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대통령의 독도 방문으로 국내외가 시끄럽다. 대통령은 개인이 아니고 국가를 대표하기 때문이다. 즉, 대통령의 움직임은 즉흥적 돌출행동이 아니라 치밀한 계산에서 나온 국가 정책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의 판단은 그렇지 않다. 임기말 레임덕이 달갑지 않은 대통령이 국면 전환용으로 심각한 고려없이 취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8.15 경축사에서 이와 관련한 어떤 언급도 없을 것이며 독도 문제에 대하여 더 이상의 별다른 조처가 없을 것이라는 청와대의 발표를 보면 전문가들의 견해가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그동안의 '조용한 독도' 정책이 옳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취한 '시끄러운 독도' 정책의 일환이라면 국제사법재판소까지 염두에 두고 이번 기회에 독도 문제를 완결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어야 옳다. 그런데 '조용한 독도' 정책을 유지하겠다니 한번의 깜짝쑈였다는 것을 청와대가 스스로 인정한 꼴이다. 그것도 일본을 상대로 한 쑈가 아니라 국민을 상대로 한 쑈였다니 대통령에게 국민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동안 정부의 독도에 대한 정책은 다분히 외교적 실효성보다는 내부 다지기용이었던 측면이 강하다. 대표적인 것이 교과서 기술이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5년 마다 개정을 해왔다. 이것은 정권이 바뀌어도 변치 않는 원칙이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이름도 불분명한 '개정교육과정'이라는(2007개정 교육과정, 2009개정 교육과정, 2012 교육과정 등 그 이름도 많다. 대한민국이 성립한 이래 중간에 교육과정이 바뀐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당연히 이런 혼란이 올 수 밖에 없다) 걸 만들어서 짧은 시간에 모든 교육과정을 바꿔 버렸다. 출발점은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때문이었다.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근현대사 기술을 문제 삼아 교과서 기술 변경을 요구하기 시작한 것에서 출발하여 결국 모든 교육과정을 바꾸는 유사 이래 전무후무한 일을 벌인 것이다.
새 교과서 가운데 지리교과서만 보면 독도에 대한 기술 부분이 대폭 강화된 것이 특징이다. 모든 출판사의 교과서들은 최소한 한 페이지 이상을 독도에 대한 기술에 할애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전에는 독도에 대한 기술이 없었는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독도는 우리나라의 극동(極東)으로 우리나라의 위치 단원에서 항상 나왔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공부한 학생이라면 그 땅이 우리 땅인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즉, 독도에 대하여 우리가 제대로 가르치지 않았기 때문에, 또는 잘 모르기 때문에 일본이 독도를 자신의 땅이라고 우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갑자기 독도 문제를 국내에서 크게 부각을 시키면서 올림픽에서 '독도는 우리땅'을 들고 달리는 세레모니가 나와서 메달을 못 받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진 것이다. 쉽게 생각해서 올림픽에서 박종우선수가 '서울은 우리 땅' 깃발을 들고 뛰었다고 생각해 보라.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독도는 당연히 우리 땅이다. 남의 나라에 가서 깃발을 들고 뛸 필요가 전혀 없는 우리 땅인 것이다. 서울 처럼, 천안 처럼, 제주도 처럼…
전문가 집단을 지원하여 실질적인 연구 성과를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것이 독도 문제에 대한 해법이다. 온 국민이 흥분하고 떠들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사회 각 분야에서 전문가 집단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연구를 장려하는 분위기가 대폭 후퇴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실질적이고 수준 높은 연구 없이 온 국민이 '독도는 우리땅'을 외치는 분위기는 치밀한 후속 조처에 대한 계획이 전무한 상태에서 독도를 방문하는 것과 똑같은 맥락이다.
☞ 이명박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한 전문가 네 명(일본인 1명 포함)의 견해(한겨레신문, 2012.8.13)
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546806.html (“외교적 관점서 냉정함 잃은 MB…되레 ‘분쟁지역’ 만들어”)
☞ 8.15 경축사에 대일압박 새 메시지 담기지 않을 듯(한겨레신문, 2012.8.13)
http://www.hani.co.kr/arti/politics/bluehouse/546800.html (MB 독도 방문은 ‘깜짝쇼?’ 8·15 경축사에 달렸다)
☞ 송민순 "MB 독도방문, 日 원하는 판에 들어간 격"(노컷뉴스, 2012.8.13)
http://www.nocutnews.co.kr/show.asp?idx=2225300 (독도 무력 충돌 시, 강제로 국제사법재판소 갈 가능성)
☞ MB 즉흥성, 전략부재, 이념 편향 '동북아 외교실패' 불렀다(한겨레신문, 201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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