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벽대전의 하일라이트는 동남풍이었다. 사슬로 묶여있던 조조의 함대를 화공으로 대파한 전설같은 사실은 동남풍 때문에 가능했다. 북서계절풍이 강하게 부는 겨울철에 제갈공명은 북쪽에 포진한 조조군을 화공으로 공격할 계획을 세운다. 북서풍이 강한 계절에 북쪽에 포진한 부대를 화공으로 공격한다는 것은 자살행위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상대가 알아차릴 수 있는 평범한 전술로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제갈공명은 화공이 절대 불가능한 상황이라는 상식을 뒤집음으로써 상대의 의표를 찔렀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제갈공명은 이런 위험천만한 전술을 구사할 수 있었을까?
공명은 지리와 천문에 능통한 사람이었다. 북서계절풍의 와중에 일시적으로 동남풍이 부는 날이 있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계절은 큰 변화없이 해마다 반복이 되므로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기후현상이 일어나는 것이 당연하다. 제갈공명이 기도로써 불러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 이 바람은 사실은 이 시기에 하루, 이틀 정도 반드시 불어오는 바람이었다. 그는 자신이 알고 있던 지식을 전술에 활용했으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기도'라는 '이벤트'를 한 것이다. 적벽대전은 지리와 천문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보여준 사건이었다.
바로 지난 주말(2월7일(금)~2월8일(토))에 그 바람이 불었다. 동아시아의 기압배치는 전체적으로 북고남저형으로 큰 틀의 변화는 없지만 시베리아기단이 일시적으로 약화되면서 중국 내부에 강한 저기압이 발달하는 형세이다. 이런 기압배치에서 일시적으로 동남풍이 부는 것이다.
<중국내부에 강한 저기압이 발달하고 있고 싼샤가 있는 창지앙강 중류지역에 국지적으로 동남풍이 부는 곳이 있다>
<한반도는 전체적으로 동풍이 강하게 불고 있다>
<아산 배방 지산공원(서쪽)에서 KTX역(동쪽)쪽으로 찍은 사진이다(아래 Daum지도 참조)>
<천안시 불당동쪽(동북쪽)을 향해 찍은 사진>
<다음날(2.8)도 역시 동남풍이 불었다. 광덕산 정상에서 서쪽을 향해 찍은 사진이다>
'자연지리 > 기후' 카테고리의 다른 글
태양의 회귀-남중고도의 변화 (0) | 2015.01.08 |
---|---|
대관령 눈 치우는 기계 (0) | 2014.12.26 |
녹차의 동해를 방지하는 바람개비 (0) | 2013.06.02 |
지중해성 기후의 여름 강수 (0) | 2013.04.09 |
백야 (0) | 2013.04.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