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경강 하구의 진봉산 전망대에서 바라 본 만경강 하구 풍경이다. 건너편은 군산시(옥서면, 옥구읍, 회현면)이며 사진의 왼쪽에 있는 작은 항구는 과거 이 일대의 중요한 어항이었던 심포항(김제시 진봉면 심포리)이다. 흐드러진 왕벚꽃 너머로 보이는 드넓은 저수지는 벌써 바다색을 잃고 담수화하기 시작하였다. 해발 70여m의 진봉산의 북동쪽 자락에는 '望海寺'라는 절이 호젓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그러나 이 절은 이제 이름을 '望海'가 아닌 '望水', 심지어는 '望陸'으로 바꾸어야 할지도 모른다>
<사진의 왼쪽에 섬처럼 보이는 곳은 동진강 하구의 계화산(247m)이며 계화산의 오른쪽 산은 석불산(288m)이다. 계화산과 석불산 기슭을 연결하는 방조제가 계화도 간척지의 중심 방조제이다. 석불산의 오른쪽으로는 비룡삼천봉-기산봉으로 이어지는 변산반도의 산들이 이어지고 있다>
<부안쪽에서 방조제로 진입하기 전에 찍은 것으로 호안을 매립하는 장면이다. 갯벌에 육상 식물이 자라는 것으로 보아 물막이 공사가 끝나면서 담수화가 진행되기 시작하였음을 알 수 있다. 사진의 정면 오른쪽에 있는 산이 계화산이다. 계화산은 방조제 어디에서나 거의 다 보인다>
새만금간척사업의 물막이 및 수문 조성 공사가 공사 시작 이십여년 만에 끝이 났다. 동진강과 만경강의 하구에 형성되고 있는 간석지를 막은 새만금은 규모가 어마어마하여 많은 신기록을 수립하였다. 무엇보다 길이가 33km에 이르는 방조제는 단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기존의 간척이 주로 갯벌이 발달한 곳을 막는 것이었다면 새만금은 갯벌 지역을 넘어 서해의 낙도였던 고군산군도의 신시도라는 섬을 연결하는 대역사였다. 하지만 숱한 갈등과 이견의 대상이었던 새만금은 아직도 많은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
1978년 계화도 간척지가 완성된 이후 동진강 하구에 또 다시 퇴적되기 시작한 갯벌은 아래 사진처럼 현재 새만금 간척지의 동쪽 방조제 가까이 까지 새로운 퇴적층을 만들어 내었다. 자연의 복원력은 실로 위대하다. 그러나 이를 또 다시 막음으로써 어떤 예기치 못할 결과가 올 지 알 수가 없다. 주민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미 방조제 안쪽에서는 조개 등 어족자원이 거의 사라졌다고 한다. 바닷물이 차단되기 시작한 방조제 안쪽에서 이러한 생태 변화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방조제 인근의 충청남도 서천군의 경우는 해수의 흐름이 차단되어 빠르게 해안 퇴적물이 증가하면서 갯벌층이 썩어서 바지락, 백합 등과 같은 패류, 짱뚱어 등의 어류 등 과거에 흔히 발견되던 생물종이 사라져 가고 있다고 한다.
☞ 몸부림 치는 서해 http://www.hani.co.kr/section-001038000/2004/05/001038000200405021932086.html
서해 연안에는 쿠로시오해류에서 갈라져 나온 서안해류가 늦봄부터 초가을까지 북쪽으로 흐른다. 세력이 왕성할 때는 우리나라 서해안을 거쳐 발해만을 돌아 중국 동해안으로 흘러나오는 구조이다. 또한 새만금 지구로 유입하는 만경강, 동진강은 노령산지에서 발원하여 호남평야를 적시면서 바다로 유입한다. 노령산지는 편마암 및 퇴적암 계열의 산지로서 많은 영양 염류들을 하천에 제공하고 있으며, 흐름이 완만하여 미립질들을 하구로 방출하고 있다. 그러므로 새만금은 서태평양에서 올라오는 해류와 육상에서 공급하는 풍부한 유기물이 만나는 자리인 것이다. 이러한 천혜의 자리인 까닭에 서해 연안은 서태평양 어류가 애용하는 산란장이며, 패류의 번식장이고, 수많은 해양 미생물들이 엄청난 밀도로 자생하고 있는 곳이 되었다. 그냥 내버려 두기만 해도 수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높은 생산성을 자랑하는 곳임은 물론이다.
따라서 새만금 간척 사업은 단순히 갯벌파괴의 문제 차원을 넘어 서해 전체의 해류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엄청난 사건이다. 새만금의 규모는 근해의 해류를 차단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고군산 군도의 신시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방조제는 방조제 안쪽으로 거의 수평선을 만들 만큼의 크기이다. 실제로 부안쪽에 연안해류의 변동이 생겨서 해저의 퇴적물들이 침식을 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 침식물들은 해류나 조류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하여 퇴적이 될 것이다. 발해만까지 이동해야 할 해류가 차단이 되므로 방조제와 인접한 지역 뿐만 아니라 중부 이북의 서해안, 나아가서는 발해만과 중국동부까지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땅이 좁다’라는 어려서부터 온 국민에게 강요되어온 콤플렉스는 그간 간척사업을 정당화하는 논리의 보이지 않는 근거가 되어왔다. 국토에 대한 사랑을 강조하면서 국토에 대한 비관(좁은 국토, 빈약한 자원)만을 가르쳐온 지리교육의 문제점일 수도 있다. 완성되기도 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던 문제점들은 여전히 진행형이라고 볼 수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투자라는 측면에서의 대규모 건설사업은 자본주의 경제구조상 필수적인 요소일 수도 있지만 이제 정부 주도 사업의 패러다임을 바꾸어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복지 부분에 대한 투자 확대는 소비 활성화를 통한 경기 부양이라는 효과와 함께 부의 분배라는 면에서도 의미있는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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