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세상사는 이야기

旌門村, 1936, 백석

Geotopia 2018. 12. 10. 10:55

旌門村


                                  백 석


주홍칠이 날은 旌門이 하나 마을 어구에 있었다

‘孝子盧迪之之旌門’—몬지가 겹겹이 앉은 木刻의 額에
나는 열 살이 넘도록 갈지字 둘을 웃었다

아카시아꽃의 향기가 가득하니 꿀벌들이 많이 날어드는 아츰
구신은 없고 부헝이가 담벽을 띠쫗고 죽었다

기왓골에 배암이 푸르스름히 빛난 달밤이 있었다
아이들은 쪽재피같이 먼길을 돌았다

旌門집 가난이는 열 다섯에
늙은 말군한데 시집을 갔겄다


                                                 <사슴. 1936. 1.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