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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가 무슨 공을 따지겠느냐”
그러나 그는 평범한 농민이 아니었어. 광주민주화운동 보상금을 받을 수 있었는데도 “죽은 사람들도 있는데 살아남은 자가 무슨 공을 따지겠느냐”라며 포기했단다. 후배 운동권들이 무얼 하면 출세하고 어찌하면 국회의원이 될까 ‘짱구를 굴리는’ 동안, 그는 우리 밀 살리기 운동에 앞장서고, 전국가톨릭농민회 부회장으로서 농민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싸웠단다. 지난해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쌀값 수매가를 가마당 17만원에서 21만원으로 올리겠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하며 민중대회 참가했다. 그 현장에서 물대포를 맞아 쓰러졌다가 317일 만인 며칠 전 세상을 떠나셨어.
그분은 왜 그런 삶을 사셨을까. 적당히 농사짓고 눈치 봐서 보상받고, 농협 돈 대출받아 대충 요령껏 떼먹고, 개발 정보 있으면 땅 몇 마지기 사뒀다가 졸부가 되는 사람도 숱하게 많았던 시대에, 왜 그분은 고생만 하다가 가셨을까. 그분의 영정 앞에서 또 한번 ‘왜?’라는 질문을 아빠는 여러 번 되뇌었다. 하지만 역시 답은 없었어. 그저 이렇게 중얼거릴밖에. “감사합니다. 선생님이 그렇게 살아주셨기에 오늘 우리가 이 정도나마 살고 있습니다.” 그 얼마 뒤 아빠는 혼잣말을 하다가 울컥해서 목에 힘을 주고 말았단다. “그런데 우리가 바보처럼 살아서 선생님을 이렇게 돌아가시게 했습니다. 선생님을 죽여놓고도 사과 한마디 없고, 도리어 자기들이 죽였다는 증거가 없지 않으냐며 선생님 몸에 칼을 댈 궁리만 하는 일제강점기 일본 놈 같은 정부를 만들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 전체 기사 http://www.sisain.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27203 <시사 in, 2016.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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