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북정맥/선낭고개~금강하구

봉남IC교~장항전통시장: 낮아서 오르기 쉽고, 낮아서 찾기 어렵다

Geotopia 2024. 2. 4. 15:23

이틀간의 전체 여정. 둘째날은 남산 서남쪽에 있는 봉남IC교에서 시작했다.

▣ 둘째날 2024.1.30(화) 봉남IC교~장항전통시장(장항읍 신창리). 10.5km

▶ 경로

봉남IC교(마서면 옥산리) - 장항산단북로(지하통로) - 댕골산 - 남상길 - 마서면 옥북리 - 611번지방도(장마로) - 이성산 - 흥덕리고개(옥도로) - 중태산(100.2m) - 장항읍 옥산리(고라실골) - 장항산단로(봉근사거리) - 장항읍 옥산리(샛골) - 옛 장항선 철도(마서면 송내리) - 장항전통시장 - 전망산

☞ 원래 경로: 중태산까지는 같음. 중태산(100.2m) - 덕암리(대치마을) - 장항산단로(생태통로) - 장항읍 옥산리 - 성황당고개(옥산리) - 송내회전교차로 - 왕개산 - 구룡식물원 - 대백제로 - 금강(장항읍 원수리 927-2)

중태산 남쪽에서 길을 놓쳐서 금북을 바라보면서 마서면 송내리 옛 장항선 철로까지 갔다가 금북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철로를 따라 장항읍내로 내려옴. 파란 선(이동 경로)과 빨간 선(금북정맥)이 마지막으로 갈라진 곳이 중태산.

▶ 슬슬 꾀가 난다: 댕골산

  봉남IC교에서 남쪽으로 야트막한 산을 올라간다. 올라가는 길이 없다. 눈까지 쌓여 있어서 올라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자잘한 나무 가지를 헤치고 올라가서 길(장항산단북로)을 왼쪽으로 끼고 남쪽으로 내려간다. 200여m는 도로를 따라 걸어가야 한다. 지하통로로 장항산단북로를 지나 동쪽으로 댕골산에 오른다. 길이 없으니 은근히 꾀가 나서 숲을 헤치고 정상 능선으로 올라가고 싶지 않다. 그래서 산허리로 난 임도를 따라 걸었다.

댕골산에서 동쪽으로 이어지는 야트막한 능선을 따라 걷는다. 이 능선은 마서면 옥북리(남쪽)와 봉남리(북쪽)의 경계를 이룬다.

길은 없고 대나무숲은 많다: 옥북리, 봉남리

시누대 숲으로 난 길을 지난다.
오랫만에 비표를 만났다

옥북리와 봉남리 경계를 따라 이어지는 대나무숲. 길을 찾기가 어렵다.

철새떼가 봉남리 하늘로 날아간다
묘지 주변에 크레졸통을 묻어놓았다. 냄새가 나서 산짐승들이 오지 않는다고들 한다. 하지만 이미 해보셔서 단박에 이 시설을 알아보신 사모님께서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하신다.
봉남리와 옥북리를 남북으로 잇는 남상길. 봉남리쪽(북쪽)
남상길의 남쪽 방향. 비표가 붙어 있다.
남쪽 지역이어서 그런지 대나무숲이 많다. 여전히 옥북리와 봉남리 경계를 따라 능선이 이어진다.

솔리천 유역인 옥북리(간저골)와 금강 유역인 봉남리(용골)가 한눈에 보이는 야트막한 고개. 그러니까 고개 양쪽의 논은 각각 다른 수계에 속한다. 동영상 속의 멘트가 잘못되었다. 종주중에는 그런줄 알았는데 글을 쓰며 보니 북쪽이 금강유역이다.

남쪽 솔리천 유역에 속하는 옥북리 간저골
북쪽 금강 유역에 속하는 봉남리 용골

길을 잃었다: 옥북리 안자울골

오늘도 또 길을 잃었다. 저 앞 능선(동쪽 방향)을 걸어야 하는데 남쪽으로 내려오고 말았다. 길도 있었는데... 갈림길에서 '동물적 감각' 고니가 마침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일을 그르치려면 늘 이유가 있다. 마서면 옥북리 안자울골. 금북을 바라보면서 안자울골 마을길을 지나다 동네 아저씨를 만났다. '가끔 이 길을 지나는 사람들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능선을 따라 걷다가 결국 마을로 내려온다고 한다. 그래도 이 산줄기를 걷는 사람이 있기는 있다는 뜻이다. 그리고 '결국 마을로 내려온다'는 말까지 들으니 조금 마음이 놓인다.

도로가 바꿔놓은 분수계

동네 아저씨가 '결국 마을로 내려온다'고 했던 그 지점(도로로 산줄기가 끊어진 곳)이다. 금북 줄기를 끊고 도로(장마로)를 만드느라 절벽이 생겼기 때문이다. 사진 왼쪽이 마서면 옥북리이고 오른쪽이 어리이다. 그런데 산줄기를 깊이 파는 바람에 분수계가 모호해졌다. 아마도 예전에는 분수계가 산줄기가 끊어진 곳에 있었을 것 같은데 지금은 사진을 찍고 있는 곳보다 더 뒤쪽에 가장 높은 부분이 있다.
옥북리와 어리 경계에서 반대쪽(남쪽)을 바라본 장면. 고갯마루가 분수계가 되었다. 도로가 만들어낸 두부(頭部)침식. 이 지점은 예전에는 솔리천 유역이었을텐데 지금은 금강유역이 되었다. 그런데 한번 길을 잃으니 꾀가 자꾸 난다. 사진 왼쪽에 이성산이 있는데 올라가는 길을 찾을 수가 없어서 도로를 따라 가기로 했다. 140여 미터를 따라 내려가다가 다시 산줄기로 올라섰다.
마을길(어리길)을 지나 다시 능선으로 올라선다. 어리길에서 능선으로 올라서자 마자 바라본 북동쪽(옥북리, 어리)은 금강유역이다.
남서쪽의 장항국가생태산업단지. 이 일대는 솔리천 유역에 속한다.

또!

사진 왼쪽으로 작은 봉우리가 있지만 역시 봉우리 올라가는 길을 찾기 어려워 임도를 따라 걸었다. 임도를 따라 그대로 내려갔어야 그나마 금북에서 덜 벗어나는데 누군가 이곳 오른쪽에 비표를 달아놔서 또 한동안 엉뚱한 산길을 갔다.
마서면 덕암리와 옥북리 사이에 있는 흥덕리고개. 고갯마루에서 서쪽(솔리천 유역)을 바라본 장면
흥덕리고개에서 바라본 덕암리 방향. 전봇대에 어느 금북꾼이 '흥덕리고개' 표시를 달아놨다. 해발고도가 무려(?) 40m다.

구간 최고봉 중태산(100.2m)

구간 최고봉 중태산(100.2m). 지도 표기와는 다르게 꾼들은 101.7m로 표기해놨다.
중태산 인증샷
중태산 정상 아래에 어느 맹금류가 사냥을 한 흔적이 있다.
중태산 남쪽 기슭에서 간식을 먹고 인증샷.
간식을 먹은 곳에서 길을 잃은 줄 알고 찍은 사진. 나무숲 뒷쪽으로 보이는 야트막한 산줄기가 금북이라고 생각하고 찍었고, 그 산으로 건너 갔으나 크게 잘못된 선택이었다. 금북은 사진의 왼쪽 산줄기였다.

중태산을 내려오면서 금북에서 멀어지다

장항산단로 봉근사거리. 잘못 들었음을 알았지만 되돌아 가지 않고 내려왔다. 이젠 무뎌져서 길을 잃어도 아무렇지도 않다. 무뎌진 탓도 있지만 산이 낮아서 금북으로 되돌아가기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금북을 바라보며 걷다가 금북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올라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 산을 탔어야 하는데... 봉근사거리를 건너 옥산1리로 가는 길에서 왼쪽으로 금북이 보인다. 사진 왼쪽 끝에 안테나가 서있는 산이 중태산이다.

운명의 옛 장항선 철도

금북을 북쪽으로 끼고 옥산1리 마을을 지났다. 능선 가까운 곳에서 다시 올라가려 했지만 길이 막혀서 또 꾀가 났다. 결국 마을 앞 논길을 따라 걷다가 옛 장항선 철도를 만났다. 남서쪽으로 옛 장항제련소 굴뚝(전망산)이 보인다
길을 잃었지만 금북으로 돌아가기 위해 씩씩하게 들판을 가로지르는 대원들. 금북은 사진의 앞산이 아니고 멀리 보이는 뒷산이다.
포기하기는 어렵지만 하고 나면 마음이 편해진다. 초보 금북꾼 마눌님이 발이 아프다면서 카페를 찾는다. 사실 출발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꾀를 부리고 있었지만 어거지로 여기까지 왔다. 완주하고 올때까지 카페에서 혼자 기다리고 있겠다고 졸라대고 있었지만 가까운 곳에 카페가 있을리가 없다. '마눌님 꾀'가 우리의 '금북존심'을 꺾어놨다. 마눌님에게 스틱 던지기를 시켰다. 스틱이 똑바로 서면 완주하고, 넘어지면 철도길을 타고 장항으로 곧장 내려가는 것으로. 안타깝게도 스틱은 똑바로 서지 못했다.
길은 잃었지만 뻘짓은 한다

사실상은 금북을 마쳤다

이 지도를 보면 우리가 후퇴하기로 결정한 지점(별표)은 장항읍 일대와는 산줄기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늘날 지도로는 이어져 있는 것으로 보였는데 옛 지도로 보니 산줄기가 수로로 끊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서천읍 앞에서 첫번째로 끊어져 있었고, 남산 북쪽에서 두번째로 끊어져 있었으며, 이곳에서 또 한번 끊어져 있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우린 서천읍에서 금북을 온전히 마친 셈이다.

장항전통시장에서 맛난 점심을 먹었다

철길 끝 가까운 곳에 장항전통시장이 있어서 이런 음식점을 찾아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우연히 찾은 집이었지만 대박! 강게미찜과 생선구이(조기, 고등어, 갈치)가 실컷 먹고 남을 만큼 나온다. 나올 때 고소한 누룽지까지 한 봉지 건네주는 진희식당 만세!

금북의 상징적 종점 전망산

늦은 점심을 천천히 먹고 전망산으로 차를 달렸다. 상징적인 금북의 종점이므로 꼭 가봐야 한다. 하지만 전망산은 강 건너 군산항 보다 훨씬 바다쪽에 있으므로 하안이라기 보다는 해안이라고 해야 한다.
전망산은 이 일대에서는 보기 어려운 경상계 퇴적암이다. 지질도를 보면 장항읍 일대는 후빙기 직후에 대부분 바다였음을 알 수 있다. 즉, 경상계 퇴적암, 편암류, 편마암류 등으로 이루어진 작은 산들은 모두 섬이었다. 그후 제4계 충적층들이 그 사이를 메워서 오늘날과 같은 모습이 되었다. 그 증거 가운데 하나가 바로 어제 지났던 서천읍 앞 하천(수로)과 남산 북쪽 수로이다.
1916(군산), 1917(장항). 지금의 장항읍 일대에 시가지가 만들어지기 전이다. 논으로 개간되어 인공수로가 경지 사이를 지나는데 솔리천과 금강이 이어져 있다. 즉, 분수계가 없다. 지금은 금강하구쪽으로 장항읍 시가지가 발달하고 있어서 노출된 하천(수로)을 볼 수가 없다.
점심을 천천히 먹었더니 오후 다섯 시 가까이(16:40) 되어 서해로 해가 떨어지고 있다.
금강 하구 건너편으로 보이는 전북 군산시

전망산 상공에서 둘러본 금강 하구 일대

금북 마지막 지점에서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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