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금강 하류

장항은 섬이었다

Geotopia 2018. 11. 19. 20:58

▣ 퇴적으로 연결된 서천읍과 장항읍


[서천평야를 가르는 길산천(오른쪽 남북 방향으로 흐르는 하천)과 판교천(서쪽) *자료: Google earth]


[강 건너 금강철새조망대(전북 군산시 성산면 성덕리)에서 바라본 길산천 범람원]


서천은 금북정맥 말단부에 해당하여 전체적으로 해발고도가 낮고 평평한 지형으로 이루어져 있다. 평지는 대부분 제4기 충적층과 매립지이며 해발고도가 10m 미만이다. 길산천 유역판교천 유역, 그리고 장항읍 일대가 평지에 해당한다. 후빙기 해수면 상승 직후에는 이 일대가 대부분 바다였으며 이후로 퇴적과 매립이 진행되어 현재와 같은 평지가 형성되었다.



[서천군 일대 지질도. Qa=제4기 충적층  *자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장항읍 일대 지형도. 등고선이 표시되어 있지 않은 평지는 충적지이다. *자료: 국토지리정보원]


장항 일대의 구릉성 산지들은 후빙기 초반 여러 개의 섬이었으며 점차 퇴적이 진전되어 구릉성 산지들이 연결됨으로써 하나의 큰 섬과 같은 형태가 되었다. 이 섬과 서천읍 사이에는 해협이 발달하고 있었는데 이것이 점차 메워져서 오늘날의 서천읍 남쪽에 발달한 너른 평야가 되었다. 이 평야에는 길산천과 판교천이 흐르는데 판교천은 서쪽으로 흘러 서해바다로 유입하고 길산천은 동남쪽으로 흘러 금강으로 흘러든다.



[대동여지도 서천 일대. 길산천과 판교천이 작은 하천으로 연결되어 있다]


장항읍에 있는 산지(동태산, 중태산, 서태산, 전망산, 왕개산 등)는 모두 해발 100m 이내의 낮은 산지들이다. 그런데 길산천과 판교천 사이에는 지형적 분수계 없다. 대신에 너른 평야를 가로지르는 작은 하천이 분수계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도 이 하천은 서천읍 시가지 남쪽에 동서로 길게 유지되고 있는데 정확히 물이 나뉘는 부분은 분명하지 않다.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홍수가 나면 유입량이 많은 쪽에서 적은 쪽으로 물이 흐른다고 한다.

그러니까 서천읍과 장항읍은 땅으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작은 하천으로 분리되어 있으므로 어떻게 보면 '섬'과 다름이 없다. 그러니까 엄밀히 말하면 금북정맥(청양 백월산에서 금강을 따라 뻗어내린 산줄기를 금북기맥이라고도 한다)은 장항읍까지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천읍에서 실질적으로 끝이 나는 셈이다.



[금북정맥이 금강 하구까지 이어져 있는 것으로 표현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끝부분은 사실상 끊어져 있는 셈이다]


 

▣ 장항읍은 여러 개의 섬이었다


후빙기 해수면 상승 직후 장항읍·마서면 일대는 대부분 해침으로 물에 잠겨 있었고 상대적으로 높은 구릉성 산지들만이 수면 위로 드러나 있는 전형적인 리아스식 해안을 이루고 있었다. 일부 변성암 지대와 백악기 퇴적암 지대를 제외한 많은 지역이 4기 충적층으로 이루어져 있는 것을 볼 때 이런 추정이 가능하다. 특히 길산천과 판교천 일대는 모두 4기 충적층으로 지금은 너른 평야를 이루고 있다. 분수계 없이 수로로 연결이 되어 있는 두 하천은 후빙기 직후에는 이 일대가 모두 바닷물에 덮여 있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서천읍과 서천읍 남쪽에 있는 남산 사이의 들판은 바닷물과 갯벌로 이루어져 있었으며 따라서 육지와 떨어진 섬이었다.

1750년대에 제작된 해동지도(海東地圖)를 보면 보면 길산천과 판교천을 연결하는 매우 큰 수로가 표시되어 있다. 19세기 전반에 제작된 광여도(廣輿圖) 역시 같은데 당시까지도 퇴적이 덜 진행되어 넓은 수로를 유지하고 있었으며 바닷물이 내륙 깊은 곳까지 유통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해동지도(서천군)]


[길산천과 판교천을 연결하는 수로. 규모가 작아졌지만 지금도 이 수로는 홍수가 나면 물이 흐르는 방향이 일정하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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