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과 사람들/삶과 지리

미문상(微文狀) 화강암

Geotopia 2021. 12. 19. 18:38

▣ 추사고택 뒷산, 지질구조와 똑같은 산 모양

  예산 추사고택 뒷산은 미문상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높은 곳이 74.3m밖에 되지 않는 야트막한 야산이지만 용산이라는 어엿한 이름을 갖고 있다. 용산은 북북서-남남동 방향으로 뻗어있는데 신기하게도 지질도에 표시되어 있는 미문상화강암 분포 패턴대로 산의 모양이 나타난다. 지질구조가 지형에 반영되는 것이 당연하지만 여기처럼 뚜렷한 예는 많지 않다. 이 일대는 모두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화강암 지대인데 용산만 유별나게 미문상화강암으로 이루어져 있다. 겉으로 드러난 산의 모양으로 본다면 미문상화강암이 주변에 널리 분포하는 조립질 흑운모화강암에 비해 풍화에 강하는다는 뜻이다.

 

용산 일대의 지질구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네이버 지도

예산군 신암면

map.naver.com

 

▣ 미문상화강암이라…

  그런데, '미문상'이라···

  암석학 용어들은 정말 어렵다. 아름다운 우리말, 한글로 쓰여 있으나 이름을 봐서는 그뜻을 짐작하기가 어렵다. '아름다운 무늬?', '작은 무늬?' 한자를 찾아보면 좀 나을까?

  '微文狀'

  헐~ '작은 글자'라니, 무늬도 아니고? 영어를 찾아보면 짐작이 좀 될까?

  'micropegmatite', 뭐지?

  'micro graphic', '작은 그림?', 이건 그래도 좀 알듯말듯 단서가 좀 잡히는 것도 같다. 돌에 무슨 그림 같은 것이 있는가 보다. 구글질을 해봤다.

 

문상(文狀, graphic) 조직
  암석의 여러 가지 조직 형태 중 하나. 2종 또는 그 이상의 광물들로 되어 있는 화성암에서 동종의 광물들은 각각 일정한 방향을 가지고 나타나서 고대 상형문자 모양의 배열 상태를 보여 주는 암석이 있다. 이런 암석이 가지는 조직을 문상조직이라고 한다. 페그마타이트(pegmatite)조직이라고도 한다.

 

▣ 상형문자를 닮은 바위

 

  아하!

  '그림 글자' 곧 '상형문자'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라는 대목에서 겨우 모양은 짐작이 된다. 마그마가 식을 때 같은 암석들끼리 뭉쳐 굳으면서 일정한 방향성을 갖게 되어 상형문자를 떠올리게 하는 모양의 무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어원을 탐색해보지는 않았지만 일본식으로 만들어진 한자 말 느낌이 확 온다.

 

문상조직이란 '고대 상형문자 처럼 생겼다'는 뜻이다. 현미경으로 봐야 볼 수 있다.

 

▣ 마그마에 기원한 바위의 종류

  그렇다면 이런 모양이 만들어지는 조건은 무엇일까? 여기저기 구글질을 해봤지만 만들어지는 과정에 대한 시원한 설명은 찾기 어렵다. 일단 심성암의 종류를 간단히 훑어보자.

  보통 마그마가 땅속 깊은 곳에서 천천히 식으면 굵은 결정이 만들어진다. 반대로 지표로 분출하면 빠르게 식기 때문에 결정이 만들어지지 않고 유리질이 된다. 심성암과 분출암의 중간 성격을 띠는 암석도 있다. 깊은 곳에서 천천히 식으면서 결정이 만들어지는 중에 어떤 이유로 분출하거나, 지표 가까이 밀려 올라오면서 갑자기 식어서 만들어진다. 그래서 유리질 안에 결정이 끼어 있는 얼룩(斑) 모양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반암(斑巖)이라고 부른다.

  미문상 조직은 반암이 만들어지는 조건과 가장 가까운 조건(같은 것은 아니지만) 에서 만들어진다고 이해하면 쉬울 것 같다.

 

 

심성암- 화성암의 종류 - 화성암 - 암석이란 -한국광해광업공단

 

www.kores.or.kr

화성암 분류 *한국광해공업공단

▣ 마그마, 용융점이 다른 온갖 광물질로 이루어진 잡탕

 

  온갖 광물질이 섞인 잡탕인 마그마는 감람석, 휘석, 칼슘사장석, 흑운모, 석영, 나트륨사장석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마그마는 온도가 높기 때문에 이들 광물질들이 모두 녹은 상태지만 마그마가 맨틀을 떠나 관입, 또는 분출하면 굳기 시작한다. 굳는 순서는 용융점이 높을 수록 빠른데 감람석, 휘석, 칼슘사장석 등이 용융점이 높고, 흑운모, 석영, 나트륨사장석 등이 용융점이 낮다.

 

 

 

현무암질 마그마는 왜 유문암질 마그마보다 더 뜨거운가?

현무암질 마그마는 왜 유문암질 마그마보다 온도가 더 높은가? 일반적으로 현무암질 마그마는 유문암질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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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통 화강암 형성 과정에서는 용융점이 높은 광물질(예:감람석, 휘석, 칼슘사장석 등)이 먼저 굳고 그 주위에 용융점이 낮은 광물질들(예:흑운모, 석영, 나트륨사장석 등)이 달라 붙어 결정을 형성한다.

▣ 나중에 굳은 것이 풍화에 더 강하다

  풍화 속성은 감람석, 휘석, 각섬석, 흑운모, 사장석, 정장석, 백운모, 석영 순으로 강하다. 즉, 감람석, 휘석 등은 풍화가 잘 되며, 백운모나 석영은 풍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완전히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나중에 굳는 석영, 백운모, 정장석 등이 풍화에 강하다. 화강암류에서는 사장석과 흑운모가 풍화가 잘 되는 대표적인 광물이다.

▣ 마그마가 굳는 마지막 단계, 지표 가까운 곳에서 만들어진다

 

 

 

Micrographic texture - Wikipedia

In petrology, micrographic texture is a fine-grained intergrowth of quartz and alkali feldspar, interpreted as the last product of crystallization in some igneous rocks which contain high or moderately high percentages of silica. Micropegmatite is an outmo

en.wikipedia.org

 

 

ALEX STREKEISEN-Graphic texture-

Graphic Texture A graphic texture is an igneous rock texture in which an intergrowth of two minerals has the appearance of runic writing. Rocks containing abundant graphic textures can be described as granophyric. Graphic textures are most commonly intergr

www.alexstrekeisen.it

 

  미문상조직은 마그마가 결정화 하는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석영질과 알칼리 장석류가 동반 성장하면서 만들어진다. 결정적인 형성 원인은 지표 가까운 얕은 깊이에서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마지막 단계까지 굳지 않고 남아있던 마그마가 굳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며, 먼저 굳은 결정체 사이 공간을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마그마가 불규칙한 모양으로 채우면서 만들어진다. 즉, 보다 깊은 곳에서 굳는 마그마는 온도가 높기 때문에 천천히 굳으면서 용융점이 높은 광물질을 중심으로 다른 광물질들이 모여들어 결정을 이루는데 비해, 얕은 곳에서 마그마가 굳는 경우에는 굳는 속도가 빨라 결정을 완벽하게 이루지 못하므로 입자가 일반적인 화강암에 비해 얇은 편이다.

  분출암에서 나타나는 유리질(琉璃質, glassy texture)화 과정에서는 반대로 온도가 높으면 결정이 만들어지는데, 이런 경우에는 유리의 투명성을 잃는 실투(失透, devitrification)현상이 일어난다. 미문상 구조는 마치 실투가 일반화된 것과 비슷한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失透 * https://chatterglass.wordpress.com/

 

  결정화의 마지막 단계에서 만들어진다는 말은 주로 용융점이 낮은 광물질들로 만들어진다는 말과 통한다. 마지막까지 굳지 않고 남아있는 광물질은 용융점이 낮은 것들로, 석영이 가장 대표적이며 장석류 등이 혼합되어 있다. 모든 광물질의 결정화가 마무리되는 마지막 단계이므로 온도가 낮은 환경이어서 입자가 작다.

▣ 용산이 산이 된 이유

  용산 일대의 미문상화강암이 지질구조를 그대로 반영한 모양을 하게 된 이유는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번째는 미문상화강암의 구조적 특징, 즉 주변의 흑운모화강암에 비해 미립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주변의 입자가 굵은 화강암에 비해 얇은 입자로 이루어진 이 일대 화강암은 상대적으로 풍화에 강할 수밖에 없다. 화강암의 풍화는 수분의 침투와 관련이 있으므로 입자가 얇을수록 그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둘째는 낮은 온도에서 만들어졌으므로 용융점이 낮은 물질, 즉 석영이나 백운모, 장장석 등이 많다. 이들은 풍화가 잘 안 되는 광물질이므로 주변의 흑운모화강암보다 풍화에 잘 견딜 수 있었다.

  세째는 지하 얕은 곳에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주변의 다른 화강암에 비해 보다 지표에 가까운 곳까지 관입하여 만들어졌으므로 표층의 암석이 제거된 뒤에 상대적으로 높은 산을 이루었을 가능성이 크다.

 

용산의 미문상화강암 ​

 

▣ 김정희 암각문, 상형문자처럼 생긴 돌에 새긴 상형문자

  용산 일대를 자주 거닐었다는 추사 김정희는 거기에 있는 바위에 글씨를 새겼다. 커다란 화강암이어서 글귀를 새겨넣기에 적당했다. 상형문자에서 이름이 비롯된 미문상화강암에 상형문자에서 시작된 한자를 새겨놨으니 뭔가 얘기가 그럴싸하다.

 

김정희가 미문상화강암에 새겨 넣은 '天竺古先生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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