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보령

옥마산과 명천폭포, 그리고 남포선 철도

Geotopia 2022. 8. 31. 23:55

▣  바닷가 산골의 상징 옥마산

  옥마산(600.8m)은 보령시 명천동과 남포면, 그리고 성주면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대천해수욕장에서 바라보면 동쪽으로 우뚝 솟은 산으로 대천천 하구와는 겨우 8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바닷가 산골'의 상징이 되는 산이다. 금북정맥의 성태산(623.7m)에서 갈라진 이 산줄기는 문봉산(633m)을 거쳐 성주산(677m) - 왕자산(510m)을 지나 옥마산에 이른다. 옥마산을 지나면 계속 남쪽으로 뻗어 내려 봉화산(323m)-잔미산(416.6m)을 지나 웅천읍 대천리 두룡천과 웅천천 본류가 합류하는 지점에서 끝을 맺는다. 서해안의 대부분의 산들이 낮은 구릉성 산지인데 비해 옥마산 좌우의 산줄기는 고도도 비교적 높으며, 특히 연속성이 아주 강하다. 

  바닷가에 인접했음에도 높고 연속성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지질구조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산줄기는 성태산에서 문봉산에 이르는 일부 구간을 제외하면 대부분 구간이 쥐라기 대동누층군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생성 연대가 상대적으로 짧으며(한반도 대부분 지역이 선캄브리아기 변성암인 점과 비교하면) 퇴적암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풍화에 강하다.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화강암은 퇴적암에 비해 평균적으로 풍화가 잘 된다. 

▣  석탄을 매장하고 있는 평리역암층과 옥마산층

  보령시 일대의 대동누층군의 두께는 최대 1,500m에 육박하는데 이 가운데 옥마산에 분포하는 평리역암층과 옥마산층은 가장 나중에 퇴적된 대동누층군 최상부 지층이다. 평리역암층은 30m 이하의 얇은 지층으로 직경 3mm의 백색 규암이 자갈로 박혀 있으며,  옥마산층은 이 일대 대동누층군의 최상층으로서 800m 정도로 두껍게 쌓여 있다. 사암과 역암을 중심으로 탄질 물질을 함유하여 진한 검은색의 혈암이 분포한다. 

  보령의 다른 대동누층군 분포지역과 마찬가지로 옥마산 산록에는 많은 석탄갱과 오석/청석 석산이 있다. 

*지질자원연구원

 

명천폭포 올라가는 길에 쌓인 폐석탄

 

옥마산 기슭의 축대. 역암류이다

 

▣  명천폭포: 지질구조와 석탄 산업이 얽힌 곳

  명천폭포는 옥마산 정상의 서쪽 사면 해발 200m 지점에 있다. 폭포가 만들어지는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는데, 화산 지대에서 용암이 붕괴하거나, 단층이나 융기 운동, 빙하침식, 지질 경계지점에서 풍화 속성의 차이에 따라 경사면이 만들어지는 등 매우 다양하다. 

 

폭포(瀑布)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폭포는 지형의 침식윤회(侵蝕輪廻)에 따라 유년곡(幼年谷)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데, 장년곡(壯年谷)에서 절정에 이르고, 침식이 더 진행됨에 따라 차츰 후퇴하다가 노년기(老年期) 지형에서

encykorea.aks.ac.kr

 

  명천폭포는 어떤 이유로 만들어졌을까? 지질도를 보면 단층대가 명천폭포를 통과한다. 또한 퇴적층이 만들어진 후 융기, 또는 습곡 작용으로 산지가 만들어졌으므로 산 전체에 급경사면이 많이 나타난다. 더욱이 풍화에 강한 퇴적암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풍화 진행 속도가 느리며, 침식이 구조선에 집중되기 때문에 좁고 깊은 협곡이 발달한다. 

명천폭포 일대의 지형  *자료: 국토지리정보원

 

  그런데 명천폭포는 한동안 잊힌 장소였다. 1970년대 석탄 산업이 번성했을 무렵 석탄 채굴을 위한 갱구가 폭포 위쪽에 만들어지면서 물길이 끊겼기 때문이다. 이후 폐광이 되었지만 그대로 버려져 있다가 30여 년만인 지난 2009년에 복원 사업으로 다시 흘려내리게 되었다. 하지만 완전한 복원은 아니고 인근 폐광지에서 나오는 물을 퍼올려 폭포에 물이 흐르도록 한 반쪽 짜리 복원이다. 보령시는 총사업비 5000만원을 들여 복원사업과 함께 주변 환경을 정비하고 특히 고란초를 100여 포기 심었다고 한다. 하지만 1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지는 못했다.

 

▣ 보령 탄전의 역사를 담은 남포선 철도

  남포선 철도는 옥마산 기슭의 옥마역에서 장항선의 남포역을 연결하던 석탄 수송 전용 철도였다. 1964년에 착공되어 1965년부터 운행되었는데 초기에는 성주탄광에서 생산된 석탄을 남포역을 거쳐 전국으로 실어 날랐다. 그러나 보령탄전의 석탄은 강원도 평안누층군에서 생산되는 석탄에 비해 화력이 낮아 가정용 연료로 인기가 높지 않았다. 1980년대 이전 석탄이 가정용 연료로 각광을 받으면서 석탄 산업이 급성장했던 것과는 약간 다른 특징이다. 

  1978년 서천군 비인면에 서천화력발전소가 세워지면서 보령탄전의 무연탄은 주로 서천화력발전소의 연료로 쓰이게 되었다. 이때 남포선 철도는 서천화력으로 수송을 편리하게 하기 위해 남포역을 거치지 않고 직접 장항선으로 연결하는 옥서삼각선이 설치되기도 했었다. 그러나 석탄산업 합리화 조치 이후로 보령탄전의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남포선의 역할도 사라지게 되었다. 결국 2009년에 공식 폐지되고 말았다. 이후로 레일바이크 등 활용 방안이 모색되기도 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해서 지금은 노선만 남아 있는 상태이다.

열차가 다니지 않는 옥마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