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세상사는 이야기

로드킬: 인간이 만든 死線 넘나들기

Geotopia 2019. 7. 5. 13:48

▣ 편리한 길, 동물에게는 死線

 

  달팽이가 길을 건넌다. 한결같이 냇물쪽에서 내륙쪽으로 이동하는 것을 보면 생태적으로 꼭 필요한 이동인 모양이다. 그런데 이 녀석들이 길을 건너는 모습을 지켜보자면 답답하기 그지없다. 폭이 몇 미터에 불과한 산책길이지만 도대체 남은 거리가 줄어드는 기색이 없다. 적어도 두 세 시간은 열심히 기어야 이 길을 건널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 사이에 사람이지나가지 않아야 한다.

  산책로이니 사람만 피하면 되지만 만약 차도라면 쌩쌩 달리는 차를 피해서 안전하게 길을 건너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길이 나면 인간 세상은 편리해지지만 동물에게 '인간의 길'은 엄청난 장벽이다. 死線이라 할만한 장벽이다. 작은 동물일수록 도로는 극복하기 어려운 장애물이다. 따라서 도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심하게 생태공간을 파괴한다. 생태통로를 만들어서 보완하기도 하지만 동물들이 실제로 생태통로를 찾아서 길을 건널 가능성은 그다지 높지 않다.

 

이 달팽이는 무사히 사선을 넘을 수 있을까?

 

▣ 동물식 사고를 하면 로드킬을 줄일 수 있다

 

  달팽이뿐 아니라 로드킬이 너무 흔하다. 뱀, 거북이 등 파충류들도 자주 눈에 띄지만 단연 으뜸은 고라니다. 동작이 빠른 고라니가 자동차에 치이는 것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동물과 인간의 행동양식 차이를 이해한다면 포유동물들의 로드킬은 어느 정도 예방할 수도 있다. 도로상에서 위험을 피하기 위해서는 학습된 교통법규에 대한 지식과 위험을 피하는데 유리한 거리 감각 등이 필요하다. 그 결과 사람은 위험을 감지하는 순간 자동차의 이동 방향을 계산하여 가까운 쪽으로 몸을 피한다.

  하지만 동물은 그렇지 않다. 고라니는 위험을 감기하는 순간 원래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도로에서 중앙선을 넘어서까지 갔다고 하더라도 위험을 감지하면 다시 중앙선을 넘어 왔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운전 중에 중앙선을 넘어서 지나가고 있는 고라니를 발견한 운전자는 대부분 고라니가 반대쪽으로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속도를 줄이지 않는다. 그러나 고라니는 위험을 감지했다면 반드시 되돌아오기 때문에 거의 대부분 충돌 사고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고라니가 교통법규를 이해하길 기대할 수는 없으므로 사람이 고라니의 생태를 이해하는 것이 옳다. 길에서 동물을 발견하면 녀석이 반대쪽 차선에 있더라도 일단은 속도를 줄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