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여행기&답사자료/동아프리카:케냐 탄자니아

Mchicha: 아프리카 비름나물

Geotopia 2020. 2. 21. 09:01

  동아프리카 음식은 특별한 것이 없다. 특별하다면 옥수수 가루를 찐 우갈리(Ugali)라는 음식과 콩을 토마토, 감자 등과 섞어서 삶은 기테리(Githeri)가 대표적이다. 당근과 양배추를 볶아 만든 수쿠마 위키(Sukuma Wiki)라는 채소 요리도 있다. 

  그런데 우갈리, 기테리 같은 음식을 과연 아프리카 '전통 음식'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주요 음식 재료인 옥수수, 감자, 토마토 등은 모두 아프리카가 원산지가 아니고 남아메리카가 원산지이다. 그러니까 이런 작물들은 모두 유럽인들이 가져온 것들이다. 유럽 침입 이전까지 많은 아프리카 사람들은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고 있었고, 목축과 간단한 농업이 전부였으므로 다양한 요리가 발달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전통요리라는 것들이 알고 보면 모두 유럽인들이 유입한 이후에 발달한 역사가 짧은 것들일 수밖에 없다.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진정한 '전통 요리'라면 카사바를 재료로 만든 요리가 대표적이다. 마사이족들은 우유과 가축의 피를 먹었다. 하지만 지금은 많이 먹지 않는다. 따라서 카사바 요리나 마사이식 식사를 관광객들이 접해보기는 쉽지 않다.


[우갈리(빵처럼 생긴 것), 기테리(콩요리)]


 그런데 동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 음식에서 약방의 감초처럼 빠지지 않는 음식은 따로 있다. 녹색의 채소나물이다. 정체를 알 수 없는 채소를 살짝 데쳐서 양념을 한듯, 안 한듯 무쳤다.처음 느껴진 맛은 우리나라 시레기나물이었다. 하지만 시레기는 말린 채소이므로 색깔이 선명한 녹색은 아니다. 모양이 많이 다른데도 시레기에 가까운 맛이 나서 꽤 인상적이었다. 익숙한 맛이므로 자연스럽게 손이 많이 갔다. 이곳 사람들은 '스피나츠(spinach)'라고 말한다. 향료농장의 가이드 중에 우리말을 약간 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그는 '시금치'라고 또렷하게 발음하기도 했다. 하지만 모양으로 보나 맛으로 보나 시금치는 분명히 아니라는 것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다. 대체 어떤 채소일까?

  탄자니아 모시에서 다르에스살람으로 가는 도중에 들렀던 휴게소에서 마침내 삶지 않은 실물을 처음 만났다. 샐러드, 바나나, 소스와 함께 문제의 주인공이 줄기째 놓여있었다. 딱 보니 비름나물이다. 여름철에 입맛을 돋궈주는 그 비름이 영락없는데 잎의 크기는 우리나라 비름보다 훨씬 크다. 그러고 보니 맛도 닮았다. 시레기와 비름의 중간 정도 맛이라고 하면 적당할까?

  잎이 넓어서 우리나라라면 쌈 채소로도 먹겠지만 이 사람들은 쌈 채소로 먹는 것 같지는 않다. 아마 소스를 부어서 샐러드처럼 먹는 모양이다. 우리나라식 관습으로 쌈을 싸서 먹어보니 과연 맛이 별로다. 풋내가 나서 쌈채소로는 적당하지 않다. 게다가 잎 뒷면이 깨끗하질 않아서 먹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음치차(Mchicha)라는 채소이다. 

 

[음치차를 다듬기  *탄자니아 잔지바르]


[음치차 나물]



[샐러드용 음치차]


 비슷한 종류로 황마(Jute, Corchorus olitorius), 몰로키아(Molokhia), 이집트 시금치(Egyptian Spinach) 등이 있는데 모두 음치차와는 다르다. 


[몰로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