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여행기&답사자료/홍콩·싱가폴

첵랍콕에서 침사추이까지

Geotopia 2014. 9. 6. 13:34

 ▶첫째 날 일정 : 천안출발(06:25, KTX)-인천공항 도착(08:00)-인천 출발(10:40)-타이완 상공 통과(13:40)-홍콩 도착(13:45, 현지 시간)-공항 출발(15:00)-호텔 도착(16:05)-호텔 출발(16:55)-차이나페리터미널(17:30)-하버투어(18:55)-Symphony of Light(20:00)-저녁 식사(HingFat 興發, 20:50)   * 이 글의 내용은 빨간 글씨까지 입니다.

 

☞전체 일정(여행자료): http://blog.daum.net/lovegeo/6780396

 

<홍콩 주요 여행지  *원도: Bingmap>

 

<까오룽반도 여행 경로와 빅토리아하버의 홍콩섬 연안  *원도: Bingmap>

 

▶ 홍콩을 동서로 가로질러 착륙한다

 

  바다 위로만 날다가 홍콩에 근접하면서 항로를  바꾸는데 홍콩 남쪽에서 북쪽으로 올라간 다음 까오룽반도 북쪽에서 왼쪽으로 선회하여 까오룽 반도를 동서로 횡단한다. 다행스럽게도 고도가 낮아져 구름층을 통과하면서 아래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또 다행스럽게도 비행기가 왼쪽으로 선회를 하는 덕분에 날개 너머로 홍콩을 볼 수 있다.  첵랍콕공항이 까오룽반도의 서쪽에 있는 란터우섬에 있고 란터우섬 내에서도 북쪽에 있기 때문에 이런 항로가 나왔다. 이륙하는 비행기들은 반대로 날아 오른다. 구름층을 벗어나면서 까오룽반도의 동쪽부분과 까오룽반도 너머 홍콩섬의 동쪽 부분이 구름 사이로 살짝 보인다.

 

 <홍콩 상공의 항로(위 Google영상). 위성영상의 사각형부분이 대략 이 사진에 찍힌 부분이다>

 

<란타우섬의 북쪽 해안. 해안을 따라 발달한 도로와 철도는 다리를 건너 까오룽반도로 이어진다>

 

<공항의 동쪽으로 매립지가 조성되고 있다>

 

<발전소와 제철소 등 공단이 있는 투엔문(屯門). 첵랍콕의 북쪽에 있으며 까오룽반도의 서쪽 끝에 해당한다>

 

홍콩 시내로 갈 때는 버스가 좋다

 

  낯선 곳을 여행하는 것은 생각 밖으로 흘려버리는 시간이 많다. 옥토퍼스 카드와 트램 티켓을 사기 위해 두 명의 직원과 한 명의 한국인 여행사 직원에게 창구를 물어야 했으며, 한국인을 포함한 두 명으로부터는 정보를 못 얻었거나 부정확한 정보를 얻었다. 생각했던 경로는 내리자마자 창구를 찾아서 표를 사고 바로 시내로 이동하는 것이었지만 그건 머릿속의 계획일 뿐이었고 실제로는 거의 30분 가까이 창구를 찾아 헤매었다.

  21번 버스를 탔다. 그것도 호텔 셔틀버스 타는 곳과 일반 버스 승강장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해 10여 분을 허비한 다음이었다. 알고 있는 곳은 참 쉬운데 처음 가는 곳은 어디든 어렵다. 많은 경험은 새로운 상황을 빨리 파악하도록 해 주지만 누구에게나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새로운 상황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첵랍콕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교통편은 공항철도(AEL)가 가장 빠르고 편리하다고 한다. 하지만 시내 구간을 지하로 지나므로 이동하면서 경관을 구경하는 것은 버스를 따를 수 없다 그래서 버스를 타기로 했던 것이다. 거기다가 덤으로 홍콩의 상징인 2층 버스를 경험하는 큰 장점이 있다. 미리 찾아본 바로는 버스에서 하차 안내가 잘 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해서 더 용기를 냈다. 하차할 정류장 앞의 정류장을 세 개 찾아놓았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을 쓰면 충분히 실수하지 않고 내릴 수 있으리라 생각되었다.

 

<시내로 들어가는 버스에서 바라본 똥충(東通). 란타우 최대의 고급 주거지구로 공항의 바로 남쪽에 있다>

 

  공항이 있는 란타우섬에서 구룡반도로 넘어가는 다리를 건너기까지 버스가 달리는 방향의 왼쪽으로 착륙하는 비행기들을 볼 수 있다. 꼬리를 물 듯 비행기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첵랍콕이 세계적 허브공항임을 실감할 수 있다.

  바다를 건너는 다리는 거대한 현수교인데 까우롱(九龍)반도와 란타우의 거리가 그다지 멀지 않아서 우리 인천대교와 비교하면 짧은 편이다. 까오룽반도와 란타우 사이에는 두 개의 섬이 있고 이들을 다리로 연결하고 있다. 란타우쪽의 작은 섬은 마완(馬灣)섬이고 까오룽반도쪽의 보다 큰 섬은 칭이(靑衣)섬이다.  란타우와 마완 사이의 다리는 갑슈이문(汲水門)교라고 하고 마완과 칭이섬 사이의 좀 더 긴 다리의 이름은 두 섬의 이름 첫 글자를 딴 칭마(靑馬)대교이다. 길이는 2.2km라고 한다.

 

<첵랍콕으로 착륙하는 비행기. 란타우섬을 벗어나기 전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행기들을 볼 수 있다>

 

<AEL노선과 도로가 나란히 뻗어있다. 란타우 북쪽의 작은 만인 얌오(陰澳)만에 남아있는 말뚝은 무엇의 잔해일까?>

 

< 란타우와 마완(馬灣)섬을 연결하는 갑슈이문(汲水門)대교에서 북쪽 방향으로. 오른쪽이 마완, 왼쪽이 란타우, 그리고 멀리 투엔문이 보인다>

 

<마완섬>

 

<칭마대교에서 바라본 칭이섬과 팅카우(汀九)교. 팅카우교는 칭이섬과 까오룽반도 서쪽을 연결한다>

 

  췬칭(筌靑)대교를 건너면서 펼쳐지는 울창한 숲은 우리나라와는 다른 경관을 보여준다. 한 눈에 보기에도 숲의 나무가 울창하고 키가 큰 것이 온대 조엽수림 지역임을 느낄 수 있다. 췬칭대교는 칭의섬과 까오룽반도를 연결하는 다리인데 췬완과 칭의의 첫 글자를 따왔다. 칭마대교도 같은 방법으로 지은 이름인데 우리나라와 비슷한 작명법이다.

 

<칭이섬과 까오룽반도를 연결하는 췬칭(筌靑)교. 췬완(筌灣)과 칭의(靑衣)의 첫 글자를 따왔다>

 

<췬칭대교를 건너면 무성한 아열대림(조엽수림) 경관이 펼쳐진다>

 

  버스 정류장의 순서가 오기 전에 조사한 내용과는 조금 다르다. 조사해온 것과 순서가 바뀐 것은 아니지만 알지 못했던 정류장들이 여러 개 중간에 등장한다. 하지만 방향이 맞고, 버스 앞 전광판에 다음 정류장이 계속 표시가 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 같다.

  네이던로드는 까우롱반도 중심을 관통하여 남쪽으로 내려가는데 인도에 사람이 많은 중심가이다. 하지만 재건축이 진행되고 있거나 낡은 건물들이 꽤 많은 것으로 보아 현재의 중심가라기보다는 과거의 중심가였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직업병은 속일 수가 없다. 지나가는 길에도 학교는 먼저 눈에 띈다>

 

<낡은 건물을 보수하기 위해 이런 가설재를 설치한 곳을  많이 볼 수 있다>

 

<건물 사이에서 새로 건물을 짓고 있다>

 

<네이던로드>

 

City view도 못되는 Wall view

 

  ‘침사추이정류장에서 하차를 해서 조금 걸어서 호텔에 도착했다. 도상 훈련을 많이 해서(?) 머릿속에 그려 놓았던 지도와 거의 일치한다. 우리가 머물 Salisbury YMCA는 대로인 네이던로드에 면하고 있지는 않지만 네이던 로드와 면하고 있는 Peninsular호텔과 등을 맞대고 있는 위치여서 찾기가 그다지 어렵지는 않다.

  약간의 쪽팔림을 무릅쓰고 아침 식사 예약이 취소되는지를 물었다. 내일은 아침 일찍 마카오로 출발해야 되고, 모레 역시 일찍 공항에 가야되기 때문에 7:30에 시작되는 아침 식사를 이틀 모두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인터넷 예약이라서 안 된단다. 대신에 도시락을 싸주겠단다. 그렇다면 아까울 것이 없다.

  전망 좋은 방을 부탁했더니 전망 좋은 방은 돈을 더 내야 배정을 해줄 수 있다고 한다. Harbour view는 안 되고 City view라고 멋쩍게 말하는데 방에 들어와서 왜 멋쩍게 웃었는지를 금세 알 수 있었다. City view도 아니고 Wall view이다. 비용을 좀 더 지불하고 전망이 좋은 방을 달라고 할까 잠깐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오늘, 내일 모두 저녁 늦게나 호텔에 들어올 예정이고, 또 아침에 일찍 나가야 하기 때문에 괜한 허비일 뿐이다.

 

지붕을 커다란 화분으로 활용할 수 있다

 

<Salisbury YMCA호텔에서 바라본 빅토리아하버. 우리방은 이런 경관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ㅠㅠ>

 

  호텔 앞 야트막한 건물들은 옥상에 커다란 나무를 한그루씩 지붕에 얹고 있다. 강수량이 풍부하고 겨울 기온이 높은 전형적인 조엽수림 경관을 볼 수 있다.

 

☞ 홍콩 온대겨울건조기후(Cw)의 특징  http://blog.daum.net/lovegeo/6780408

 

자유여행이 좋은 이유, 하지만 나는?

 

  마카오 페리 예매를 미리하길 정말 잘했다. 원래는 내일 아침 일찍 나가서 표를 끊을 생각이었는데 아무래도 아침에는 표를 못 구할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표를 못 구한다면 일정에 많은 오차가 생길 수밖에 없다. 점심을 기내식으로 해결을 했으므로 점심을 먹을 시간만큼이 절약되었기 때문에 시간적 부담도 없었다. 원래 점심은 네이던로드에서 딤섬을 먹을까 했었다. 인터넷에 올라온 자료에 제법 유명한 딤섬 전문점으로 소개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곳은 호텔을 기준으로 볼 때 페리터미널과는 반대쪽이기 때문에 점심을 먹게 되면 사실상 표를 사러 갈 시간이 나오지 않는다.

어쨌든 더위와 인파를 뚫고 터미널에 도착했다.

  아니나 다를까? 일곱 시 표는 이미 모두 매진이다. 여덟시 이후에나 표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여러 가지 예상 밖의 일정이 불가피하다. 망설이고 있는데 아내가 코타이 행을 끊자고 하는 것이다. 사실 아내는 코타이 터미널과 마카오페리 터미널을 전혀 구별하지 못하면서 한 말이었지만 얘길 듣고 가만 생각해보니 일정을 늦추느니 그게 낫겠다. 코타이로 가면 시간이 좀 더 많이 걸리기 때문에 빡빡한 일정이 더욱 빡빡해진다. 하지만 마카오터미널 행 다음 배를 타는 것보다는 낫다.

나는 왜 그 생각을 못했던 것일까? 프로바둑기사가 아마추어 초급자들의 바둑을 구경하다가도 깨닫는 것이 있다고 한다. 나는 미리 공부한 프레임에 빠져서 다른 생각을 아예 못하고 대책도 없는 대책을 궁리하느라 머리만 혼란스러웠는데 마카오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는 아내는 모르기 때문에 그냥 지른 것이 의외로 답이 된 것이다.

  결국 코타이로 가는 7:30표를 겨우 끊었다. 코타이섬은 아예 일정에 넣지 않았었는데 얼결에 코타이를 구경이라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오히려 다행이다 싶다. 코타이섬은 도박의 도시 마카오의 도박 중심지로서 호텔과 카지노가 밀집한 곳이다. 세계문화유산이 집중하고 있는 마카오반도와는 분위기가 많이 다른 곳이다.

 

<Harbour city Tower에서 바라본 Victria Harbour>

 

  이래서 자유여행은 훨씬 많은 에피소드를 만들 가능성이 크다. 변수들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이런 에피소드를 통해 배우고 의미를 찾는다면 당연히 여행은 자유여행이 옳다. 여유가 있다면 이런 돌발 변수를 즐기면서 여행을 하련만하지만 짧은 시간 동안 많은 곳을 경험해야 한다고 믿는 강박증 환자인 나는 아직도 사막에서 물을 찾듯 끊임없이 돌아다니는 여행 스타일을 고집하고 있다. 빨리 이동하고 중요한 포인트에서는 자유롭게 여행을 하는 세미 배낭스타일이 내게는 그래서 잘 맞는다. 나의 이런 강박증은 훗날 은퇴를 하면 없어지려나?

 

<Harbour city Tower에서 바라본 Victria Harbour. Harbour city Tower는 나란히 서있는 세 쌍둥이 건물이다>

 

<Harbour city Tower에서 바라본 해안도로>

 

홍콩은 선진국인가, 후진국인가?

 

  차이나페리터미널로 갈 때는 구경삼아 걸어서 갔다. 도상 훈련을 한 결과로는 해변을 따라 갈 것이라 생각했는데 많은 구간이 건물을 통과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건물은 모두 상가이다. 쇼핑산업이 발달한 나라답게 사람이 다니는 통로가 쇼핑몰(Harbour city, Ocean center )이 되도록 만들어놓았다. 해안을 볼 수 없어서 아쉬운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맙다. 날씨가 더워서 실내로 통과하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근데 이 나라의 한 가지 문제점은 모든 가게들이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출입문을 열어 놓는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서울에서도 이런 풍조가 있어서 얼마 전에 법으로 규제를 하기 시작했다. 이건 정말 이기심으로 똘똘 뭉친 후진적 사고방식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기 가게로 손님을 유혹하기 위해 온 도시를 찜통으로 만드는 행위일 뿐만 아니라 많은 자원을 낭비하는 반인류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이런 불합리한 행위를 시작했을 것이며 그 불합리한 행위가 합리적으로 규제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유리하므로오히려 주변으로 전파되었을 것이며 급기야는 안하면 나만 손해라는 사고에 이르러 제어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만 것이다.

  천민자본주의의 전형적인 특징이 바로 이것이다. ‘옳고 그름이라는 판단의 기준이 이익과 손해라는 판단의 기준으로 대체가 되는 것이다. 작금의 우리 정치 현실은 바로 이런 판단 기준의 혼란에서 오는 것인데 그것은 당연히 사회적 분위기와 상호작용을 한다.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와 같은 이야기지만 대체로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이 맑은 것이 일반적이며, 특히 계급적 사고가 뚜렷한 유교사회에서는 더욱 윗물이 맑을 필요가 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정치적 판단이 어때야 하는지는 명확해진다.

 

  또 한 가지, 다음과 같은 홍콩의 단면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페리터미널의 표 파는 방식이 굉장히 독특하다. 우선 마카오행 표와 코타이행 표를 파는 창구가 다른데 보아하니 운영하는 회사가 다른 것 같다. 그건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지만 말도 안 되는 것은 공식 창구 바로 앞에서 버젓이 암표를 파는 사람이 두어 명이나 있다는 사실이다. 이건 도대체 어디서 흘러나온 표이며, 창구의 직원들은 뻔히 보면서도 왜 단속을 하지 않는단 말인가? 그리고 바로 옆에는 사설 여행사가 역시 표를 팔고 있다. 여행사에서 파는 표는 약간 비싼데 암표는 값을 물어보지 않아 정확히는 모르겠다. 오기 전에 어떤 글에서는 오히려 암표가 싸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건 도대체 무슨 구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