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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 정전 사태, 전력 공급 체계를 살펴보자

Geotopia 2021. 2. 21. 05:43

2021년 2월 중순, 미국 텍사스주에 대규모 정전 사태라는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다. 이상 한파가 몰아쳐서 일어났다는 소식은 오히려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했다. 심지어는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생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보수파의 주장은 더욱 의구심을 크게 하였다. 아무리 춥기로 발전 시설이 작동하지 않았다니, '선진' 미국에서? 대관령 꼭대기에서 한겨울에도 쌩쌩 잘만 돌아가던 풍력발전기가 떠올랐다.

 

▣ 이상 한파

 

이번 사태의 자연환경적 원인은 이상 한파였다. 북극권에서 확장된 차가운 고기압의 영향으로 -20℃까지 기온이 내려가는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닥쳤다. 선벨트로 불리는 이 일대는 겨울 기온이 5℃ 이하로는 잘 내려가지 않는 지역이었다. 남부지역인 텍사스까지 영향을 미쳤으므로 보다 북쪽에 있는 지역들은 말할 것도 없었는데 앨라배마, 오클라호마, 캔자스, 캔터키, 텍사스, 오리건 등이 그 영향권에 들었다.

 

▣ 여름 위주의 전력 공급 체계: 허술한 대비

 

겨울이 춥지 않은 지역이다 보니 일상 생활에서 겨울에 대한 대비가 거의 없는 것이 정상이다. 난방시설은 물론이고 두꺼운 담요나 옷 등이 갖춰져 있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전력 생산 체계가 더운 여름 위주로 만들어져 있다. 에어컨이 필수인 더운 여름에는 온화한 겨울에 비해 훨씬 많은 전력을 소비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전력 생산 시설이 한파에 대비하여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공화당 소속 보수파 주지사 그레그 애벗은 풍력발전기가 멈춘 것이 큰 원인이라며 화석에너지 발전이 필요함을 역설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실상은 텍사스 일대의 풍력발전기는 한파에 전혀 대비하지 않은 설비라고 한다. 대관령 꼭대기에 있는 풍력발전기가 텍사스에 있었다면 아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 전력 시장 자유화

 

개인 기업에 맡겨진 전력 생산 체계는 전기가 공공재가 아닌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전락하도록 하였다. 최대의 이윤을 얻기 위해서 비용 절감에 치중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스럽게 이상 기후에 대응하는 설비 투자를 하지 않도록 하였다. 여름 위주의 전력 공급 체계도 결국 이윤 추구와 관련이 있다. 정상적인 기후 환경에서만 작동하는 안일한 설비는 혹한에서 무용지물이 됨으로써 이번 사태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이 되었다.

사태가 벌어진 후에도 자유화의 여파는 엄청났다. 전기료가 치솟아서 평상시의 무려 200배에 이르는 전기료를 무는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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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적인 전력 공급 체계: 민영화가 불러온 인재

 

전기는 위급 시에 다른 지역에서 대체 공급을 할 수 있는 통합적인 공급 체계가 필요하다. 전력의 공공재적 성격을 잘 말해주는 측면이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이윤을 얻고자 하는 기업 논리로는 이러한 체계를 만들기가 어렵다. 하지만 텍사스는 연방에너지조절위원회(FERC, Federal Energy Regulatory Committee)의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독자적인 공급 체계로 독립하여 FERC의 지휘 감독을 회피해 왔다.

 

미국 전력시장 RTOs/ISOs 현황  *자료: IEA(2014)  **지역송전기관(Regional Transmission Organization, RTOs)/독립계통운영자(Independent System Operators, ISOs

 

일본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이 멈췄을 때 동부와 서부 간의 전력 공급 체계가 달라서 동부지역에 전력 공급이 되지 않아 큰 혼란을 겪었다. 

동부와 서부는 공급하는 전기 주파수가 다르다  *자료:위키피디아

 

양수식 발전소는 '5분 대기조'라고 한다. 막대한 자본이 들어가는 시설이지만 가동하는 날이 매우 적은 매우 '비효율적인' 발전 설비이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지 않아 일어나는 'Black Out'을 막으려면 꼭 필요한 시설이다. 민영화로는 유지가 거의 불가능한 시설이다. 

이명박정부의 민영화 정책으로 발전 시설이 여러 개의 기업으로 쪼개졌지만 우리나라의 발전 체계는 여전히 산업통상자원부의 중앙 통제 장치가 작동하는 공공재적 성격을 갖고 있다. 튼튼한 자본주의를 위해서는 오히려 특정 분야는 공공재적 성격을 잘 유지해야 함을 텍사스 정전사태는 잘 보여준다.

 

 

 

2021년 2월 텍사스 전력부족 사태 -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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