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세상사는 이야기

종부세는 폭탄인가?

Geotopia 2021. 12. 20. 18:36

▶ 자본주의 경제의 뿌리 세금

  세금은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떠받치는 물적 기반이다. 그래서 거기에 '폭탄'이라는 수식어는 옳지 않다. 누구를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고 부를 재분배하는 동시에 국가 경제를 활성화 하여 모두가 함께 살고자 하는 것이므로.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자 또 '폭탄'론이 폭탄처럼 쏟아진다. 나와는 아무 싱관이 없는데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세금을 냈기에 '폭탄' 운운하면서 이렇게 소란일까?

▶ 전 국민의 1.8%에 부과하는 세금에 폭탄이라니!

  전체 대상자 94만7천 명 가운데 법인을 제외한 개인 대상자는 88만5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1.8%에 불과하다. 이들이 모두 4인 가족을 거느린 가장이라고 가정해도 관련된 사람의 수는 354만 명, 전체 인구의 6.94% 밖에 되지 않는다. 부부 분리 과세 원칙이나 높은 단독 가구 비율 등을 생각하면 354만 명은 말도 안 되는 숫자지만, 어쨌든 최대한 늘려 잡은 것이 이정도라면 '폭탄'이라는 말은 옳지 않다.

▶다주택자가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종부세의 88.9%는 다주택자와 법인

  게다가 전체 종부세 총액 5조7천억원 중에서 88.9%(5조463억원)는 다주택자와 법인(54만7천 명)이 부담한다.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세금을 더 많이 내는 것은 당연하며, 비싼 집을 가지고 있는 법인이 세금을 내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자본주의적 원칙에도 맞지만 특히 우리나라 집값 상승의 일등공신이 다주택 소유자라는 점을 생각하면 집을 여러 채 가진 사람이 많은 세금을 내는 것은 사회 정의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종부세를 내지 말자는 주장은 집 여러 채, 그것도 비싼 집 여러 채를 갖는 것을 제재하지 말자는 얘기다. 주택 보급율이 100%를 넘는 우리나라에서 여전히 집이 부족한 이유는 누군가가 여러 채의 집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며 결국 사회 균형을 무너뜨리는 행위다.

▶집 한 채를 가진 개인 대상자는 40만 명, 납부세액의 11.1%

  그러니까 집 한 채를 가지고 있으면서 종부세를 내는 비율은 납세액 기준으로는 11.1%(6천537억원), 숫자로는 40만 명 정도이다.

▶그중 44.9% 평균 27만원: 중형차 자동차세 보다 적은 종부세

  이들 중에서도 44.9%를 차지하는 시가 20억원 이하의 집을 가진 사람들은 세액이 27만원에 불과하다. 시가 25억원으로 범위를 넓히면 그 비율이 무려 72.4%가 되는데 이들이 내는 평균 종부세액은 50만원 정도이다. 2000cc 중형 자동차 1대에 부과되는 자동차세가 연간 50만원 정도인 것과 비교해 보면 종부세는 '껌값' 수준이다.

                                -시가 20억원(공시가격 14억원) 이하: 44.9%, 종부세 평균 세액 27만원
                                -20억 원∼25억 원: 27.5%, 종부세 평균 세액은 88만원
                                -25억 원∼34억 원: 19.4%, 종부세 평균 세액 234만원
                                -34억원∼91억원: 8.0%, 종부세 평균 세액 798만원
                                -91억원 초과: 0.1%, 종부세 평균 세액 6,020만원

  그 나머지, 즉, 주택 1채를 가지고 있는 개인 중 시가 기준 25억원 이상의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약 110,400명으로 전체 국민의 0.22%, 이들이 모두 4인 가족을 거느린 가구라고 가정해도 88만 명, 즉 전국민의 0.9%만이 시가 25억원 이상의 집을 가지고 있는 집안의 사람이다. 여기에 '폭탄'이라는 표현은 당치않다. 굳이 '폭탄'이라는 표현이 맞는다고 하더라도 폭탄치고는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매우 좁은 폭탄이다.

▶종부세를 부과하는 기준은?

  여러 채를 가진 사람은 6억원, 한 채를 가진 사람은 11억원이다. 부부가 공동 명의로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각각 6억원이 부과 기준이다. 물론 공시지가 기준이다.

▶ 그렇다면 공시지가 11억원이면 어느 정도일까?

  아래 표를 보면 공시지가와 시가는 최소 6억원의 차이가 난다. 시가 20억원 짜리 집의 과세 표준이 3억원이라고 하면 공시지가는 14억원인 셈이다. 그러니까 대략 계산해 보면 시가 16억 짜리 집도 종부세 부과 대상이 아닌 것이다. 적어도 지방에서는 집 한 채로 종부세를 내기가 '아주' 어렵다. 여러 채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시가 16억원이 되기가 쉽지 않다.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천안에서도 대부분의 지역에서 시가 16억원이 되려면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자료: 기획재정부

▶ 경남 0.5%, 광주 1.4%, 제주 1.8%, 울산 2%, 부산 3.1%, 충북 3.3%

  집 한 채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내는 종부세 비중(지역별 납부 세액 비중)이다. 서울은 18.6%, 수도권으로 범위를 넓혀도 14.5%로 종부세를 내는 개인의 비중은 수도권이 압도적으로 높다.

 

 

 

“서울 제외 지역 종부세, 다주택자·법인이 90% 이상 부담”

기재부, ‘2021년 주택분 종부세 비중 통계’ 발표 고가 주택 많은 서울과 달리 ‘1주택자’ 비율 낮아 수도권 외 지역 1주택자 종부세 평균 약 111만7천원

www.hani.co.kr

 

 

▶ 천안보다 좁은 서울에 대한민국 인구의 1/5이 사니 집값이 안 오를 수가 없다!

  실질적으로 지방에는 종부세를 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심지어 충남은 0.0%! 천안(636.2㎦)보다 면적이 좁은 서울(605.2㎦)에 전국 인구의 1/5 가까이가 살고 있으니 집값이 오르지 않을 수가 없다. 수도권에는 무려 전국 인구의 50%가 산다. 아주 단순하게 집값이 오르는 근본적인 이유를 찾아 본다면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땅은 좁고 인구는 많으니 집값이 안 오를 수가 없다.

  수도권 과밀화를 막기 위한 여러가지 정책들이 시도되어 왔지만 좀처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언발에 오줌눟기에 불과하겠지만 종부세는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 대안 없는 폭탄 타령, 국민은 신문보다 똑똑하다

  다주택자,

  집을 '사는 곳'이 아니라 '투자 수단'으로 변질시킨 주범이다. 인구가 감소하는 국면으로 들어갔으므로 머지않아 아무리 투기꾼들이 기획을 해도 집값은 전체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겠지만 인구가 쏠리는 곳에서는 살아남을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적어도 지금의 환경에서는 그렇다.

  그렇다면 바꾸는 것이 당연하다. 특히 다주택자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으며 거기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것은 몹시도 당연하다.

  지금의 기준으로는 사실상 다주택자의 투기 욕구를 잠재우기 어렵다. 더 강화해야 한다. 그런데 더 강화해도 모자란 판에 종부세 부과 기준이 후퇴하려는 조짐이 있으니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 번 기회를 놓치면 다시 잡기가 어렵다.

  균형이 얼마나 사회를 건강하게 하는지는 두 말을 할 필요가 없다. 집값을 안정시키고 균형을 최대한 찾아가야 하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아무런 대안도 없는 폭탄 타령 하지 말고 종부세를 받아들이고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건강한 시민의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