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여행기&답사자료/타이완 남부

10월11일(화): 가오슝[Ⅱ]

Geotopia 2017. 1. 2. 12:13

<까오슝  *원도: Google earth>


▶ 國賓大飯店을 國軍英雄館으로


  유심칩이 3일권, 5일권뿐이어서 300위안짜리 5일권을 샀다. 환율이 40원이 좀 못 되니까 데이터 무제한이나 포켓와이파이보다 훨씬 싸다. 공항을 나섰더니 약간 후덥지근하고 우중충한 날씨다. 지도상으로 보면 공항에서 호텔은 약 8km 정도 떨어져 있다. 그다지 멀지 않으니 택시를 타기로 했고 어렵지 않게 호텔에 도착했는데…


<택시을 타고 호텔로 이동중. 오토바이가 많다>


  여권을 보여달래서 줬더니 예약이 안 되어있단다. 헐~. 바우처를 꺼내서 보여줬더니 여기는 엠배서더호텔이 아니란다. 잘못 왔지만 예약이 잘못된 것은 아니니 다행스럽다. 택시기사가 잘못 데려다 준 것이 아니라 내가 잘못 말한 것이다. 영어가 안 될 것에 대비해서 주요 지명들을 중국어로 찾아서 프린트를 해갔었다. 한자 원문과 함께 우리말로 토를 달아 두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Ambassador Hotel의 중국어식 표현인 國賓大飯店을 國軍英雄館으로 잘못 알게 되었다. 구글에 검색을 해보니 高雄國軍英雄館이 나와서 철썩같이 믿고만 있었다. 택시를 타고 '엠배서더'에 가자고 했더니 아니나 다를까 진짜로 못 알아듣는다. 얼른 휴대폰을 꺼내서 지도를 보여줬고, 기사는 잘 아는 그곳으로 자신있게 나를 데려다줬던 것이다.

  직원에게 길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고 한다. 알려준대로 찾아갔더니 다행이도 가까운 곳에 앰베서더호텔이 있다. 더운데 한참 걸으려면 힘들었을텐데 그나마 다행이다.


<호텔 찾아가는 길에 지나간 회랑. 더울 때 정말 좋다>


▶ 호텔(國賓大飯店)에서 리우허까지


  짐을 풀고(특별히 풀 짐도 없다. 그래도 무게를 줄이기 위해 카메라만 남기고 짐을 뺐다) 호텔을 나섰다. 아직 훤한 낮이지만 호텔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가기는 어려울 것 같아 리우허야시장으로 길을 잡았다. 걸어서 시내 구경을 하면서 천천히 가면 야시장이 개장을 하고, 거기서 저녁을 먹을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동북동 방향으로 뻗은 민섕로를 따라 한참 걸어가면 남북방향으로 뻗은 대로인 종샨1로를 만난다. 민섕(民生), 종샨(中山) 등 국가주의 냄새가 물씬 나는 길 이름이 왠지 낯설지 않다.


<시내에서 아이허로 흘러들어가는 냇물. 상당히 더럽다>


<벽에 붙여서 식물을 기를 수 있는 독특한 화분. 벤치마킹을 해서 활용할 곳이 없을까?>


<초등학교 교문 앞에 경찰이 상주하는 모양이다. 여기도 우리처럼 학교폭력 등의 문제로 경찰이 상주하는 것일까? 예방 차원이라면 긍정적인 모습이지만 학교 치안이 불안한 결과라면 안타까운 일이다>


<독특한 디자인의 학교 담장 장식. 교육적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문화원? 뭐하는 곳일까?>


<공자 사당이다. 시내 복판에 공자 사당이 있다는 것은 강력한 유교문화권이라는 증거다. 근데 목탁도 있고…>


<유료 주차장. 하루 최대치가 100위엔(3,500원 정도)으로 비싸지는 않은 편이다>


  메이리다오(美麗島)역은 북부 가오슝의 중심부에 있는 지하철역이다. 부심의 하나로 주변에 상업지역이 발달하는데 리우허야시장도 메이리다오역 근처에 있다. GPS 앱을 보고 길을 찾았는데 쉽게 찾을 수 있을줄 알았는데 의외로 야시장은 꼭꼭 숨어 있다. 한참을 걷다보니 힘이 들어서 길 옆 커피숍에 들어가서 커피를 한 잔 마시고 길을 물어서 겨우 찾아갔다. 가까운 곳에 있었지만 지도를 보면서 생각했던 곳과는 조금 떨어져 있다. 그러니 못 찾을 수밖에…


<커피숍 메뉴판. 커피숍에 의자가 조금밖에 없는 것을 보면 주로 테이크아웃을 하는 모양이다>


<리우허야시장으로 가는 길에 만난 회랑길에서도 이렇게 길을 막고 음식을 판다>


▶ 오토바이 천국


  국내 시장이 좁아서 자동차 공업같은 중공업이 발달하기 불리한 나라가 타이완이다. 맞는 말인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타이완 사람들이 대한민국을 가장 부러워 하는 부분이 자동차 공업이라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자동차가 필수품이 되었지만 타이완은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기 때문에 모두 수입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그런지 거리에는 오토바이가 매우 많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오토바이를 즐겨 탄다. 배기량이 큰 오토바이는 드물고 스쿠터나 작은 오토바이가 대부분이다.


<골목을 가득 채운 오토바이.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쉬운 장점이 있겠다>


<오토바이가 줄을 서있는 주유소 풍경>


<길 옆 회랑에도 오토바이가 주차되어 있다>



<헬밋도 패션이다. 형형색색의 헬밋을 팔고 있는 가게>


 ▶ 리우허(六合)야시장: 족발과 면, 그리고 맥주


<리우허야시장 입구>


  대로가 온통 음식들로 꽉 차 있는데 물론 차량은 전면 통제가 된다. 타이베이에도 야시장이 있고 까오슝에도 이곳 외에 루이펑이라는 야시장이 또 있다. 그러니까 야시장은 타이완의 독특한 풍물이라고 볼 수 있다. 순전히 관광객만을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라면 매일 개시 되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주민들도 즐겨 이용하는 시장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인근 동네 주민들이 한 잔 하러 나오는 시장 이상의 의미를 갖는 장소가 아닌가 싶다. 반찬을 포장해주는 가게 같은 곳도 있다.


<반찬가게?>


  해산물이 많은 편이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메뉴가 지나가는 사람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확실하게 내 입맛을 자극하는 것이 없어서 그냥 하릴없이 걷다보니 시작하는 곳에서부터 끝까지 완전히 훑게 되었다. 다 돌아본 결과 입구에 있던 식당이 가장 매력적이다. 여러 메뉴들을 골라 담으면 주인이 그것을 뜨거운 물에 데쳐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계산하는 법이나 주문하는 법이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감을 잡으려고 한 동안 서서 사람들을 지켜봤지만 자신이 생기지 않는다. 더구나 손님이 와서 어색하게 서있는데도 주인은 눈길도 주지 않는다. 하는 수 없이 자리를 옮겼다.


<뱀탕집. 도전을 해볼까 한참 망설였지만 도저히…>


  자리를 옮겨서 족발과 면을 파는 가게를 골랐다. 족발은 우리나라의 족발과는 많이 다른데 족발을 그냥 통째로 삶아서 두 세 등분을 해놓았다. 기름기를 쫙 빼고 잘게 썰어놓은 우리나라 족발과는 달리 이 족발은 우선 모양부터가 원색적이다. 아내랑 왔더라면 틀림없이 손사래를 치며 나가자고 했을 것이다. 게다가 먹다보면 손이며, 입술에 찐득거리는 지방질이 자꾸 묻는다. 한 10년도 더 전에 예산 대술에서 족탕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뚝배기에 돼지 족이 통째로 들어있었는데 그 모양이 바로 이 모양 비슷했었다. 찐득거리는 것도 똑같았다. 다만 그때는 탕이어서 소금 간을 간간하게 해서 먹었는데 나름 내 기호에 맞았다. 소금이 있으면 딱 좋겠지만 처음 맛보는 쏘스를 찍어 먹어야 한다. 그리고 담자면이라는 국수를 하나 주문하고 타이완맥주를 한 병 주문했다.

  텅 빈 가게에 처음 들어갔는데 내 뒤를 따라서 여러 명이 들어와서 제법 자리가 찼는데 외국인도 둘이나 있다. 이상하게 나는 이런 경험이 많다. 사람이 거의 없는 음식점에 들어갔는데 내가 들어간 이후로 갑자기 손님이 늘어나는… 이게 누구나 똑같이 경험하는 현상인가? 가격은 280TWD(족발 200, 담존면 50, 타이완맥주 30), 대략 10,640원 정도니까 우리나라보다 음식값이 약간 싼 느낌이다.


<이 집을 골랐다. 면보다는 기름진 족발이 더 유혹을 한다>


<맥주, 족발, 담자면(擔仔麵). 담자면은 무슨 뜻인지, 어떻게 발음하는지 도통 모르겠는데 Taiwanese noodle soup이라고 써 있고, 또 이 집의 간판에 써있는 대표 음식인 것 같아 주문해봤다>


<선불이라는 뜻인 것 같은데 선불로 받지는 않았다>



<족발의 유혹>

▶ 아이허강 유람선: 울며 팥빙수 먹기


  돌아오는 길은 택시를 탔다. 날도 저물었고, 또 거리가 만만치 않아서 힘이 들것 같았다. 호텔에 도착해서 바로 아이허강가로 나갔다. 호텔과는 바로 붙어있다. 유람선들이 형형색색 불을 밝히고 강을 오르내린다. 바이킹배처럼 날렵하게 생긴 배도 있고 평범한 유람선도 있다. 표를 사러 가는 중인데 호객을 하던 아줌마가 손짓을 해서 가봤더니 할인표라며 사라고 한다. 상품권(100)과 배표(110)를 세트로 200위안에 판다. 유람선 주변 상가들의 전략이다. '10위안'에 낚여서 표를 샀다. 원래는 2인 1세트로 399위엔인데 혼자니까 그냥 200위엔으로 해준다고 해서 나름 잘했다고 스스로 대견해하면서… 저녁은 먹었으니까 유람선을 타고 가면서 맥주를 한 잔 하면 딱 좋을 것 같았다.


<커플티켓을 선전하는 안내판>


<아이허(愛河)강. 하류 방향>


<아이허강. 상류 방향>


<유람선 매표소. 뒤에 보이는 건물이 앰베서더호텔이다>


<유람선>


<주변을 안내하는 유람선의 영상>


<아이허강 하구. 까오슝항이 멀리 보인다>


<이이허 연안에 설치된 조형물. 용은 중국 못지않게 타이완에서도 신성시된다>


<기꺼이 포즈를 취해주신 유람선 선장님>


  아이허유람선(愛之船)은 선장이 여성이라서 눈길을 끈다. 나이도 많지 않아 보여서 '아이허가~앙 강 바람에~' 우리 가요 '처녀뱃사공' 가사를 바꾼 노래가 머리에 떠오른다. 상류쪽으로 약간 올라갔다가 하구 가까이까지 내려간 다음 승선한 곳에서 내려주는 노선이다. 경치는 평범하고 설명은 하나도 알아 들을 수 없는 중국어이고, 게다가 텔레비전에 나오는 자막은 일본어다. 어이없게도 잠깐 졸았다. 상품권은 배에서는 쓸 수가 없고 선착장 옆 가게에서 쓰는 것이라고 해서 배에서는 쓸모가 없게 되었다.

  가을인데도 강 수위가 높고 하구까지 큰 배가 들어오는 것으로 보아 하상계수가 매우 낮은 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구에 삼각주가 발달하지 않은 감조하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구를 빠져 나가면 치진섬이므로 거기를 가볼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낮이라면 오히려 볼 것이 많을 것 같다.

  내리기 전에 처녀뱃사공 선장님에게 사진 한장 찍어도 되겠느냐고 했더니 기꺼이 응해준다. 수줍은 표정이지만 캐리어우먼은 멋지다.


  배에서 내려 하는 수 없이 가게에 가서 맥주를 한 병 달라고 했더니 맥주는 안 되고 커피와 음료만 된단다. 맥주도 된다고 해서 샀는데… 할수없이 내 팔자에 없는 빙수 '紅豆綿綿氷'을 먹었다. 게다가 100위엔짜리 메뉴는 없어서 20원을 보탰으니 결국 삐끼아줌마한테 걸려서 과소비(?)를 한 셈이다. 사실 우리나라에 비하면 상당히 싼 편이다. 유람선이 3,500원이라니? 호텔비도 그렇고(하루 100,490원이다) 대만 살만한건가?

  그런데 雪花氷과 綿綿氷의 차이는 뭐지? 물어봤더니 설빙은 우유고 면면빙은 바나나란다. 어쨌든 남겼다. 바나나팥빙수, 미안해서 배불러서 못먹었다고 바디랭귀지로 말했지만 솔직히 맛없다.


<주문하고 빙수 기다리기>


<紅豆綿綿氷>


<메뉴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