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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해간도 Ⅱ

Geotopia 2014. 1. 12. 21:06

  북쪽 백사장 끝의 곧부리에 올라서니 특이한 암석이 있다. 바로 옆에는 응회암 비슷한 퇴적구조가 보이더니 바로  옆에는 종류가 달라 보이는 매끈한 암반과 시스텍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좀 전에 봤던 것은 침식을 당한 측면이므로 퇴적구조가 보였던 것이고 이곳은 그 위에 올라서서 보는 것이기 때문에 층이 보이지 않고 매끈한 면만 보이는 것이다. 즉, 같은 구조의 암반인데 측면에서 보느냐 평면에서 보느냐의 차이 때문에 크게 달라 보였던 것이다. 시루떡을 옆에서 보느냐, 위에서 보느냐의 차이이다. 암반 위에는 혹처럼 튀어나온 시스텍이 하나 있는데 색깔이 누르스름하고 새까만 모자를 쓰고 있는 것이 타이완 옐류공원의 시스텍이 연상된다(http://blog.daum.net/lovegeo/6779782). 하지만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기반암보다 시스텍이 더 약해보인다는 사실이다. 옐류공원은 지금도 계속 융기가 진행중이기 때문에 설명이 가능하지만 이곳은 도대체 왜 이렇단 말인가?

  깊게 파인 절리면은 대략 동-서 방향으로 여전히 이곳도 아까 지나온 육지부와 같은 방향(북북서-남남동 방향의 1차 절리였으므로 2차 절리는 수직 방향인 서남서-동북동 방향이 된다)으로 절리면이 발달하고 있다. 이 일대는 그러니까 한반도의 전형적인 지각운동 방향과는 다른 작용을 받았다고 볼 수 있다.

 

<동-서 방향의 절리면과 암반, 그리고 Sea stack>

 

<화산암질의 암반에 만들어진 Pot hole>

 

<소규모의 Pocket beach에 쌓여 있는 굴껍질 더미>

 

  굴양식장이 많아서 그런지 이곳은 굴껍질이 훨씬 더 많다. 작은 만입부에 발달한 Pocket beach인데 해안에서 떨어져 나온 암석들 대신에 굴껍질이 두껍게 쌓여 있는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다. 반대쪽 곧부리에 올라서니 이번엔 역암층이 나타난다. 화산활동과 퇴적이 비슷한 시기에 일어났다는 뜻일 것이다. 인근 고성의 공룡 발자욱이 만들어진 시기와 중생대 화산활동이 일어난 시기는 거의 비슷하다. 이 일대도 그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과정을 거쳐 암석이 형성되었다고 봐야할 것이다.

 

<Pocket beach 측면의 노두는 역암이다>

 

<마을 앞에 있는 부서진 바지선>

 

<전체 가구수가 10여 호 남짓의 작은 마을이 있다. 가장 넓은 평지는 밭으로 이용되고 있다>

 

  땅이 좁아 경지가 발달하기 어렵지만 작은 규모라도 이렇게 경지를 만들어 활용해온 것이 우리나라의 섬지역이다. 지금은 상업경제가 발달하여 전어업으로도 충분히 생계가 유지될 수 있지만 상업경제 이전부터 내려온 전통적인 반농반어의 관습은 지금도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고라니가 여기까지 습격(?)을 하는 모양인지 밭 둘레를 모두 그물망으로 막아 놓았다. 그 고라니들이 근대화 시기에는 다 어디로 증발했다가 갑자기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나서 농가에 피해를 입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굴 종묘 채묘장>

 

  마을 공동 어업구역이므로 들어가지 말라는 경고판이 있는데 마침 동네 사람 한 사람이 담 밑에 앉아 무슨 일인가를 하고 있다. 혹시 제지하지 않을까 걱정을 잠깐 했지만 내 행색을 보아하니 굴을 따러 온 사람 같지는 않은 모양인지 신경을 쓰지 않는 눈치이다.

  마을 서쪽의 긴 백사장 앞은 굴 종묘 채묘시설로 보이는 말뚝들이 줄지어 서 있다. 부화한 유생들이 물에 떠 다니다가 굴껍질이나 가리비껍질에 붙어서 정착생활에 들어가는데 채묘장은 바로 유생들이 붙을 수 있도록 조개껍질을 매달아 놓는 곳이다.

  이곳에도 해조류가 떠밀려 와서 쌓여 있는데 양도 매우 많고 색깔도 녹색을 띠고 있다. 아까 봤던 것들보다는 최근에 떠밀려 와서 쌓였다는 뜻이다. 태풍 때 뽑혀서 떠밀려 왔는지 뿌리채 뽑힌 덩치가 큰 나무도 해조류 사이에 누워있다.

 

<이곳에도 해조류가 떠밀려 쌓여 있다>

 

<해조류와 함께 뿌리 뽑힌 나무도 밀려와 쌓여 있다>

 

<갯바위에는 이렇게 굴이 붙어 있어서 마을 사람들이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고 있다>

 

  백사장의 끝 곧부리를 돌아서니 갯바위가 펼쳐진다. 파도가 강한 외해에 접하고 있는 부분이므로 백사장보다는 암석해안이 발달한다는 교과서적인 해석이 가능하다. 갯바위에는 굵직한 굴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다. 아주 오래전에 아산만 행담도에 갔을 때(서해안 고속도로가 생기기 훨씬 전으로 배타고 가야만 했던 때이다) 굴이 붙은 바위에 올라섰다가 동네 사람에게 야단을 맞았던 기억이 떠오른다.

 

<서북서-동남동 방향의 절리면>

 

<갯바위에 서있는 글씨없는 비석>

 

  갯바위에 작은 비석이 서 있어서 반갑다. 뭐라고 써있을까 들여다 봤지만 아무런 표식이 없다. 혹시나 해서 사방을 빙빙돌며 관찰을 해봐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돌도 아니고 콘크리트로 대충 만든 것이 큰 의미는 없는 것 같고 아마도 굴밭을 표시하는 동네 표식이 아닌가 싶다. 한무제가 태산에 올랐을 때 태산의 아름다움을  몇 자 글로 형언할 수가 없어서 글을 써넣지 않았다는 무자비(無字碑)가 떠올랐지만 그건 너무 격이 안맞는 비유인 것 같아 웃음이 나온다(http://blog.daum.net/lovegeo/6780271).

 

<바깥 바다와 접하고 있는 남쪽에는 암석해안이나 입자가 굵은 몽돌해안이 발달한다>

 

  외해와 면하고 있지만 몽돌해안이 발달하고 있는 곳도 있고 백사장이 발달하고 있는 곳도 있다. 남쪽 해안에는 두 세 군데에 퇴적해안이 발달하는데 모두 만입 형태로 지형이 발달한 곳이다. 파도도 중요한 지형발달 요인이지만 전체적인 해안의 형태 역시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곳에도 역시 해조류들이 많이 쌓여 있는데 혹시 계절적인 요인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날씨가 따뜻하면 김이 떨어져 나오는 것처럼 이것들도 어떤 이유로 떨어져 나와서 파도에 떠밀려 나온 것일 수도 있는 것이다. 김처럼 따뜻한 수온 때문은 아니더라도 반대로 수온이 내려가는 겨울이 되면 육지의 나무들이 낙엽을 떨어뜨리는 것처럼 해조류도 줄기가 떨어져 나오는 것은 아닐까?

  이 일대 역시 절리면은 거의 동-서 방향으로 발달한다.

 

<거의 동-서 방향으로 발달한 절리면>

 

<진행중인 Pot hole>

 

<동-서 방향의 절리면>

 

<갯바위에 붙어 있는 굴>

 

<남쪽 해안에는 역암층이 발달한다>

 

  곶부리 하나를 또 넘어서니 이번엔 상당부분이 역암으로 이루어져 있는 암석해안이 나타난다. 그런데 고운 이암이나 사암에 둥근 자갈이 박혀있는 것이 아니라 응회암처럼 매우 거칠고 입자의 크기가 불규칙한 암석에 자갈이 박혀있는 형태이다. 역시 화산활동과 퇴적이 결합된 형태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암반을 지나면 또 백사장이 나타나는데 이곳 백사장에 떠밀려온 해조류는 녹색이 아니라 보라색 계열이 섞여 있어서 울긋불긋해 보인다.

 

<남쪽 해안 백사장에는 울긋불긋한 해조류가 쌓여있다>

 

<해간도에서 남쪽방향으로 바라본 한산도 주변>

 

<남쪽 해안에는 더 많은 양의 굴껍질이 쌓여 있다>

 

<물의 힘-날카로운 유리조차도 이렇게 둥근 모양으로 바꿔 놓는다>

 

<길이 막혀서 저 언덕을 기어 올라가야 했다>

 

  멀리 마을 앞 방파제와 아까 연육교에서 봤던 팬션이 보인다. 드디어 해간도 일주가 거의 끝나가는 것이다. 방파제까지는 돌축대가 이어진다. 돌축대를 따라 방파제까지 갔더니, 아뿔싸!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하기 위해 길게 철조망을 쳐 놓은 것이 아닌가! 들어가지 못하도록 쳐 놓은 철조망 때문에 반대로 나는 나갈 수가 없게 된 것이다. 모양이 좀 빠지더라도 개구멍치기라도 해볼까 하고 요리조리 궁리를 해봤지만 도저히 나갈 수 있는 틈이 없다. 결국 되돌아 나오는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아까 오다가 보니 중간에 산으로 올라가는 길이 보였었다. 꽤 멀지만 적어도 거기까지는 되돌아가야만 한다. 되돌아가다 보니 길은 아니지만 올라갈만한 틈이 보이는 곳이 있어서 시도를 해봤지만 이게 만만치가 않다. 아래에서 보는 것보다 경사가 심해서 포기해야만 했고 두 번째 시도에서 겨우 숲은 헤치고 산에 올라설 수 있었다.

  하지만 산에 올라보니 또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저 위에까지만 가면 그 위로는 바로 길이 있을거라고 생각한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인가 올라와 보니 바로 알겠다. 천상 아까 봐뒀던 길을 지향하면서 숲은 헤치고 가는 수밖에 없겠다. 다행스럽게도 섬이 작아서 많이 헤매지 않고 길을 찾을 수 있었다. 보아하니 동네사람들이 조상들 묘를 써놓은 곳으로 아마도 성묘를 하느라 난 길인 것 같다. 이 좁은 섬에도 남쪽을 바라보는 양지바른 자리에는 무덤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길이 난 방향은 좀전에 되돌아온 방파제 쪽이 아니라 아까 지나온 굴 채묘장이 있는 곳으로, 내가 가야할 곳의 반대쪽이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난데없는 산속에서 카메라를 들고 나타나는 꼴을 누가 보기라도 하면 영락없이 미친놈이라 하겠다.

 

<한산도 해역을 바라보고 자리잡은 무덤들>

 

 <해가 기울기 시작한 굴 종묘 채묘장>

 

  작은 마을이다보니 다행스럽게도 산을 벗어날 때 보는 사람이 없다. 해안으로만 통과했다면 마을을 그냥 지나쳤을텐데 길을 잘못 든 덕분에 마을을 지나게 되었다. 아담한 마을인데 어느 집 뒷뜰에 커다란 귤나무가 한 그루 서 있어서 눈길을 끈다. 노랗게 익은 귤이 다닥다닥 달려있다.

 

<어느 집 뒷뜰에는 귤나무가 자란다> 

 

 <외부인 출입금지 안내판. 바로 저 철조망 앞까지 왔다가 되돌아 가야만 했다>

 

<시내버스 종점>

 

  철조망 옆이 시내버스 종점으로 버스를 돌릴 만큼 넓은 공터가 있다. 막 종점을 벗어나려는데 총무에게 대회가 끝났다는 전화가 온다. 경기장 뒷 마무리하기 전에 들어가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한 거리이니 원래 내 '계략'대로 버스를 오라고 하는 수밖에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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