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사는 이야기/세상사는 이야기

돌탑 파괴-도대체 누가 왜?

Geotopia 2012. 9. 1. 23:55

  한 일 년 전에 설화산에 오르다가 어느 父子를 지나친 적이 있다. 중년의 남성과 중학생 쯤 되어 보이는 아들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산을 내려가는 모습이 무척 정겨워 보였다. 아내가 힘이 들다고 해서 잠깐 등산로 옆 바위에 앉아 쉬고 있던 중이었다. 그런데 부자가 숲 사이로 사라지고 얼마 안 지나서 갑자기 '와르르' 돌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지나가는 등산객들이 하나씩 돌을 올려서 만들어진 돌탑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좀 전에 우리가 그곳을 지나서 올라왔기 때문에 어림짐작으로 부자가 그곳을 지나갈 시간 쯤 되었다고 생각되었다. 내려오는 길에 보니 역시 돌탑이 무너져 있었다. 참 안타까웠다.

  내가 사는 아파트 뒷산에도 오래 전 부터 돌탑이 있었는데 어느날 누군가에 의해 무너져 버렸다. 항상 무심히 지나쳤을 뿐이고 거기에 돌 하나 얹어 놓은 적은 없었지만 어느날 사라진 것을 봤을 때는 왠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산행을 방해하는 것도 아니고 눈에 거슬리는 혐오시설도 물론 아닌데 왜 무너뜨렸을까? 누가?

  나는 기실 돌탑쌓기를 해 본 적이 없다. 돌을 얹어 놓으면서 무언가를 마음속으로 기원하는 행위에 의미를 두지 않기 때문이다. 사고방식이 그렇다 보니 사람들의 그런 행위가 의미있어 보인적이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내가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런 '무의미한(내가 보기에)' 행위를 하는 사람들의 행위를 평가절하 하거나 비난할 생각 역시 없다.

  돌을 올려 놓으면서 잠깐 숨을 돌릴 수도 있고 남은 산행의 안녕을 마음 속으로 빌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어떤 종교 행위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나 역시 언제나 산행의 안녕을 마음 속으로 빌면서 산행을 하기 때문이다. 다른 점은 돌을 올려 놓는 행동을 했느냐 그렇지 않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 마음 속의 생각은 같은 것이다.

  혹시 종교적 행위라 하더라도 비난하거나 대상물을 파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종교야 말로 개인적 신념이므로 신념의 차이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이 세계적 문화유산인 바미안 석불을 파괴했던 어이없는 사건은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정권의 안위를 위해 세계적인 문화유산을 파괴하는 반달리즘(vandalism)의 전형이었다. 등산로 옆의 돌탑 파괴에 너무 거창한 예를 들이 댄 것 같지만 사실 본질적으로는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늘은 광덕산 강당골 계곡 둘레길을 오랫만에 걸었다. 둘레길에서 누군가가 돌탑을 여러 개 만들어 놓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전에는 없었던 것이니 만든지 얼마 안 된 것이 분명한데 숫자가 상당히 많다. 두 군데에 있는데 등산객들이 하나씩 돌을 얹어서 만든 무질서한 모양이 아니고 정돈된 모양인데다 형태가 같은 것으로 보아 아마도 한 사람이 만든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중 한 개가 무너져 있다. 누군가에 의해 부숴진 것이 분명하다. 누가? 왜?

 

<누가? 왜?>

 

<장군바위 뒷편에 있던 돌무더기도 어느 날 보니 이렇게 무너져 있다. 누군가의 실수였겠지?>

 

<안성 서운산 등산로 옆의 돌탑도 누군가에 의해 무너졌다>

 

<오죽하면 이런 글귀를 붙여 놓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