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둘째 날: 2011.8.14(일) 일정
: 타이베이역-(바두(八堵)-루에이팡(瑞芳)-샨디아오링(三貂嶺)-풀롱(福隆)-일란(宜蘭)경유)-타로코(太路閣=신챙(新星))-치싱탄(七星潭)해변-점심(光隆)-아메이(阿美)족 민속쇼-옥공예품 및 대리석 공장-타로코(太路閣)국립공원-저녁식사(新城)-숙박(풀롱호텔)
<둘째 날 여정(편집)-원본 지도: 노키아맵스(http://www.worldmapfinder.com/NokiaMaps/Kr.html)>
◉ 내용
-아무런 맛이 나지 않아 다행스럽다니…
-맨 앞자리는 모두에게 명당
-지하화로 도시의 분절을 막은 타이베이역과 도시 내 철도 구간
-다핵도시 타이베이
-기차는 동부산맥을 넘을 수 없다
-타이완 동해안과 우리나라 동해안은 닮은 꼴
-원칙론이 필요한 이유
-아름다운 해변에 해수욕객이 없다?
▶ 아무런 맛이 나지 않아 다행스럽다니… 오늘은 동부 화롄(花蓮)까지 가야 하는 일정이기 때문에 출발시간이 07:00이다. 아침에 시간 여유가 없기 때문에 아쉽지만 아침 수영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수영 대신 서둘러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갔다. 식당은 뷔페식인데 투숙객에게 특별한 확인 절차 없이 아침 식사를 제공하는 대부분의 호텔들과는 달리 식권을 내야만 한다. 어제 받은 식권 두 장을 내고 식당에 들어갔다. 아무 생각 없이 식권을 냈는데 이것 때문에 다음날 약간의 에피소드가 있었다. 들어가서 보니 우리 일행들은 벌써 거의 식사를 마쳐가고 있다. 서두른다고 서둘러도 언제나 선배님들을 따라 잡을 수가 없다. 이 모임에서 함께 한 여행은 베트남에 이어 두 번째인데 언제나 우리부부가 꼴찌다. 막내라고는 하지만 우리 부부도 어언 오십을 바라보니 나이가 어려서 아침잠이 많은 수준은 아니다. 그런데도 언제나 똑같은 걸 보면 나이를 아무리 열심히 먹어도 선배님들을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한 모양이다. <풀롱호텔의 아침식사> 아침식사로는 맑은 쌀죽을 기본으로 계란스크렘블과 스파게티 그리고 약간의 육류를 가져왔다. 얼핏 계란찜을 네모반듯하게 잘라 놓은 것처럼 보이는 음식이 있어서 접시에 담았는데 담으면서 보니 두부 같기도 하고 묵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둘 다 아닌 것도 같다. 혹시 강한 향이나 나는 것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이미 어쩔 수가 없다. 아내는 토스트를 골랐지만 나는 여태 뷔페에서 토스트를 먹어본 적이 없다. 그것 말고도 먹을 것이 쌔고 쌨는데 왜 겨우 간식거리에 불과한 음식을 고른단 말인가? 아내는 그 외에도 과일과 샐러드를 담아가지고 온다. 나는 대개 밥을 먹고 나면 과일을 잘 먹지 않는다. 밥으로 배가 차기 때문이다. 식사 후 과일을 즐기는 아내에게 물어보면 과일 먹을 만큼 속을 비워둔다고 한다. 참 쉬운 방법인데 나는 그게 안 된다. 일단 밥이 들어가기 시작하면 속이 꽉 찼다는 신호가 위에서 뇌에 전달될 때까지 음식 투입을 멈출 수가 없다. 이건 마치 파이프를 통하여 높은 곳의 물이 낮은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 물이 고갈될 때 까지 물이 계속 저절로 흘러내리는 사이펀의 원리와 같다. 다행스럽게도 두부인지 묵인지를 닮은 육면체의 음식은 강한 향이 나지 않는 평범한 음식이다. 물론 무엇으로 만든 것인지 알 수도 없는데 향은커녕 아무런 맛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맛이 있어서가 아니라 아무 맛이 나지 않아 다행스럽다니… ▶ 맨 앞자리는 모두에게 명당 출발 예정 시간보다 5분 정도 늦게 출발했다. 어제 밤에 오느라 자세히 보지 못한 산샤 시내는 시간이 일러서 그런지 그다지 복잡하지 않은 한적한 모습이다. 날이 개어 상쾌한 날이지만 건물은 여전히 우중충하다. 타이베이대학을 지나 제3고속도로에 올라서면서 늦은 출발을 벌충이라도 하려는 듯 버스가 과속을 한다. 뒷자리에 앉아 계시던 이병직교장샘께서 내 옆 자리를 지나 맨 앞자리로 가신다. 내 자리는 출입구 쪽 맨 앞자리지만 복도 건너편 자리는 앞 유리 바로 앞이기 때문에 전망이 아주 좋다. 나도 사실은 그 자리에 앉고 싶은 생각이 있었지만 타고 내리기가 불편해서 참고 있었다. 앉으시더니 정말 전망이 좋다고 말씀하신다. 나는 언제나 버스 앞자리를 차지하는데 큰 의미를 두는데 그것이 나의 전유물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교장샘께서 자리를 잡고 나니 이번에는 원탁연샘께서 뒤에서 나오시더니 교장샘 옆자리에 나란히 앉으신다. 막내 주제에 앞자리를 턱하니 차지하고서는 지리전공자의 특권으로 모두가 이해를 해줄 것으로 아전인수를 했던 것 같다. <산샤구 시내> 편도 4차선의 제3고속도로는 제1고속도로와 외관상 거의 차이가 없다. 아직은 차가 많이 붐비지 않는데 도로가 너른 들판을 가로지르는 경우는 거의 없고 양쪽에 산지가 발달하여 우리나라의 고속도로를 타는 것만 같다. <제3고속도로> ▶ 지하화로 도시의 분절을 막은 타이베이역과 도시 내 철도 구간 타이베이역에 가려면 제3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다가 타이베이시 남쪽 경계부분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나 북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타이베이역은 타이베이시 번화가의 중앙부분에 있는데 대개 발달한 현대 도시들의 중심부는 기차역에서 떨어진 곳에 있는 경우가 많은 것에 비춰볼 때 다소 특이한 위치라고 볼 수 있다. 철도역은 근대화시기에 도시발달의 중요한 거점이었지만 도시를 분할시키는 철로의 특성 때문에 지금은 상당히 많은 도시에서 도시 기능의 경계 구실을 하거나 구도심으로 전락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의외로 타이베이역 주변은 고급호텔과 금융가가 자리를 잡고 있는 꽤 발달한 업무지구이다. 타이베이역 주변은 구도심으로 전락하지 않고 여전히 중요한 중심가의 하나로 기능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 열쇠는 바로 철로의 지하화에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다. 도시를 통과하는 주요 철도노선을 지하화 함으로써 도시의 분할과 역사 주변의 슬럼화를 효과적으로 막고 있는 것이다. 역을 출발하여 북동쪽으로 약 5km 정도를 지나야만 철로가 육상으로 나오는 것을 볼 때 중심가를 통과하는 노선은 모두 지하화 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대쪽도 마찬가지로 타이베이역을 기점으로 약 8Km 이상의 구간이 지하화 되어 있어서 타이베이시 경계를 넘어 타이베이시 동남부의 신베이시(新北市) 반시아오쿠(板橋區)에 이르러서야 지상으로 나온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철도가 지하로 통과하는 도시는 없다. 천안만 해도 도시의 한가운데로 철도가 지나가기 때문에 도시가 동서로 양분되어 있다. 철도를 고가형태로 높이거나 지하화한다면 동서간의 분절을 막고 토지 이용을 보다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다. <타이베이역 광장의 화분 조형물1> ▶ 다핵도시 타이베이 버스가 너무 서둘렀는지 출발시간보다 한 시간 정도나 먼저 타이베이역에 도착했기 때문에 시간이 남아서 많이 기다려야 한다. 서서히 날씨가 더워지기 시작하는데 역사 앞에 죽치고 앉아 있으려니 무료하다. 아이스크림이라도 사서 일행들에게 돌리려고 역사 안에 있는 매장에 들어갔다. Broken English나마 자기보다 조금 낫다고 생각하는지 아내는 뭘 사러 가려면 꼭 나를 대동한다. 사실 참 난감하다. 나의 Broken English와 현지인의 Broken English가 만나는 셈이니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이중의 난관을 건너야만 한다. 겨우 난관을 건넜더니 안타깝게도 아이스크림이 없단다. <타이베이역 광장의 화분 조형물2> 타이베이역사 앞 화단에는 높직한 탑 모양, 동글동글한 행성 모양 등의 조형물이 있는데 바짝 다가가서 보니 작은 화분으로 만든 것이다. 지금은 화분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지만 거기에 흙을 담아 꽃을 키우는 모양이다. 꽃이 만개를 하면 꽤 장관일 것 같다. 우리가 앉아 있는 곳은 역사의 왼쪽(동쪽)이어서 역사를 제대로 보려면 정면으로 나가야 할 것 같다. 시간이 충분하므로 역사의 정면 쪽으로 나가보았다. 땅 위로 철도 노선이 지나가지 않기 때문에 역사 건물 주변이 우리나라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 난다. 즉, 역사 건물을 중심으로 좌우로 철도가 발달하는 일반적인 경우에는 역사를 중심으로 전후의 경관이 달라지지만 타이베이역 주변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볼 수가 없다. 또한 철도 연변의 토지 이용은 제약이 크기 때문에 대체로 미관상으로도 좋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 타이베이역 주변은 일반 도심지역과 다르지 않다. 철로가 있어야할 역사의 양쪽은 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열차 때문에 발생하는 소음이 없는 것은 물론이다. <타이베이역> 역사 건물은 단순한 형태지만 석재를 사용해서 상당히 웅장한 느낌이 든다. 전면의 넓은 도로에서 역사로 들어가는 통로는 양쪽으로 두 줄의 돌기둥을 세우고 그 위에 둥근 지붕을 얹어서 모양을 냈다. 우리나라 서울역과는 달리 역사 주변에는 사람이 많지 않은 점이 또 하나의 특징이다. 서울역은 백화점 등의 상업시설과 결합되어 있어 역사 주변의 인파를 더 많게 하기도 하지만 이곳은 상업시설과 결합되기 이전의 서울역과 비교해도 월등하게 인적이 드물다. <타이완생명, Caesar Park Taipei Hotel, 신공생명(왼쪽부터)> 타이베이역사의 정면으로는 편도 4차선의 큰 도로가 지나는데 주변에는 여러 채의 고층빌딩이 자리를 잡고 있다. 정면에는 ‘Caesar Park Taipei’라는 특급 호텔과 중국은행, 타이완생명(臺灣人壽), 얼핏 보아도 60여층은 넘을 것 같은 신공생명 등 금융기관이 밀집하고 있고, 왼쪽으로는 코스모스호텔이 자리를 잡고 있는 또 하나의 타이베이 중심가이다. 타이베이시에는 시 동남부의 ‘타이베이101’ 빌딩 주변에 최대의 중심가가 형성되어 있다. 타이베이시가 다양한 성장핵을 가진 다핵도시의 형태로 발전해왔음을 알 수 있다. ▶ 기차는 동부산맥을 넘을 수 없다 사진도 찍고 주변을 구경하면서 천천히 일행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자니 부리나케 아내가 뛰어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시간이 얼추 되어 아마도 일행들이 열차를 타기 위해 이동하기 시작을 한 모양인데 내가 오질 않으니 날 찾으러 오는 것이다. 나는 이리저리 쏘다니는 것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소심증 환자 축에 들기 때문에 대개 시간을 놓치지는 않는데 아내는 언제나 나보다 한 수 위다. <타이베이역-지상과는 달리 매우 혼잡한 지하> 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지하로 내려가야 하는데 내려갈수록 상당히 혼잡스럽다. 혼잡한 땅 속의 풍경은 ‘지상의 평화’와는 전혀 딴판이다. 그러면 그렇지 명색이 수도의 중심 역인데 사람이 드물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우리가 탈 차는 8시 15분에 출발하는 화롄행 관광열차이다. 시간표에 차종이 專車라고 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관광객을 태우고 화롄까지 직행하는 전용열차쯤 되는 것 같다. 실제로 이 열차는 중간에 몇 개 역에서 정차하기는 하지만 손님을 태우거나 내리지는 않는다. 가끔 정차하는 이유는 마주 오는 열차와 교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열차시각표> 화롄은 타이베이에 비해 훨씬 남쪽에 있지만 동서를 가르는 산맥을 직접 넘기가 어렵기 때문에 철도 노선은 일단 북쪽으로 올라갔다가 동해안을 따라 남하한다. 우리나라 역시 동쪽의 높은 산지를 직접 넘기가 어렵기 때문에 태백산지를 넘어 동해안으로 가는 기차노선은 영동선이 유일하다. 타이완은 슈에샨산맥이나 종양산맥 등 동부산맥을 직접 넘는 노선은 없고 북쪽과 남쪽으로 우회하여 연결하는 노선만 있다. 한반도에 비해 훨씬 동부산지가 높기 때문에 산지를 넘기가 더 어렵기 때문이다. 철도뿐만 아니라 도로 역시 동부산지를 직접 넘는 노선이 거의 발달되지 않았다. 철도의 대표적인 단점 가운데 하나가 경사가 급한 노선을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기 때문에 도로가 발달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면 철도는 거의 발달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중남부의 아리샨(阿里山)에는 나선형으로 산을 감돌면서 오르내리는 스파이럴(spiral)형식의 철도가 있는데 세계 3대 삼림열차로 꼽힌다. 나는 사실 ‘타이완’하면 아리샨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왜 그랬는지 모르지만 고등학교 때 지리시간에 이 철도를 처음 들었을 때부터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내가 지리교사가 되어 교통단원 수업을 하면서도 늘 궁금했던 곳이 아리샨철도였다. 그런데 이 나라를 두 번 왔으면서도 정작 가장 가고 싶은 그곳은 가볼 수가 없다니 아쉬울 뿐이다. 패키지여행의 한계이다. 타이완 패키지 상품은 대부분 타이베이와 동해안 위주로 코스가 정해져 있고 남부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상품이 드물다. <아리산철도(편집)-지도 원본:노키아맵스((http://www.worldmapfinder.com/NokiaMaps/Kr.html)&Google Earth, 아리샨(阿里山)은 산 이름이 아니라 마을(鄕) 이름이다. 아리샨향은 타이완 중남부에 있는 치아이현(嘉義縣)의 동부에 위치한다. 동북쪽의 난터우(南投)현과 동남부의 가오슝(高雄)현과 경계를 이루며 북북동-남남서 방향으로 흐르는 산맥의 이름이 아리샨산맥이지만 정작 아리샨산맥에 ‘아리산’이라는 이름의 산은 없다. 아리샨향에는 해발 2000m가 넘는 산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철도가 발달하기 매우 어렵다. 그러나 일제 식민지 시대에 고산지에서 생산되는 침엽수림을 반출하기 위해 일제에 의해 삼림철도가 건설되었고 이 철도를 아리샨철도라 부르게 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일제가 개마고원 일대의 삼림자원을 반출하기 위해 만든 만포선, 혜산선 등의 삼림철도가 있다. 지형 조건이 열악하여 협궤로 건설되었으며 스파이럴(spiral)뿐만 아니라 스위치백(switch back) 등 다양한 고급 기술이 동원되었다. 한때 약탈의 상징이었던 이 철도가 지금은 유명한 관광자원이 되었으니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 타이완 동해안과 우리나라 동해안은 닮은 꼴 지하구간을 벗어나 동북쪽으로 달려 길룽시의 바두(八堵)에서 길룽시로 향하는 종관철로와 분기하여 동쪽으로 달린다. 이 구간은 일란(宜蘭)선으로 불리며 신베이(新北)시의 루에이팡(瑞芳)을 지나면서부터 남쪽으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남쪽으로 약 5km 정도 남하하여 샨디아오링(三貂嶺)역을 지나면 다시 남서쪽의 신베이시 핑시쿠(平溪區)의 핑시까지 가는 핑시선과 갈라져서 남동진 하다가 풀롱(福隆)을 지나면서 본격적으로 동해안을 따라 남하하기 시작한다. 거의 대부분 노선이 해안을 따라가는데 우리나라처럼 필리핀판의 영향으로 동고서저의 지형이 만들어지면서 급경사면을 이룬 동해안에는 해안평야가 발달하지 않기 때문에 철도 노선이 해안을 따라 발달할 수밖에 없다. <화롄행 관광열차> 거의 유일하게 해안과 떨어져 있는 구간은 일란(宜蘭)시 통과 부분으로 해안에서 육지 안쪽으로 노선이 최대 6km가까이 들어가 있다. 일란시가 자리 잡은 곳은 동해안에서는 드물게 넓은 충적지가 발달하기 때문이다. 소규모일지라도 하천이 발달하는 곳에는 하구에 충적지가 발달하며 그런 곳에는 예외 없이 취락이 발달하는 것은 우리나라 동해안이나 타이완이 똑같다. 그 중에서 충적지의 규모가 클수록 도시의 규모도 커지는데 일란시, 화롄시, 그리고 남부의 타이둥시가 모두 그런 위치이다. 우리나라의 속초, 강릉, 동해 등과 같은 입지라고 볼 수 있다. 그 가운데 일란시는 규모가 상당히 큰 충적지의 한가운데에 입지한 동해안에서는 상당히 조건이 좋은 도시이다. 전체적 형태로 보면 삼각주 형태지만 하천 퇴적물이 해안선 밖으로 배출되어 형성된 전형적인 삼각주라기 보다는 규모가 큰 만입지에 사주가 발달하고 그 내부가 토사로 막혀 충적된 형태이다. 의란충적지의 형성원인은 슈에샨산맥에서 흘러나오는 란양강(蘭陽溪) 때문이다. 북동-남서 방향의 전형적인 구조선을 따라 흐르는 란양강은 충적지의 바다와 만나는 부분의 넓이가 약 28Km, 하구에서 충적지가 시작되는 곡구까지의 거리가 26Km에 이르는 상당한 규모의 충적지를 발달시켰다. 남대천이 만들어 놓은 강릉충적지가 우리나라 동해안의 대표선수라고 볼 수 있는데 규모는 대략 가로, 세로가 각각 6Km 정도에 불과하여 일란충적지에 비해 훨씬 작다.
<일란(宜蘭) 충적지-Google Earth> 일란시를 지나면 일란선으로 불리던 철도노선 이름이 베이후이(北迴)선으로 바뀐다. 철도노선 이름이 도중에 바뀌는 경우는 우리나라에는 없다. 그런데 타이베이와 동해안을 연결하는 이 철도는 타이베이부터 길룽까지는 총구안(縱貫)선으로 불리다가 일란까지는 일란선으로, 다시 화롄까지는 베이후이선으로 불린다. 화롄을 지나면 화둥(花東)선, 둥시안(東線)線, 난후이(南迴)線 등으로 불리는데 큰 도시를 기점으로 이름이 바뀌는 것을 알 수 있다. 나라마다 관습의 차이가 있는 법이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타이완의 경우는 나라가 좁고 또 철도가 전국을 해안으로 일주하는 형태의 노선으로 되어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필리핀판의 공격으로 동해안이 융기하면서 해성 퇴적층으로 이루어진 산지가 동해안에 발달하는 것 역시 우리나라와 유사하다. 석회암 산지에서 석회석이 많이 생산되며 이를 원료로 시멘트 공업이 발달하는 것도 우리나라와 같은데 타이완은 석회석뿐만 아니라 대리석도 많이 생산된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판의 충돌대에 해당하기 때문에 석회암이 변성작용을 활발하게 받아 대리석이 만들어진 것이다. 대리석 외에도 판의 충돌대에서 일어나는 활발한 변성작용으로 다양한 종류의 암석이 산출되며 특히 장미석, 칠채석(칠채옥) 등이 특산물이다. <배후의 석회암 산지를 배경으로 하는 시멘트 공장> 일란의 란양강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규모가 작은 하천들이 발달하는데 공통적으로 하천 퇴적물의 입자가 굵고 건천인 경우가 많다. 해안과 인접한 급경사의 산지에서 흘러나오는 하천들이기 때문에 유속이 빨라 구성 물질이 주로 자갈이나 굵은 모래이며 비가 내리지 않으면 하천수가 토양층으로 스며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급사면의 산지에서 흘러 나오는 하천-조립질의 퇴적물로 덮인 건천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 원칙론이 필요한 이유 녹색의 커버로 덮여 있는 2열의 의자가 양쪽으로 배치되어 있고 가운데 복도가 있는 열차는, 나만의 느낌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열차보다는 조금 폭이 좁아 보인다. 우리가 탄 객차에는 세 팀의 우리나라 관광객들이 타고 있다. 군데군데 팀별로 무리를 이루고 있는데 각 팀마다 가이드가 있기 때문에 쉽게 팀 수를 알 수 있다. 가이드들은 각각 자기 팀들의 자리를 돌봐주고는 가이드끼리 모여서 담소를 즐긴다. 아마도 각자 자기들이 맡은 팀들의 특징에 대해서 이런저런 얘기들이 오고가리라. 언제나 열차를 탈 때 마다 신기하게 생각되는 것은 도저히 회전각이 나오지 않을 것 같은데 의자가 돌아간다는 것이다. 좁아 보이는 타이완의 열차도 역시 의자가 회전이 된다. 마주 앉아서 열띤 토론을 겸한 간단한 주연이 시작되었다. 드디어 ‘바리바리’ 싸 가지고 온 술과 안주를 해결해버릴 순간이 온 것이다. 안주를 곁들인 소주 파티가 시작되었다. 가이드들에게도 두어 병 보냈더니 아주 좋아한다. 멀리 타국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므로 아마도 소주를 통해서 고향의 냄새를 느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토론의 주제는 이번 여행에 참여하지 못한 회원들의 회비 처리 문제이다. 반환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과 불가하다는 입장으로 대별이 되는데 두 입장이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반환 불가론은 여행을 전제로 오랫동안 조금씩 모아온 자금으로 경비를 조달했기 때문에 반환하는 것은 옳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앞으로도 계속 모임을 이어가야 하는데 불참하고 회비를 반환받는 전례가 생기면 조직 운영이 안 된다는 원칙론이다. 반대로 반환론은 의도하지 않은 일로 동참하지 못했으므로 반환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특히 불참한 두 부부 가운데 한 부부는 참석을 전제로 일시불로 납부하기로 한 1인 경비까지 부담을 했기 때문에 적어도 일시불로 납부한 회비만큼은 반환을 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이 일리가 있어 보인다. 그런데 원래 전원 참석을 전제로 여행사로부터 1인 무료 티켓을 배정 받았고 그 무료티켓 비용을 공동경비로 사용할 예정이었으나 갑자기 불참을 통보하는 바람에 무료티켓을 못 받게 되어 공동경비 추가 부담이 생겼기 때문에 반환이 불가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나는 반환론이 맞다고 생각했지만 정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강력하게 입장을 제기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 정회원 가운데 내 아내만 여성이고 다른 분들은 모두 남성이어서 부회원(배우자)인 내가 정회원 비스무리 해졌지만 이런 결정적인 회비 문제에서는 한발을 뺄 수밖에 없다. 조금 의외인 것은 젊은 축보다는 선배님들이 더욱 원칙론을 주장하신다는 점이다. 얼핏 생각하기에 지나치게 원칙론을 주장하시는 것이 아닌가 생각되었지만 한편으로는 그만큼 모임에 애착이 많기 때문에 원칙을 지킴으로써 오랫동안 모임을 유지하고자 하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계신 것으로 이해가 되기도 했다. 열띤 토론 끝에 반액을 반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결론으로 가기 위한 토론의 열기와 비례하여 술기운도 얼근하게 올라간다. ▶ 아름다운 해변에 해수욕객이 없다? 타이베이에서 타로코(太魯閣)까지는 대략 190Km 정도인데 2시간30분 정도 걸린다. 타로코는 화롄시 북방 20Km가 채 안 되는 지점에 위치하는데 원래 역명은 신챙(新城)이었으나 타로코국립공원이 관광지로 유명해지면서 지금은 역 이름을 타로코로 쓰고 있다. 예산군의 삽교역이 한때 수덕사역이었던 것이 떠오른다. <누가, 왜 이런 일을?> 타로코역은 규모가 크지 않은 시골역이지만 역 앞의 광장이 넓고 너른 광장에는 많은 관광버스들이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광장 한 복판에 여러 장의 선전물을 뒤집어 쓴 승용차가 한 대 주차되어 있다. 주인이 누군지 알 수 없지만 한자가 아닌 간체자로 되어있는 선전물의 내용은 중국정부와 장쩌민에 대한 반감을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이데올로기 갈등이 여전히 시퍼렇게 살아있는 것도 우리와 닮았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무엇을 위해 이런 일을 자처하고 있는 것일까? 이런 곳에서 작은 선전물을 설치하고 있다고 해서 장쩌민이 재판정에 회부될 리는 없을 것 같고 그렇다면 자신들과 생각이 다른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서 갈등을 부추기고자 하는 것일까? 버스가 기다리고 있는데 당연히 타이베이에서 타고 다니던 버스는 아니다. 그렇다면 차라리 버스로 이동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어차피 하루를 전세 내면 타는 시간과 무관하게 값이 같은 우리나라식으로 보면 상당히 비효율적 방법이지만 이 나라는 버스를 임대하는 방법이 우리나라와는 다른 점이 있거나 아니면 타이베이에서 이곳까지 오는 도로 사정이 좋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신챙(新城)역과 역 앞의 관광버스들> 버스를 타고 남쪽의 화롄시 방향으로 이동한다. 화롄시까지 기차로 가서 버스로 옮겨 타지 않고 타로코에서 내려서 갈아탄 다음 버스로 화롄시로 가는 이유는 또 무얼까? 나중에 보니 타로코는 타로코역보다 더 북쪽에 있기 때문에 관광버스들이 타로코역에서 대기하는 것이 경제적일 것 같다. 화롄에서의 첫 번째 일정은 치싱탄(七星潭)해안이다. 치싱탄은 완만한 만입지에 발달한 전형적인 해빈이다. 태평양의 강한 파도가 만들어낸 연안류가 하천이 공급한 퇴적물들을 해안을 따라 흩뿌려서 만들어 냈는데 경사가 급한 하천이 물질을 공급했기 때문에 퇴적물이 크고작은 자갈이다. 그 자갈의 근원은 다양한 변성작용을 받은 퇴적암들이기 때문에 해변의 자갈들은 무늬가 아름답다. 앞쪽에 섬이 전혀 없기 때문에 태평양의 파도가 직접 해안에 영향을 미치는데 눈으로 보기에도 파도가 상당히 높다. 그 넓은 해안에 해수욕객이 없는 것도 이 때문인 듯하다. 그냥 눈으로만 구경하는 해안일 뿐 해수욕은 할 수 없는 해안인 모양이다. <치싱탄해변의 야자수 음료를 파는 노점상> 관광객이 많지 않다 보니 주차장도 한산하고 노점상도 얼마 되지 않는다. 가장 눈에 띠는 것이 3병에 100원씩 하는 야자수이다. 야자수를 뽑아서 작은 병에 담아서 파는데 모두 한 병씩 맛을 보기로 했다. 밍밍한 야자수는 먹어봐야 맛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심지어는 갈증해소도 안 된다. <치싱탄해변의 여인> 해변에서 나오는 길에 가이드가 타이완 사람들이 얼마나 조상들을 위하는지 보여주겠다며 밖을 주시하란다. 치싱탄 해변이 바라다 보이는 곳에 공동묘지가 있다. 가이드는 이를 ‘나이트’라고 표현했었다. 뭔가 재미있는 얘깃거리라도 있는 것처럼 어제부터 ‘산에 나이트가 있다’고 뜸을 들였었는데 바로 이거라면서 보여준 것이다. 밤에 불을 밝히는 무덤도 있다는 뜻인지 정확히 알 수가 없다. 고향이 예산이라는 가이드는 타이완에 거주한지가 약 20여년이나 되었기 때문인지 가끔 표현이 모호해서 그의 의도를 캐치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어쨌든 무덤들이 획일적이지 않고 다양한 장식과 크기를 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조상의 유택(幽宅)에 많은 정성을 쏟고 있는 것은 우리와 같은데 우리는 그 모양이 유사한 반면 이 나라는 매우 다양한 것이 차이점이다. <타이완 나이트(?)-모양과 크기가 가지각색인 공동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