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터, 우리나라 하천에 없어서는 안 되는 공간
여름철과 겨울철의 강수량 차이가 큰 우리나라 하천은 넓은 강터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상계수(갈수시 유량 대비 홍수시 유량)가 매우 크기 때문에 여름철 홍수에 대비하여 여유 공간을 만들어 놓지 않으면 큰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제방의 안쪽에 넓은 완충지대가 반드시 있어야만 한다. 이런 지형은 전세계 어떤 나라에도 잘 발달하지 않는데 그것은 그만큼 우리나라의 여름철 강수 집중도가 높다는 말이기도 하다.
그런데 하천과 제방 사이에 있는 공간을 부르는 이름으로 언제부터인가 '고수부지(高水敷地)'라는 말이 쓰여 왔는데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하천의 수위 보다 높은 곳에 있는 빈 땅'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이 말은 어원이 일본어로서 적절한 표현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비해 하상계수가 훨씬 작은 일본에서 나온 말이므로 우리나라의 하천을 적절하게 표현 수 있는 말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다행스럽게도 몇몇 뜻있는 분들이 '둔치'라는 용어를 제안하여 지금은 둔치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되었다. 둔치는 '가장자리'를 뜻하므로 아주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꼭 맞는 말도 아니다. 우리말글살이에 온 평생을 바쳤던 고 이오덕선생님은 '강터'라는 용어를 제안 했었다. 강에 붙어 있는 땅이니 뜻도 맞고 어감도 좋은 순 우리말이다.
▣ 강터는 물에 잠길 수밖에 없다
비가 많이 내리면 강터는 물에 잠긴다. 홍수를 1차적으로 방어하는 완충지대로 제방을 넘어 하천 주변으로 홍수가 확대되는 것을 막아준다. 강터는 그러라고 만들어진 공간이니 이상할 것도 없고 그것을 막으려고 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농작물을 심기도 하고 시가지 주변 강터는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하기 때문에 비가 내리면 피해가 생긴다. 어떻게 해야 할까? 피해는 줄이는 방법은 없을까?
물에 떠내려가지 않도록 튼튼하게 시설을 만들면 되겠지만 홍수의 힘은 의외로 세다. 그렇다고 그냥 내버려 두기엔 아까운 공간이다. 떠 내려 간다는 사실을 전제로 해야 할 것 같다. 고정 시설은 저항을 적게 받도록 설계를 하고 어떤 것들은 아예 떠내려 가도록 만들면 어떨까 싶다. 떠 내려가도 쉽게 분해되어 오염 물질이 되지 않을 소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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