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지리/식생&토양

나무를 자르자?

Geotopia 2007. 11. 15. 20:15

  식목일이 2006년부터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 '너무 노는 날이 많아서'라는 사용자의 입장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 숲의 현 상태를 놓고 본다면 일리가 있는 결정이었다고 생각된다. 지금의 산은 대부분 사진처럼 나무의 밀도가 높아서 더 이상 '植木'을 할 공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한 두 그루 나무를 심고 산불로 수 만 그루를 한꺼번에 태워버리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날이 바로 식목일이었다.
  '나무심기'는 약 30여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었다. 1970년대에 '메아리가 살게 나무를 심자'는 노래가 초등학교 음악책에 실려있을 정도였으니 당시에는 '나무심기'가 지상의 과제였음에 틀림없다. 오죽했으면 '나무 심는 날'이 공휴일이었을까.
  이제 그때 심은 나무들이 서른살 안팎이 되었다. 이런 나무들을 얼마나 잘 자라도록 하느냐가 나무 가꾸기에서 중요한 관건이 되었다. 여러가지 대책들이 강구되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나무가 자란 만큼 하나하나의 나무들이 차지하는 영역을 넓혀주어야 한다. 30년 전 어린 나무들이 차지하고 있던 영역을 서른 살 중년의 나무가 똑같이 차지하고 있으니 숲이 허약할 수밖에 없다. 숲을 튼튼히 하기 위해서 나무를 '자를 때'가 온 것이다. 잘 자름으로써 잘 자랄 수 있도록.
  첫번째 사진은 부여 부소산성의 숲으로 잡목을 잘 정리한 상태이다. 이런 숲은 나무와 나무 사이가 충분히 넓어서 보다 튼튼한 숲으로 자랄 수 있다. 반면 두번째 사진은(봉서산) 70년대 이후 정부주도로 심은 고만고만한 리기다 소나무가 밀집한 모습이다. 단순림일 뿐만 아니라 나무 사이가 충분하게 넓지 못하여 나무들이 충분히 옆으로 자라지 못하고 무조건 위를 향해 자랐음을 알 수 있다. 단순림은 생태적으로 취약한데 더욱이 하나하나의 나무들이 왜소하여 튼튼하지 못한 숲이 되었다. 이제라도 아까워 하지 말고 과감하게 간별을 하는 것이 숲을 위해서는 훨씬 효과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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