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태풍으로 전국을 긴장시켰던 볼라벤은 걱정했던 것에 비해서는 위력이 약했지만(서해안 일대에서는 2년 전에 내습했던 곰파스 때 보다 나무가 부러지는 현상이 적었는데 이것은 볼라벤의 위력이 약했기 때문이라기 보다는 이미 곰파스 때 약한 나무들이 모두 피해를 입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전국적으로 많은 피해를 일으켰다. 서해로 통과했기 때문에 특히 서해안쪽에 많은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태풍의 중심이 해안에서 제법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인지('삶과 지리'-'15호 태풍 볼라벤(Bolaven)으로 보는 태풍의 특징' 참조) 서해안 지역은 2년 전의 곰파스 보다도 오히려 위력이 약했던 듯 하다(아래 글 '태풍의 위력-2010 곰파스' 참조).
그런데 의외로 볼라벤이 위력을 발휘했던 곳을 중부 내륙의 충북 괴산에서 발견했다. 충북 괴산군 칠성면 사은리 북쪽에 위치한 등잔봉-천장봉-삼성봉을 잇는 산막이옛길의 곳곳에 이렇게 처참한 태풍의 잔해가 남아있었다.
그런데 바람도 길이 있다. 바람은 하늘을 날지만 지표면 가까이에서는 지형지물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바람의 이동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있으면 바람은 위력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반대로 바람의 방향과 일치하는 계곡이 있다면 바람은 더욱 세력이 강해질 것이다.
이 산줄기의 남쪽으로는 남한강의 상류인 달천이 북동쪽 방향으로 흐른다. 이 일대는 옥천지향사에 해당하며 전체적으로 구조선의 방향이 옥천지향사의 방향인 북동-남서 방향으로 발달하기 때문에 달천의 흐름도 이 방향과 일치한다. 이 산줄기 역시 강의 흐름과 전체적으로 방향이 일치하기 때문에 산의 양쪽에는 강의 흐름과 수직 방향, 즉 남동-북서 방향의 계곡이 강쪽으로 발달하고 있다.
태풍의 중심이 서해로 통과했으므로 중심의 오른쪽에 위치한 이 일대의 태풍은 편서풍의 힘이 더해져 더욱 강한 힘을 발휘했을 것이며 방향은 남서풍, 또는 남동풍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산에서 강쪽으로 흐르는 계곡으로는 강한 바람이 몰려들면서 바람이 깔때기를 통과하는 것처럼 되어 더욱 강풍이 되었을 것이다.
산의 모든 곳에서 이런 태풍의 잔해를 발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로 바람의 길, 바람골에서 태풍의 잔해를 발견할 수 있다. 서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중부 내륙 괴산의 산지에서 처참한 태풍의 잔해를 발견할 수 있는 이유이다.
<천안시 광덕면 광덕산 남쪽 사면의 사시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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