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지리/카르스트&화산 지형

석회화단구(travertine terrace, 石灰華段丘)

Geotopia 2023. 7. 21. 18:09

▣ 물과 이산화탄소에 반응하는 탄산칼슘

 

  석회암의 주성분인 탄산칼슘(CaCO₃)은 이산화탄소(CO₂)를 머금은 물(HO)과 반응하여 탄산수소칼슘(Ca(HCO)₂) 수용액(칼슘이온(Ca++)과 중탄산수소이온(2HCO₃--)의 화합물)으로 바뀌는데 이산화탄소의 함량이 높을수록 이와같은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난다. 이산화탄소는 물의 온도가 낮을수록, 기압이 높을수록 더 많이 물에 녹아드는데, 이는 위의 화학반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탄산가스가 물에 잘 녹을 수 있는 조건들이다.

 

CO(기체) + HO(액체) + CaCO(고체) = Ca(HCO)(수용액)

 

Ca(HCO₃)₂ 수용액 포화평형상태에서 CaCO₃ 용해량과 CO₂ 용해량의 관계.  *Jennings(권혁재, 1980, 재인용).  ** 30℃ 중탄산수소칼슘 수용액에서 탄산가스 50mg, 탄산칼슘 250mg으로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면, 이 수용액이 냉각되면(C) 수용액은 석회암을 더 용해할 수 있고, 더워지면(W) 탄산칼슘의 일부를 침전시킨다. 같은 조건에서 이 수용액이 탄산가스압이 낮은 공기와 접하면(L) 탄산가스의 일부를 방출하면서 탄산칼슘을 침전시키며, 반대로 탄산가스압이 높은 공기와 접하면(H) 탄산가스를 더 많이 수용하면서 석회암을 더 용해한다.

 

▣ 탄산칼슘 침전물이 동심원 모양으로 쌓여

 

  석회암의 절리면을 따라 빗물(HO+CO₂)이 침투하게 되면 물은 많은 석회질(Ca(HCO)₂ / 탄산수소칼슘)을 함유하게 된다. 토양층은 일반적으로 지표면보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석회질을 머금은 물이 토양층과 암반층을 통과하여 지하의 석회동굴에 이르게 되면 압력이 낮아지고 온도가 올라가면서 탄산을 방출하고, 이 과정에서 탄산칼슘이 고체로 변화한다. 탄산칼슘 결정을 머금은 석회수 수용액이 동굴벽을 타고 내려와 바닥에 도달하면 동심원상으로 퍼져나가면서 흐르는 속도가 떨어진다. 물의 속도가 떨어지면서 수용액이 머금고 있던 탄산칼슘 결정이 가라앉게 되는데, 벽에서 멀리 떨어질수록(낮은 압력과 높은 온도에 더 오래 노출되므로) 더 많은 침전물이 만들어지고, 동시에 물이 흐르는 속도가 떨어지므로 침전물은 동심원의 외곽에 집중적으로 퇴적이 된다. 

  그 결과 동굴 벽에서 일정한 거리가 떨어진 곳에 석회 침전물이 둑 모양으로 퇴적이 된다. 논두렁 모양의 둑이 물이 내려온 곳을 중심으로 동심원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때 물과 함께 떠내려온 다른 물질들(동식물 유체 같은 것)이 침전물에 걸리면 석회화 현상이 더욱 촉진된다. 

  둑이 만들어지면 둑 안에 물이 고여서 작은 호수가 만들어지는데 이를 석회화소(石灰華沼, limestone pond)라고 한다. 석회화소 안에서는 물의 흐름이 느려지기 때문에 침전물이 더욱 잘 쌓인다. 그 결과 점차 석회화소는 탄산칼슘 침전물로 채워지고 굳어져서 둑과 높이가 같은 평평한 모양을 하게 된다. 이렇게 하나의 계단이 만들어지면 만들어진 계단을 넘어 결정을 머금은 물이 떨어지게 되고, 다시 앞의 과정을 반복하게 되면서 여러 층의 계단 모양 지형이 발달한다.

 

▣ 땅 위에서도 만들어지는 석회화단구

 

  동굴이 아닌 땅 위에서 석회화단구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때는 동굴 속과 약간 다른 메커니즘이 작용한다. 우선 온천수가 솟아 나는 곳이어야 한다. 위의 그래프에서 볼 수 있듯이 물의 온도가 낮을수록 더 많은 석회질을 머금게 되며, 반대로 온도가 높을수록 탄산칼슘 결정이 더 많이 만들어진다. 따라서 석회암을 뚫고 온천수가 올라온다면 결정이 많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좁은 절리면을 뚫고 올라온 석회수용액은 지표로 분출하자마자 바로 압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탄산을 방출하게 되며 이때 많은 양의 침전물이 만들어진다. 수용액이 퍼져나가면서 침전물 둑이 만들어지고, 이어서 石灰華沼가 만들어지며, 침전물이 소를 메워 계단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동굴 속 석회화단구와 같다.

 

튀르키예 파묵칼레. 석회암을 뚫고 온천수가 솟아 나면서 석회화단구가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