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지리/하천과 평야

범람원 마을-합덕 신리

Geotopia 2018. 5. 29. 12:02

  충남 당진시 합덕읍 신리는 예당평야 복판에 자리를 잡고 있는 마을이다. 예당평야는 충청남도 예산군, 당진군, 아산시 등에 걸쳐있는 평야로 삽교천과 무한천이 만들어낸 범람원이다. 그러니까 신리는 범람원 한 가운데에 자리를 잡았다는 뜻이다.

  보통 범람원의 취락은 자연제방에 입지한다는 것이 교과서적인 정의이다. 하지만 신리는 배후습지에 입지한 '탈 교과서적'인 입지를 보여준다. 따라서 홍수에 매우 취락한 마을임을 짐작할 수 있다. 19세기 중반 이 마을에 살았던 다블뤼(Marie Nicolas Antoine Daveluy, 1818~1866, 5대 조선교구청 교구장) 주교의 편지에 당시의 상황이 잘 묘사되어 있다.


전부터 교우촌의 온상이었고 요즈음에도 약 4 백여 명의 교우들이 있는데 이들 중 상당수는 외교인들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추억이 충만한 이 지방은 광대한 늪지이며 바다 쪽으로 펼쳐져 있는 저지대 늪과 해협이 많이 있고 밀물 때 바닷물이 들어오는 자연분지로 인하여 사방이 차단되어 있습니다. 매우 습하지만 샘물은 자주 귀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거의 항상 더럽고 자주 악취가 나는 늪의 물을 마십니다. 그래도 이 물은 해롭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물맛에 익숙해지면 됩니다. 땅은 모두 하천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이 하천들 사이로 좀 덜 낮은 부분에 지어진 집들은 자주 물에 잠깁니다. 집들과 마을들은 때때로 작은 섬이나 보통 섬처럼 됩니다. 이곳이 바로 제가 사목 순방 6개월의 대부분을 보낸 곳입니다


  이처럼 홍수의 위험에 노출된 열악한 환경을 감수하면서 마을을 이뤘을 때는 위험을 보상할 만한 다른 잇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 잇점이란 바로 농업 생산성과 수운이다. 충적평야는 기본적으로 물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유기물이 풍부하여 매우 비옥하다. 또한 신리는 삽교천의 수운을 이용하여 쉽게 아산만에 도달할 수 있는 위치였다. 삽교천의 가항 종점이었던 구만포가 신리와 인접한 상류에 위치한다.

  여기에 더하여 새로운 정착지를 찾던 사람들에게는 하천의 하류지역이 매력적인 장소였다는 점도 마을이 들어선 중요한 배경이었다. 여기서 '매력적'이라는 의미는 '명당'의 의미가 아니라 당시까지 '점유되지 않은 땅'이었다는 의미이다. 조선 후기로 가면서 인구가 많이 늘었고 이에따라 새로운 정착지가 많이 필요해졌다. 당시 마을이 입지하기에 좋은 자리였던 곳은 하천의 중상류 연안이었다. 하지만 이런 곳들은 대부분 마을이 이미 들어서 있었다. 따라서 새로운 정착지를 찾던 사람들은 기득권 세력이 장악하고 있는 중상류를 포기하고 하류 연안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新里'라는 이름에서 이런 특징을 유추할 수 있다. '새말(新里)'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마을은 조선 후기에 만들어진 마을로 아주 오래된 마을은 아니다.


[신리성지 전망대에서 바라본 예당평야(삽교천 방향)]


[신리성지의 연못. 배후습지의 자취이다]



[범람원에 자리 잡은 마을 신리]


[신리성지에서 바라본 예당평야(내륙 방향)] 


[다불뤼 주교가 살았던 집. 범람원 중에서 높이가 약간 높은 곳을 골라 집을 지었다]





☞ 관련 링크 http://blog.daum.net/lovegeo/6780712 [내포 천주교 문화 답사]

'자연지리 > 하천과 평야' 카테고리의 다른 글

[드론영상]포인트바와 공격사면: 백마강  (0) 2022.10.05
서해안 하안단구  (0) 2022.09.03
산간 분지 영월읍  (0) 2018.05.20
구하도: 영월군 방절리  (0) 2018.05.18
침식분지-해안분지  (0) 2017.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