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오슬로대학의 박노자교수 칼럼 '한국, 안과 밖'
내 앞에 별로 두껍지 않은 복사본 한 부가 놓여 있다. 6년 전, 미국 프린스턴대학을 방문했을 때 그 도서관에서 복사한 이승만의 박사학위 논문이다. <미국의 영향을 받은 전시 중립 개념>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이승만이 1910년에 학위를 받았다. 공교롭게도 같은 해에 대한제국이 강점당했는데, 요즘의 석사 논문 분량(도합 115쪽)인 이 박사학위 논문에서 ‘코리아’라는 국명을 찾는 것은 허사다. 이승만은 러-일 전쟁 때 고종의 전시 중립 선언이 결국 일본의 강압으로 무효화된 것을 6년 후인 1910년까지 생생히 잘 기억했을 터인데, 그의 출신 국가는 문턱 높은 프린스턴대학의 연구 대상에 오르기에는 그에게 참으로 하찮게 보였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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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은 대한제국의 강점에 적극 협조한 미국 외교관 더럼 스티븐스를 1908년에 저격한 장인환·전명운, 두 독립운동가를 위한 법정 통역을 거절한 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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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등 외세의 침략에 대한 피해의식이 아직도 강한 한국인으로서는,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 될 프린스턴대학의 총장 윌슨 등의 미국 유력자들에게 아부하면서 자신의 진로를 모색하는 도미 시절의 이승만, 만주군 시절의 박정희보다는, 이승만이 경멸한 장인환이나 안중근이 훨씬 더 존경스럽다. 그들이 ‘살인자’라서라기보다는, 장기투옥이나 사형을 각오하면서 단행한 그들의 행위는 궁극적으로 살신성인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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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 글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605356.html <한겨레신문, 201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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