋은 맛을 내는 시간과 거의 일치하게 되었던 것이다. 즉, 태백산지를 넘어 임동면까지 가기 위해서는 1차 소금간이 불가피했고 다시 한나절 거리인 안동까지 가기 위해서는 2차 소금간을 해야만 했는데 그 타이밍이 절묘하게 가장 좋은 맛을 내는 시간과 얼추 일치해서 안동 간고등어가 탄생하게 되었다.
그렇다면 안동찜닭은?
대부분 안동찜닭을 옛날부터 전해 내려온 전통음식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안동찜닭은 불과 30여 년 밖에 되지 않은 음식으로 짧은 전통을 가진 음식이다. 하지만 안동에서 만들어져 수 십 년째 내려오는 음식이므로 전통음식은 전통음식이다.
재래시장에 가면 의례히 '닭집 골목'이 있기 마련이다. 대부분 튀김을 주 메뉴로 하는 이 닭집 골목은 이른바 '치킨'으로 불리는 프랜차이즈 통닭집이 유행하면서 쇠퇴하였다. 안동 시장에도 이런 닭집 골목이 있었고 아마도 비슷한 길을 걸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동 시장 닭집 골목은 일찍부터 프랜차이즈 통닭과 차별화된 독특한 메뉴로 손님을 끌었다. 1970년대 중반에는 튀김 통닭에 다진 마늘을 듬뿍 버무려 맵고 칼칼한 맛을 내는 마늘통닭을 개발하였고 1980년대에는 찜닭을 개발하게 되었다. 당면을 넣는 것이 특징이며 감자, 양파, 대파, 표고버섯, 양배추, 고추 등등 다양한 채소를 부재료로 넣어 만든다. 이 독특한 음식은 튀김과는 달리 느끼하지 않고 칼칼, 담백하여 인기를 끌었는데 무엇보다 여러 부재료를 넣어 양이 많기 때문에 술안주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지금은 아예 '통닭골목'이 아니라 '찜닭골목'으로 이름을 바꿨다.
음식은 지역의 지리적 환경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관습에 따라 달라지는 생활양식 가운데 하나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안동의 간고등어와 찜닭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즉, 주 메뉴 이외의 반찬류가 간소하다는 점이다. 이런 특징은 영남지역 음식의 전통적인 특징인데 과거에는 물산이 호남이나 충청지역의 평야지역에 비해 충분하지 못해 이런 관습이 생겼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지역에 따른 물산의 차이를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유통망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정보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음식재료의 이동에 제한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차이가 유지되는 것은 바로 관습 때문이다. 사회적 조건이 크게 변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식문화의 기본적인 관습은 변하지 않고 유지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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