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지리/지질&암석

청량산이 3대 奇岳에 들게 된 이유는?

Geotopia 2017. 8. 7. 16:08

▶ 퇴적과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산


청량산은 우리나라 '3奇岳(영암 월출산, 청송 주왕산, 봉화 청량산)'의 하나로 꼽히는 산이다. 이황은 청량산을 특히 사랑하여 자주 찾았다고 하며 청량산의 경승지와 관련된 많은 시를 남겼다.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구절양장의 계곡, 그리고 울창한 삼림은 당대 최고의 성리학자를 매료시켰음직 하다. 이황을 매료시킨 청량산의 독특한 지형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독특한 모양은 우선 독특한 지질구조에 기원한다. 주로 퇴적암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청량산 역암층'으로 불리는 퇴적층이 넓게 분포한다. 퇴적층에 박힌 자갈은 화강암과 편마암, 편암과 사암, 이암 등 다양한 종류의 기원을 자랑한다. 간혹 현무암이나 안산암, 유문암 등 화산암이 박혀있기도 한데 이 화산암 자갈들은 역암층의 상부로 갈수록 많이 분포한다.


<청량산 청량사와 연화봉>


퇴적층이 두껍게 발달하고 있다는 것은 이 일대가 과거 바다나 호수였음을 의미한다. 경상도 일대는 백악기 공룡들의 낙원이었을 만큼 거대한 호수였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기후 변동으로 여러 차례 대규모 홍수가 발생했고 이 때 주변 산지에서 많은 양의 자갈, 모래, 진흙 등이 떠밀려 와 호수 바닥에 쌓였다. 이 일대 퇴적층의 두께는 무려 700m에 이른다고 한다.


<청량사 주변의 역암>


퇴적층의 하부는 셰일, 이암, 사암 등이 발달하고 상부로 갈수록 굵은 이 박힌 역암층이 발달한다. 입자가 얇을수록 멀리까지 이동하므로 점토는 호수가 가장 넓었던 시기에 호수의 전역에 걸쳐 퇴적되었을 것이다. 백악기 말부터 판구조 운동에 의해 점차 호수가 융기하기 시작하였다. 불국사변동으로 불리는 이 지각운동으로 경상도 전체가 떠올랐으며 소백산지가 형성되었다. 점토질이 쌓여있던 호수의 중심 부분이 융기에 의해 호수가 작아지면서 점차 호수의 가장자리에 위치하게 되었고 과거에 비해 짧아진 하천들은 좀 더 굵은 물질들을 운반하여 그 위를 덮었다. 이러한 과정이 오랜 시간 계속되면서 상부로 갈수록 퇴적물의 입자가 굵어지는 독특한 현상이 일어나게 되었다.


<청량산 서쪽 기슭을 자르고 흐르는 낙동강. 퇴적암 노두가 발달하고 있다>


또한 이 시기에는 화강암 관입과 화산활동이 동반되었다. 거대한 화산력들이 퇴적층의 상부에 나타나는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다. 즉, 퇴적층이 형성되었던 마지막 단계에서 화산 활동이 있었고 이때 만들어진 화산암편들이 퇴적층에 섞이게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청량산 퇴적층의 최상부에는 응회암 등 화산암류가 덮여 있다. 이들은 백악기말부터 제3기초까지 일어났던 화산활동에 의한 것이다. 화산암층은 층리가 불량한 편이다.


청량산은 지질구조적으로 奇岳이 될 소지를 안고 태어났다.   


<청량산 퇴적암>


지각운동의 교차점: 융기량이 크다.

    

규모가 작은 지각운동이었던 불국사변동은 주로 경상도 일대에 영향을 미쳤다.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의 영향으로 오늘날의 소백산지 일대가 융기하였다. 이어서 신생대 제3기에는 동해지각의 확대에 따른 경동성 요곡운동으로 한반도의 동쪽이 융기하였다. 봉화군은 이 두 개의 융기축이 교차하는 지점에 자리를 잡고 있어서 융기량이 매우 큰 지역이다. 거대한 퇴적층이 솟아 올라서 870m의 산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다.


<*연두색:동해지각 확대에 따른 융기축/파란색: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의 횡압력에 의한 융기축 *원도: 월간 산>


<낙동강변에서 바라본 청량산>



  ▶ 절리면을 따라 발달한 깊은 협곡 


지각운동으로 퇴적층이 융기하는 과정에서 지질구조선이 만들어졌고 절리가 발달하였다. 거대한 호수 아래에서 만들어진 지층이 떠오르게 되면 수압 등 지층을 누르고 있던 압력이 해소되면서 절리가 발달한다. 청량산 일대의 주 구조선은 북북동-남남서 방향과 이의 수직 방향인 서북서-동남동 방향이다.

청량산 남쪽과 북쪽으로 서북서-동남동 방향의 구조선이 평행으로 발달하는데 두 구조선 간의 간격은 2km 정도이다. 이 두 개의 구조선은 길이가 16~17km 정도이며 동쪽 재산면에서 서쪽 상운면을 잇는다. 이 구조선을 따라 작은 하천이 발달하고 있는데 청량산은 이 두 개의 구조선과 같은 방향으로 뻗어 있다. 즉, 서북서-동남동 방향의 구조선이 퇴적층을 두부 자르듯이 잘랐고 오랜 세월 구조선이 침식을 당하면서 청량산이 만들어졌다.

북북서-남남동 방향의 구조선은 청량산의 동쪽에 두드러진다. 이 구조선을 따라 동면천과 동계천이 북쪽과 남쪽으로 각각 흘러 낙동강으로 유입한다. 안동시 와룡면에서 봉화군 재산면까지 뻗어있는 이 구조선은 길이가 40km에 달한다. 이 구조선 역시 퇴적층을 두부 자르듯이 잘랐으며 청량산체의 동쪽 경계를 이루고 있다.

청량산의 서쪽으로는 낙동강의 본류가 흘러가고 있다. 이 부분에서 낙동강은 거의 남북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데 지질도상으로 구조선이 발달하지는 않았지만 청량산 동쪽의 구조선과 거의 평행을 이루고 있다.

요약하면 청량산은 평행하는 두 개의 구조선과 이들과 직각으로 만나는 한 개의 구조선에 의해 직사각형으로 성형이 되었다. 사각형의 나머지 한 변은 낙동강이 차지하고 있다.



<청량산 지질  *자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청량산 지형 *자료: Google earth>


<봉화군 일대 지질과 지형>


그런데 퇴적암은 화강암에 비해 상대적으로 풍화가 잘 진행되지 않는 성질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하천이 구조선을 집중적으로 침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좁고 깊은 협곡을 이루는 경우가 많다. 청량산은 전형적인 퇴적암 산지의 협곡을 보여준다. 더욱이 낙동강의 최상류에 해당하기 때문에 침식 기준면과의 고도차가 상당히 크다. 실제로 청량산 기슭을 지나는 낙동강의 해발고도가 270m를 넘나든다. 태백산지 일대의 하천들이 여전히 하방침식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청량산 일대는 하방침식이 활발히 진행중이다. 다시 말하면 지금도 협곡을 계속 만들고 있는 중이다.


<봉우리(선학봉과 자란봉) 사이가 협곡이어서 이런 다리를 놓을 수 있다>


<하늘다리에서 바라본 청량산 협곡. 청량산과 정면에 보이는 산 사이로 WNW-ESE방향의 구조선이 지나간다>


<선학봉 아래에 발달한 협곡>


<청량폭포. 인공폭포지만 협곡에 위치한 수직 절벽을 이용했다>


▶ 화산암 우산, 협곡의 또 다른 원인


구이린이나 하롱베이의 塔카르스트나 건조지역의 메사(Mesa/미국 유타의 Monument valley가 유명하다) 등의 지형은 맨 꼭대기 지층이 상대적으로 풍화에 강하기 때문에 만들어진다. 즉, 지층의 맨 꼭대기를 풍화에 강한 암석이 차지하고 있으면 이것이 우산과 같은 역할을 하여 주변 지역은 풍화·침식을 당하는 동안 해당 지역은 침식에 견뎌 남아 거대한 기둥 모양의 지형이 발달한다.

탑카르스트나 메사에 비해 소규모지만 타이완의 예류(野柳)도 비슷한 원리로 만들어진 지형으로 볼 수 있다. 아래쪽의 사암이 침식을 당하는 동안 상대적으로 침식에 강한 윗부분의 석회암이 침식에 견디어 남아 이런 독특한 모양의 지형이 되었다. 물론 융기가 진행되는 동안 수면 아랫 부분이 파도에 의해 침식되기도 했지만 수면 위로 올라온 이후에도 침식이 진행되고 있는 이유는 상층과 하층의 암석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층을 이루는 이암계열의 바위는 지금도 계속 풍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지형들을 청량산에 적용해 보면 그 독특한 모양을 설명할 수 있다. 청량산의 상층부는 응회암, 또는 안산암 계열의 화산암이 덮고 있다. 생성연대가 아래층의 퇴적암에 비해 늦고 또 분출암이기 때문에 주상절리 형태 외에는 깊은 절리가 잘 발달하지 않는다. 또한 분출과 함께 급격하게 냉각되는 화산암은 암석의 입자가 미세한 유리질을 이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절리가 발달하지 않는 유리질의 암석은 풍화를 방지하는 우산 역할을 하기에 적절하다.

또한 하부의 퇴적암 가운데 가장 아랫쪽에 있는 이암은 역암 등 다른 퇴적암에 비해 기계적 풍화가 잘 진행된다. 그래서 지층의 아랫 부분이 먼저 떨어져 나가서 마치 처마처럼 생긴 지형이 만들어진다. 이를 니치(Niche)라고 하는데 청량산 전역에서 발견이 된다. 수천만년 동안 성장한 니치도 청량산의 수직 절벽을 형성한 원인 중 하나이다.


<최상층의 화산암층은 대부분 식생으로 덮여 있다>


<청량산 최고봉인 장인봉(870m) 정상의 풍화층>


<응회암질 암편>


니치(Niche)

 

니암, 사암, 역암이 차례로 쌓여있는 퇴적암에서 아래층이 차별적으로 침식되어 만들어진다. 니암(또는 사암)이 역암에 비해 빨리 침식되어 만들어진다. 차별침식의 가장 큰 원인은 열전도율로 알려져 있다. 굵은 이물질들이 섞여 있는 역암에 비해 니암이나 사암은 입자가 비교적 고르기 때문에 열 전도율이 높다. 따라서 이암이나 사암은 쉽게 팽창하고 쉽게 식기 때문에 조직이 잘 손상되며 침식이 잘 일어난다.


<니치>


  ▶ 요약


  -거대한 퇴적암은 그 자체로 독특한 경관을 만들어낸다. 채석강이나 마이산 등의 퇴적암이 유명한데 청량산 역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원인으로 만들어졌다.

  -청량산 주변에는 중생대 지각운동을 반영한 뚜렷한 구조선이 통과한다.

  -풍화속성이 약한 퇴적암에서는 구조선을 따라 깊은 하곡이 발달한다.

  -최상층을 이루고 있는 화산암은 풍화와 침식을 방어하는 우산 역할을 하여 경사가 급하고 정상이 평평한 독특한 지형을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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