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여행기&답사자료/타이완 남부

10월11일(화): 가오슝[Ⅰ]

Geotopia 2017. 1. 2. 11:30

▶ 답사일: 10월11일(화) 까오슝


▶ 일정: 인천 출발 - 까오슝 도착 - 앰배서더호텔 - 메이리다오찬 - 리우허야시 - 아이허 - 숙박


<인천에서 가오슝까지  *원도: Google earth>



<가오슝 *원도: Google earth>


▶ 어째서 긴장이 되지 않는 것일까?

 

  타이완 여행은 크게 긴장이 되지 않는다. 사실상 처음으로 혼자 가는 자유여행인데도 말이다. 두 번 다녀온 적이 있고, 또 안전한 나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국어라고는 '쎼쎼~' 하나밖에 모르는데도 이상하게 태평한 기분이다. 태풍 메기로 살짝 풀었던 짐을 다시 꾸렸기 때문에 짐싸는 것도 그다지 힘들지 않다. 출발 전 날 하루종일 이런 저런 일들로 바빴기 때문에 저녁 먹고 나서야 짐을 꾸리기 시작했지만 별로 어렵지 않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카메라 가방에 정작 카메라와 24-70렌즈 하나만 넣고 나머지는 옷가지와 필요한 물건들로 채웠다. 무게를 달아보니 8.1kg, 기내 반입 한계에서 얼추 2kg이나 모자라는 양호한 짐이 꾸려졌다. 소나기와 낙뢰가 예보되어 있어서 우비와 우산을 집어 넣는 바람에 좀 더 짐이 늘었다.그것만 아니었다면 렌즈 하나는 더 넣을 수 있었을텐데…


출발 전에 준비할 것들


   출발 전에 준비할 것들을 꼽아보았다. 지난 주 연구년 연수 때 포켓와이파이를 공항에서 렌트하면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쓸 수 있다는 따끈한 정보가 있었기 때문에 한 번 활용해 보기로 했다. 타이완은 공항에서 유심을 사면 무제한으로 쓸 수 있다고 했지만 그것보다는 포켓와이파이가 낫겠다 싶었다. 하지만 알아보니 하루 11,000원, 데이터 무제한과 같다. 그렇다면 굳이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여러 명이 함께 쓸 수 있는 경우에는 유용하겠지만 혼자 쓰는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 부득이 데이터를 써야하는 긴급 상황이 생긴다면 그 땐 그냥 데이터 차단을 해제하고 써도 그 정도 비용이 나오지 않을 것이다.

   메모장을 빈 폰에 설치해서 가지고 다니며 쓰기로 했다. 사용 중인 폰의 메모장을 쓰다 보면 자주 다른 앱을 써야하고(문자나 전화가 오면 더욱 귀찮다), 무엇보다 성가신 것은 블루투스 키보드를 연결하면 사용이 끝나고 돌아올 때 모아키앱을 다시 설정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이 약간 걸리는 귀찮은 과정이다. 빈 폰에 앱을 두 종류 설치해서 하나는 모아키, 다른 하나는 블루투스키보드로 쓸 수있게 하려고 했지만 그것은 안 되는 모양이다. 타협안으로 사용 중인 폰은 키보드를 사용할 수 없는 이동 중에 사용하고 빈폰은 비행기나 기차 등 오래 움직이지 않는 경우에 쓰는 것으로 이원화를 했다. 매우 효율적인 방법은 아닌 것 같지만 그래도 나름 나쁘지 않은 방법인 것 같다.

   세번째 과제는 공항 카메라 매장에서 방수팩이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나중에 수속을 마치고 들어가보니 탑승동 면세점에는 작은 카메라 매장이 있는데 예전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남대문 소매가와 큰 차이가 없다. 한 가지 애기만두가 대략 1400달러 정도인데 다른 것에 비해 약간 싼 느낌이 든다. 하지만 가격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내 특기 탓이다. 찾아보니 인터넷 가격이 훨씬 싸다. 나는 왜 오이만두를 비싼 렌즈로 기억하고 있을까? 어쨌든 면세점에는 필터도 없고 방수팩은 당연히 없다. 메모리라도 살까 하다가 역시 가격이 싸지 않아서 그만두었다.

   마지막으로, 이륙 전에 잊지 말고 GPS를 작동시키고 출발해야 한다. 하긴 지난 번 큰아들 미국갈 때 작은 아들이 찾아낸 앱(Flight Radar)에는 전 세계 모든 비행기의 경로가 나온다. 이젠 굳이 GPS 장비로 귀찮게 경로를 기록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 베트남항공에서 만다린 소식을 듣다.


   7:40분차가 9시 조금 넘어서 도착했기 때문에 시간 여유가 상당히 많다. 안내판을 찾아보니 만다린은 D창구라고 안내가 되어있다. 하지만 D창구 앞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만다린항공은 9:55분 현재 수속 창구를 열지 않았다. 탑승구는 105번으로 정해져 있는데 수속 창구가 열리지 않고 있어서 한참을 주변을 왔다갔다 서성거렸다.

  시간은 자꾸 가는데 D카운터 어디에서도 만다린 수속 창구가 열리지 않아서 그곳에 있는 베트남항공 카운터에 물었더니, 헐~ 아니다 다를까, 만다린 수속 창구는 K27~30이라고 일러준다. 참나… 안내를 해놓지 말던지. 그래도 일찍 왔기 때문에 큰 무리없이 수속을 마칠 수 있었다. 11:50분발이니까 여유가 있다.


▶ 울며 겨자먹기, 여행자보험


  검색에 들어가기 전에 휴대폰 서비스를 알아보고 여행자보험을 가입했다. 포켓 와이파이나 데이터 무제한이나 비용이 같은데 알뜰폰인 내 폰은 무제한 서비스가 안 된다고 한다. 천상 까오슝에 가서 타이완 유심을 사서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여행일정이 바뀌어서 여행자보험을 가입했다가 취소하는 바람에 다시 가입하는 것을 깜박했다. 항공권, 호텔을 취소하고 다시 예약하고 신경을 쓰다가 여행자보험은 잊어버리고 만 것이다. 공항에서 가입하려니까 인터넷 가입에 비해 얼추 두 배는 비싼 것 같다. 나흘에 65,460원, 하지만 울며 겨자먹기, 가입하지 않을 수가 없다.

  새삼스럽게 알게 된 사실은 가격이 1,852,000이상 나가는 물건을 사가지고 오면 세금이 부과(2015.11.27부터)된다는 사실이다. 새삼스러운 이유는 이걸 처음으로 눈여겨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대만에서 생산되는 세계적 트럼펫 메이커인 Carol Brass를 찾아보리라 마음 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꼭 사겠다는 생각은 없었지만 혹시라도 내 일정 중에 쉽게 접할 수 있다면 살까 생각을 했었으므로 수입물품 상한가가 새삼스럽게 눈에 들어온 것이다.


<대기중인 에어만다린 AE961>


<엄청난 크기의 화물기가 우리 비행기 앞에서 이륙을 한다>


<북서쪽으로 이륙하자마자 남동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멀리 장봉도(왼쪽 긴 섬)와 공항이 보인다>


▶ B-1이 뭐지? 무지를 인정하지 않으면…


  'B-1'이라는 메모를 해놓았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항공기 기종을 쓰려다 말았을까? 보잉에 '1'로 시작하는 기종은 없는 것 같으니 그건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카운터도 아니다. D카운데에서 헤매다가 K카운터에서 수속을 했으니까. 게이트는 더더욱 아니다. 그렇다면 인천공항에서  'B-1'은 어디에 있단 말인가? 불과 두 달 반 정도 지난 일인데도 이렇게 까마득하다니 걱정이 된다. 치매 증상이 아닐까? 하긴 이런 걱정을 했던 기억들이 많은 걸 보면 아주 예전부터 그랬다는 얘기이기는 한데, 내가 정신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확인하는 것이 오히려 안심이 되는 사유라니…


  그런데 더 싫은 내가 있다.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므로 그냥 넘어가도 된다. 사실 이런저런 할 일이 많아서 그냥 넘어가고 싶다. 하지만 머리 속 한쪽에서는 계속 그 생각이 떠나질 않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을 해보니 탑승을 하다가 얼핏 동체 뒷부분에 적혀있는 글자를 보고 메모장에 적어 놓았던 것이다. 동체에 기종을 써놓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은데 불확실한 옛날 기억이 남아서(몇 해 전에 제주도를 다녀올 때 B-737이라고 써 있는 비행기를 본 적이 있(는 것 같)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기종을 동체에 써 놓는구나'하고 생각했었다. 이건 여전히 미스테리다) 생각의 관성을 버리지 못하고 자꾸 그렇게 몰아간다. 그런데 자리에 앉았더니 안내 리플릿이 콘솔에 들어 있는데 거기에는 ERJ-190이라고 적혀있다.


  '이건 뭐지? 이게 비행기의 기종인데 생전 처음보는 기종이다. 그럼 리플릿 머리에 써놓는 것이 기종 표시가 아닌가?'

 

  리플릿 어디를 봐도 항공기 제조사에 대한 정보는 나와있지 않아서 만들어가지고 갔던 자료 한쪽 구석에다가 'B-1****, ERJ-190'을 적어놨었고 나중에 찾아볼 요량이었지만 여태까지 잊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서야 알고보니 'ERJ-190'은 기종이고 'B-1****'는 Registration Number(흔히 레지넘버라고 한다), 곧 등록번호다.

 

  내가 한 짓을 돌아보니 많이 어이가 없다. 그래도 지난 시간이 억울해서 내 생각의 과정을 복기를 해본다.

  먼저 예약했던 바우처랑 좌석 찾기 사이트인 'Seat Guru'를 뒤져봤다. 하지만 바우처에는 단서가 될만한 내용이 하나도 적혀있질 않고 'Seat Guru'는 지나간 일정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는다. 메모한 시간이 대략 비행기를 타기 전후인 것 같아서 인천공항 탑승동 면세점 번호인가 생각해봤다. 역시 관련된 내용을 찾을 수가 없다. 에어만다린을 찾아본 것은 물론이다. 검색어로 'B-1'을 넣어보는 초보적 뻘짓은 당연히 해봤고, 보잉사에 들어가 생산 모델들을 찾아본 것도 일찌감치 한 일이다.

  그런데 하룻밤을 자고 일어났더니 갑자기 비행기 동체에 있던 표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인터넷에서 만다린항공 이미지를 찾아보기로 했다. 그러다가 어떤 블로그를 만났는데 'Embraer ERJ-190'이 비행기 기종이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B'를 'Boeing'으로 국한하던 내 한계를 넘을 수 있게 되었으므로.

  'ERJ-190'을 단서로 검색을 하다가 '레지넘버'라는 용어를 알게되었다. 어떤 비행기 모형 수집가들의 카페에서다. 나라별로 등록번호를 매기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었다. '콜럼버스의 달걀' 같은 얘기, 즉 알고 보면 당연한 얘기다. 자동차에도 고유의 등록번호가 있는데 비행기라고 없겠는가? 국가 고유번호를 앞에 붙이고 그 뒤에는 숫자나 알파벳을 붙이는데 그 규칙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자동차 번호판도 다르니까). 우리나라는 HL로 시작하는 번호를 붙이는데 예를들어 'HL7421'이라면 HL(대한민국), 7(제트엔진), 4(엔진의 수), 21(21번째 등록)이라는 의미이다.

  타이완은 등록번호가 'B'로 시작한다. 그러니까 내가 본 'B-1****'은 등록번호였던 것이었던, 것이었던…


  한 이틀 머리 한쪽에 'B-1'이 자리를 잡고 나를 괴롭힌 결과다. 세상에는 Boeing과 Airbus만 있는 줄 알았더니(러시아산 여객기도 있다고 들었지만 한번도 타보지 못했기 때문에 얼추 없는거나 마찬가지였다) Embraer라는 여객용 항공기 제조사가 있었다. 이제 내 세상에는 여객기를 제조하는 회사가 셋으로 늘어났다. 이 참에 인터넷을 뒤져보니 Embraer는 놀랍게도 브라질(항공기 제조업은 선진국에만 있는 고급 제조업이라는 선입견 때문에 놀라운 것이다)에 있는 항공기 제조 회사이고 1969년에 창업한 오래된 회사이다. 게다가 보잉, 에어버스에 이어 세계 3위의 납품 대수를 자랑하는 대단한 회사이다.

  기왕 뒤지기 시작한 거 좀더 뒤져보니 러시아(구 소련)에는 Tupolev라는 항공기 제조사가 T-154, T-204 등의 여객기를 제조했고 최근에는 이르쿠트라는 회사가 등장해서 MS-21이라는 여객기를 제작한다고 한다(2018 첫 출시 예정). 또 하나 새로운 사실, 종업원 수로는 Embraer보다 더 많은 세계 3위 항공사가 있는데 캐나다의 Bombardier Aerospace라는 회사다. 대충 찾아낸 사실이 이정도라면 아직도 모르는 항공기 제조사가 틀림없이 더 있을 것이다.


  모르는 것은 죄가 아니지만 그 상태로 내리는 판단은 부정확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더욱이 내가 모르는 세계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위험하기까지 하다. 잘 몰라서, 심지어는 모르는 세계를 부정했기 때문에 이런 말도 안 되는 고민을 이틀씩이나 한 것이다. 좌석에 꽂혀있는 리플릿의 모델번호가 생전 처음보는 모델번호라는 이유로 '리플릿에는 모델번호를 써놓지 않는다'고 까지 생각을 몰아갔으니… 직무유기, 국가기밀 누설, 능력부족, 국론분열 등,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이미 국가원수의 자격을 잃은 대통령을 탄핵한 것을 '북괴의 공작'으로 믿고 싶은 사고 방식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알고 있는 사실만으로 세상을 보는 것은 누구나 똑같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것이 세상의 전부는 아니라는 진실을 자꾸 상기해야만 한다.


▶ 비가 싫다


  까오슝 날씨는 소나기가 내리고 기온은 26~31도라고 한다. 태풍을 피해서 날짜를 옮겼더니 소나기라니… 비 내리는 건 정말 싫다. 비가 싫은 것이 아니라 카메라를 자유롭게 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수팩을 사볼까 했던 것인데 사실 그것도 마땅하질 않다. 방수팩을 따로 가지고 다니는 것도 거추장스럽고 실제 쓸 수 있는 날이 평생 몇 번이나 될까 싶어서이다. 운에 맞기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아무리 비가 많이 내려도 '하루 종일' 쉬지 않고 비가 내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김광석은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렸어~'라고 노래를 했지만 금북정맥을 타면서 여러 번 느꼈던 사실이다. 비가 온다는 예보 때문에 일정을 연기했을 때마다 하루 종일 비가 온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렇다고 강행하기도 그렇고, 일기예보가 필요하기는 하지만 생활의 일부가 되다보니 이제 욕을 안 얻어 먹으려고 어지간하면 강수확률이 높다고 발표하는 것 같다. 안 온다고 예보했다가 실제 비가 내리는 경우에는 온다고 했다가 안 내렸을 때 보다 훨씬 많은 비난을 감수해야 하니까.

  우리나라도 날씨가 좋지 않아서 계속 구름바다가 이어진다. 혹시 한라산을 볼 수 있을까 했지만 한라산도 볼 수 없을 만큼 구름이 높고 짙다. 12:58, 드디어 구름이 걷히고 바다가 보인다. 하지만 그냥 망망대해. 이미 제주를 지나 동중국해를 지나고 있는 중이다.


<구름이 많이 끼어 경치를 볼 수 없다>


▶ 큰 욕심이 나지 않는 여행


  이번 여행은 이상하리 만큼 큰 욕심이 나지는 않는다. 나이탓이겠지? 무언가 더 봐야겠다는 강박감이 좀 약해진 느낌이다. 그냥 편안하게 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더 봐야한다는 강박감을 버리고 편안하게 가는 여행. 이번엔 그러는 것도 괜찮겠다.

  11:55에 출발해서 14:35분에 도착한다고 하니 세 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 셈이다. 폰을 비행모드로 바꾸면 블루투스가 작동하지 않아 블루투스 키보드를 쓸 수가 없다.


<창밖에 서리꽃이 피었다>


▶ 밥도 나오고, 술도 나오는 저가 항공


  만다린(華信)항공은 중화항공의 저가 항공 자회사이다. 작은 비행기지만 기상 상태가 좋아서 그런지 흔들림이 없이 잘간다. 커피를 마시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롱차가 왔다. 갑자기 생각이 바뀌었다. 우롱차를 마시자! 커피를 가지고 다니는 승무원과 우롱차를 가지고 다니는 승무원이 다르다. 우롱차는 여승무원, 커피는 남승무원. 커피를 마시려면 남승무원을 기다려야 한다. 커피는 이뇨작용이 너무 활발해서 좁은 비행기에서는 조금 꺼려진다. 하긴 우롱차에도 카페인이 들어 있고 이뇨작용을 활발하게 한다고 한다.

  옆자리가 비는 흔치 않은 행운을 얻어서 편안하게 간다. 혼자서 가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에 이런 행운이 온 모양이다. 좌우로 2열씩만 있는 작은 비행기이므로 일행이 있는 사람이 일행과 떨어져 내 옆 자리에 앉을 이유가 없다. 돌아올 때도 같았던 것을 보면 내 추측이 꽤 일리가 있는 것 같다. 혼자 가는 여행의 좋은 점 가운데 하나다.  A11, 날개 위이기는 하지만 날개 앞쪽이어서 시야가 제법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구름이 끼었으니…

  이쑤시개가 공명이 들고 다녔던 부채(芭蕉扇)처럼 생겼다. 가로는 넓고 세로는 좁아서 용도에 맞게 돌려가며 쓸 수 있어서 좋다. 그런데 조금 더 생각해보니 그냥 솔이 둥글게 달린 것이 더 좋은건가 싶다. 한 꺼번에 상하좌우를 처리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처음 보는 독특한 것을 만나면 일단 좋아보인다.

  복도 양쪽으로 2열씩인데 모두 27열이므로 총 108석이다. 왕복 이십몇만원밖에 안 하니까 잘해봐야 편도 총 수입이 1500만원 안팎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그래도 운영이 된다는 뜻인데 작은 비행기라서 그만큼 기름값이 덜 들기 때문인 모양이다. 그래도 따뜻한 기내식이 나오고 술도 나온다. 나는 물을 먹었지만 예전에 탔던 어떤 저가 항공은 간식과 술이 유료인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 이윤은 어떻게 창출되는 것일까? 단지 기름값만으로?

  엉뚱한 걱정이 생긴다. 기내식을 두 종류로 준비했다가 수요가 맞지 않으면 어쩌나? 경험상으로 대략 예측은 가능하겠지만 선택을 하게 했을 경우에는 분명히 남는 것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원가 부담이 상당히 커진다는 뜻인데 저가 항공에서 이런 써비스까지 한다.


<따뜻한 볶음밥>


<빵빵해진 빵봉지>


<파초선을 닮은 이쑤시개>

 

▶ 드디어 가오슝, 랜드마크인 스카이타워(高雄85大樓)가 보인다


  14:00 경 하강을 시작한다. 비행기의 앞 부분이 약간 내려가는 느낌은 뭐지? 비행기는 착륙할 때도 앞 머리가 동체보다 아래로 내려가지는 않는데… 바다쪽에서 까오슝 공항으로 접근하는데 맨 먼저 치진섬이 보인다. 해안을 따라 길게 발달한 치진섬은 천연 방파제 구실을 해서 그 뒷편으로 좋은 항구가 발달한다. 가오슝이 일찍부터 항구로 개발된 자연적 조건이다. 치진섬 너머로 까오슝의 랜드마크인 85층 스카이타워가 보인다. 공항은 스카이타워의 남동쪽에 있다.


<타이완에 들어섰다. 여전히 구름이 많아서 구름 사이로 언뜻언뜻 땅을 볼 수 있을 뿐이다>


<서해안을 따라 남하하다가 타이난(台南)에서 바다로 들어선다. 타이난항>


<멀리 까오슝시가 보인다>


<앞쪽은 치진섬, 왼쪽은 쇼우샨(壽山)이다. 까오슝항 뒤편으로 시가지가 발달한다>


<치진섬과 아이허강 하구>


<까오슝항 주변>


<까오슝항과 까오슝의 랜드마크인 스카이타워(高雄85大樓)>


[Ⅱ]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