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여행기&답사자료/대경도&향일암

바다 위에 떠 있는 팬션

Geotopia 2012. 8. 9. 14:27

  여름 방학이 무려(?) 12일, 그나마도 더운 날씨 덕에 3일을 연기하는 바람에 늘어난 것이 이번 여름 방학이었습니다. 짧은 시간을 어떻게 이용할까 하다가 짧은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올 여름 그 유명한 여수, 하지만 그 유명한 엑스포는 안 다녀 왔습니다. 1편에는 이런 내용이 들어 있습니다.

 

  -숙소를 먼저 고려한 여행

  -그 유명한 맥쿼리가 투자한 천안논산고속도로

  -동서횡단고속도로가 필요하다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와서 점심을 굶다 

  -네비게이션 없는 자의 슬픔

  -새로 놓은 거북선대교

  -본의 아니게 새치기를

  -카메라 메모리를 빼 놓고 오다니…

  -대경도에도 골프장이?

  -스머프집을 닮은 해상 팬션

  -원투낚시로 최대어를 잡다

  -새꼬시(?)와 매운탕(?)을 만들다

 

  ▶ 숙소를 먼저 고려한 여행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찾아 끊임없이 움직이는 것은 지리학도의 본능이며 지리교사의 직업병이다. 그래서 긴 시간 한 곳에 머무르는 여행은 나에겐 아주 드문 일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숙소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대개 저녁 때 들어가서 잠만 자고 일찍 다른 곳으로 떠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여름엔 흔치 않은 선택을 했다. 오래 전 텔레비전에서 해상팬션이 나왔다는데 아내와 작은 아들이 우연히 그것을 보고 한 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단다. 낚시를 하고 싶다는 큰 아들의 열망이 합쳐져서 결국 대경도 해상팬션을 예약하고 말았다.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가보는 것이므로 나 역시도 크게 서운한 여행지는 아니다. 먹을 거리를 챙겨 가지고 가서 음식을 해먹는 여행은 정말 오랫만이다. 애들 어렸을적에 가끔했던 기억이 가장 최근 기억인 것 같다.

  오후에 들어가서 낚시를 하고 아침을 해먹고 나와서 여수 일대를 돌아본 다음에 저녁에 해양엑스포 관람을 하고 밤에 돌아오는 것으로 계획을 잡았다. 하지만 날씨가 너무 더워서 엑스포 관람은 하지 않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했다. '기왕에 멀리까지 가는데…' 생각도 들었지만 얼마 전에 다녀온 반장 건이에게 물었더니 너무 많이 기다린다고 가시지 말란다. 인기가 많은 전시관은 4시간 정도를 기다려야 하고 그저 그런 전시관도 보통 2시간은 기다려야 볼 수 있단다. 난 차라리 그 기다리는 시간에 다른 곳을 돌아다니는 쪽을 선택하겠다. 게다가 심지어 3천원권 할인 입장권이 나도는 상황이라는 소식을 접하면서 더욱 가기가 싫어졌다. 우린 두당 3만원이 넘는 입장료를 꼼짝없이 내야 할텐데 가기도 전에 왠지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인 심뽀인가?

 

 ▶ 그 유명한 맥쿼리가 투자한 천안논산고속도로

 

  어쨌든 출발!

  처리할 일이 많은 아내 덕분에 11시 경에나 출발할 수 있었다. 12시부터 팬션 입실이 가능하기 때문에 좀 더 일찍 출발하면 더 많은 시간을 머물 수 있지만 열심히 달려가도 오후 3시는 넘어야 할 것 같다. 남천안 나들목으로 들어가서 호남고속도로를 탔다. 민자 고속도로인 천안-논산간 고속도로는 통행료가 진짜 비싸다. 총연장이 불과 82.96km에 불과한데 무려 8천5백원이다. 1km 당 100원 꼴인데 얼추 기름값을 따라가게 생겼다. 리터 당 1,700원 짜리 경유 1리터를 넣고 10km를 달리는 차라면 1km당 170원의 기름값이 드니까. 145km에 이르는 논산~순천 구간이 7천원인 것과 비교하면 그 정도가 꽤 심하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그렇다고 지선인 251번 고속도로(천안-대전-논산)를 타자니 시간이 훨씬 많이 걸리고… 말 그대로 '울며 겨자먹기'다. 2032년까지는 어쩔 수 없이 울며 겨자를 먹어야 한다.

  그 유명한 MKIF(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가 60%의 자본을 출자한 천안논산고속도로주식회사가 운영한다. 최소통행료수입보장제가 적용되는 고속도로로 추정통행료 수입의 82%가 통행수입보장기준이다. 통행료가 기본적으로 비싼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수입이 적으면 국고에서 부족분을 보장해주는 이런 사업은 전국적으로 상당히 많다. MKIF가 투자하고 있는 사업은 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고속도로, 광주제2순환도로(1구간, 3-1구간), 용인-서울고속도로, 서울-춘천고속도로), 터널(백양터널, 우면산터널, 수정산터널), 교량(마창대교), 철도(서울특별시 도시철도 9호선 1단계), 항만(부산 신항만 2-3단계) 등 다양한 방면에 걸쳐있다.

 

  ☞여기서 잠깐! 그 유명한 맥쿼리 이야기 하나! 

http://cafe.daum.net/newhuman/61Vo/112?docid=UnMB|61Vo|112|20101019005603&q=%B8%C6%C4%F5%B8%AE%BF%CD+%C0%CC%BB%F3%B5%E6

 

  논산을 벗어나면서 나의 고질병 졸음이 슬슬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오랫만에 '추억의 스무고개'를 하기로 했다. 애들 어렸을 적에 여행 중에 나의 졸음을 쫓기 위해 우리가 즐겨 하던 놀이다. 내가 졸리다고 하니까 큰아들이 생각을 해 낸 것이다. 처음에 약간 잘못 기억해 내서 '스무고개'가 아닌 '끝말잇기'라고 말했기 때문에 첫번째 문제를 낸 내가 '끝말잇기'를 문제로 냈다. 이런 '개념'을 묻는 문제는 조금 어렵다. 보통 질문이 '생물입니까, 무생물입니까?'로 시작되는 '사물'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역시 예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하던 식솔들이 어찌어찌해서 열아홉 고개에서 '끝말잇기'까지 가더니 마지막 고개에서 맞춘다. 그런데 첫번째 문제에서 게임이 끝나고 말았다. 예전에는 보통 나를 시작으로 해서 네 명이 한 문제씩 돌려가며 출제를 하고 끝이 났지만 이젠 모두 나이를 먹어서 애들은 '유치'를 벗어났고 우리 부부는 뭔가를 가르쳐야 한다는 강박감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 동서횡단고속도로가 필요하다

 

  천안논산고속도로가 호남고속도로 지선과 만나는 구간부터는 오랜 공사가 끝나고 잘 정비가 되어있다. 편도 4차선의 뻥뚤린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익산에서 익산-장수고속도로(20번)를 탄다. 지난 겨울에 지리산 둘레길 트래킹 때 탔던 길이다. 이 길은 남해고속도로(10번) 다음 번호가 붙여진 동서 횡단고속도로로 지금은 장수까지만 연결이 되어 있지만 소백산지를 넘어 대구로 연결되어 서해안과 동해안을 연결하는 고속도로가 된다. 현재 대구-포항은 완공이 되었기 때문에 장수-대구 구간과 익산-군산 구간을 연결하면 완공이 된다.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동서 횡단 고속도로는 모두 네 개로 당진-공주-청원-상주-영덕(30번), 평택-안성-진천-음성-충주-동해(40번), 서울-춘천-홍천-인제-양양(60번) 등의 노선이 더 있다. 태백산맥을 관통한 고속도로는 사실상 영동고속도로(50번) 하나 뿐인데 이 도로는 1978년에 완공되었다. 그러니까 삼십년이 넘도록 동서 횡단 도로는 한치도 나아가지 못한 것과 다름없다. 현재 계획중이거나 공사가 진행중인 동서 횡단 고속도로의 공통점은 모두 태백산지 구간을 남겨두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는 산과 하천이 많은 복잡한 지형 덕분에 토목기술이 발달했지만 발달한 토목기술로도 태백산맥은 극복하기 어려운 지형적 장벽인 것이다. 균형발전, 특히 동해안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서는 이들 도로들이 빨리 완공이 되어야만 한다.

 

<제4차 국토종합계획 간선도로망계획>

 

  갑자기 큰아들이 하늘에 무지개가 떴단다. 오른쪽으로 보이기 때문에 운전석에서는 보이질 않는다. 맑은 하늘에 무지개라니? 지구과학 사나이 작은아들에게 원인을 설명하라고 했더니 '물방울이 태양빛을 산란…' 어쩌고 하면서 교과서 수준의 설명을 한다. 힐끔힐끔 곁눈질을 했더니 아내가 위험하다고 지청구를 한다. 완주분기점에서 순천-완주고속도로(27번)로 다시 바꿔 탄다. 진행 방향이 조금 바뀌었는데도 여전히 무지개가 보인단다. 결국 갓길에 차를 세웠다. 선명하지는 않지만 흰구름 사이로 무지개가 보인다.

 

▶ 기다리는 시간이 아까와서 점심을 굶다 

 

  점심은 가면서 휴게소에서 간단히 먹기로 했기 때문에 오수휴게소에 들어갔다. 들을 때 마다 나른한 오후 낮잠(午睡)이 떠오르는 오수는 전라북도 임실군에 속한다. 가까이에 순창군이 있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면서 그 유명한(?) 순창 한정식이 떠올랐다. 나에게 그곳이 유명한 이유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는데 이야기만 여러 번 들었기 때문이다. 여러 곳에서 여러 사람에게 들은 것은 아니고 딱 한 분으로부터만. 하지만 아무리 인접한 군이라고 해도 고속도로를 내려서 다녀 오려면 두어 시간을 깨진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하면서 오수휴게소로 들어갔다.

  들어가면서 부터 분위기가 이상하다. 같은 색깔의 티셔츠를 입은 학생들이 잔뜩 돌아다니는 것이 어느 단체에서 어디로 수련회를 가는 모양이다. 휴게소에서 단체 여행객을 보는 것이야 흔한 현상이니 무심코 내려서 식당으로 가다보니 안내 방송이 나온다. 매장이 혼잡하니 표를 먼저 끊고 자리에 앉으라는 얘기였다.

  얼마나 혼잡하길래?

  어쨌든 매장에 들어가 봤더니,

  앗! 그 단체복을 입은 학생들이 이곳에서 점심식사를 하는 모양이다. 휴게소도 비교적 좁은 편인데 많은 수의 단체 손님이 들었으니 그 혼잡함이란… 아무리 음식이 맛있다고 해도 내 구미에는 맞지 않는다. '기다리는 시간에 움직이기로 한 것'이 이번 여행의 컨셉(?)인데 안될 말이다. 배가 고픈지 식솔들에게 물었더니 다들 괜찮단다. 그럼 다시 출발! 어지저지 하다가 이날은 결국 대경도 대합실에서 붕어싸만코 하나씩으로 점심을 때우고 말았다.

 

▶ 네비게이션 없는 자의 슬픔

 

  88올림픽고속도로(12번)와 교차하는 남원JC부터는 처음가는 길이다. 휴게소가 아직 완성이 안 되고 간이 휴게소(구례군 황전휴게소)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이 고속도로는 여수엑스포에 맞춰서 최근에 완공이 된 것이 분명하다. 어쨌든 여수 가는 길이 엄청 짧아졌다.

  27번 고속도로가 끝이 나는 동순천IC를 나왔다. 이제부터는 여수까지 무조건 직진을 하면 될 것 같다. 바깥 차선에서 긴 트레일러트럭이 앞을 막고 가기에 안쪽 차선으로 들어섰더니, 아뿔싸! 내 생각과는 달리 바로 오른쪽으로 빠지도록 표지판이 되어 있는 것이다. 트레일러트럭에 막혀서 오른쪽으로 빠지는 것은 불가능하니 그냥 직진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남쪽으로 쭉 뻗은 이 길은 도대체 어디로 가는 길이란 말인가? 그대로 가볼까 하다가 마음을 고쳐먹고 얼른 오른쪽으로 빠졌다. 하지만 이미 여수 방향으로 가는 길은 놓쳤고 광양으로 가는 엉뚱한 길로 들어섰다. 2번 국도인데 원래 가야할 방향과 정확히 반대 방향이다. 가다가 U턴을 하는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다행스럽게도 1km 약간 넘는 거리에 오른쪽으로 빠지는 길이 있다. 내려서서 보니 863번 지방도로와 연결되는데 U턴을 하지 않고 우회전을 해서 863번을 따라가면 다시 원래 길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헷갈린 길-신대리교차로 *원도: Daum지도(편집)>

 

  예상대로 17번 국도가 나온다. 그런데 나중에 지도를 봤더니 이 17번 국도가 이 구간에서 상당히 헷갈리게 나 있다. 아까 갈 뻔했던 직선노선도 17번이고 순천과 여수를 연결하는 옛 길도 17번이며, 새로 만든 순천-여수 간 자동차전용도로 역시 17번이다. 방향이 같으면 도로 번호가 같은 것인가? 고속도로처럼 171번 식으로 붙여야 하는 것은 아닐까? 어쨌든 아까 서둘러서 광양 방면으로 빠지지 말고 그대로 직진을 했어도 결국은 만나도록 되어 있었던 것이다.

  3차원의 멋진 교차로가 전국 곳곳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 상당히 혼란스러운 경우가 많다. 자동차는 도보나 자전거와는 달리 고속으로 달리는데다 쉽게 되돌아갈 수 없기 때문에 한 순간 길을 놓치면 한 참을 갔다가 되돌아와야만 한다. 네비게이션 장치가 널리 보급되다 보니 길을 네비게이션에 맞춰서 만드는 것은 아닐까 싶다. '길치를 위한 네비게이션, 길치를 만드는 네비게이션', 이경한님의 '일상에서 지리를 만나다'에 나왔던 표현인 것 같다. 우리의 일상 생활이 이젠 휴대폰에 맞춰서 이루어지듯이 네비게이션에 맞춰서 길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은 것이다. 지금은 아직 아니라고 하더라도 언젠가는 그런 날이 오고야 말 것이다. 無네비게이션을 고집하는 나의 생활방식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는 날이 오고야 마는 것은 아닐까?

 

 ▶ 새로 놓은 거북선대교

 

  조금 외돌기는 했지만 다행스럽게도 크게 헤매지 않고 17번 국도에 올라섰다. 예전 17번과 나란히 자동차 전용도로가 개통이 되었다. 당연히 엑스포 덕분이리라. 돌산대교 앞에서 우회전을 하면 바로 대경도대합실이 나오는 것으로 머리 속에 입력을 했기 때문에 무조건 돌산을 향해 달렸다. 다행스럽게도 표지판에는 계속해서 돌산이 표시되어 있다.

  그런데 시내 초입에서 또 약간의 혼란이 왔다. 오른쪽으로는 시청이 표시되어 있고 왼쪽으로는 돌산이 표시되어 있는 갈림길을 만난 것이다. 지금까지는 계속 시청과 돌산이 같은 방향으로 표시되어 있었는데… 어쨌든 돌산 방향으로 길을 잡았다. 그런데 표지판에서 돌산은 사라지고 계속해서 '여수해양엑스포'만 나오는 것이다. 이 길은 새 길인데다 여기저기 멋을 낸 것이 이번 엑스포에 맞춰서 시내 바깥쪽으로 새로 낸 길이 분명하다. 이러다가 오동도 근방으로 빠져서 복잡한 시내 길을 통과하게 생겼다. 그래도 그냥 직진하는 수 밖에는 어쩔 도리가 없다.

  가다 보니 둔덕IC에서 왼쪽으로 시청 방향으로 빠지는 길이 있다. 순간적으로 나갈까 생각하고 있는데 도로에 돌산방향 화살표가 그려져 있다. 그냥 가 보자, 우연이지만 새 길을 만났으니 가 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이 길은 예상했던 대로 엑스포에 맞춰서 새로 낸 길로 여수 시내를 피해 시내 북쪽의 호암산과 마래산 기슭을 따라 외곽으로 연결되어 있다. 터널을 뚫고 다리를 놓아 어렵게 지형을 극복했지만 시가지를 통과하지 않기 때문에 토지이용의 효율성을 많이 높였을 것 같다.

  전라선의 종착지인 여수역은 '여수엑스포역'으로 이름이 바뀌어 있다. 17번 도로는 전라선 종착지 부근에서는 철도와 거의 평행으로 달리기 때문에 역을 중심으로 형성된 엑스포장을 끼고 지나간다. 결과적으로는 엑스포를 먼발치에서 나마 구경할 수가 있는 길이었다. 수 많은 사람들과 엑스포 전시관 건물들을 지나가면서 볼 수가 있다. 엑스포 관람은 이것으로 끝이다.

 

<새로 생긴 17번 국도(북쪽 노선)과 대경도 *원도: Daum지도(편집)>

 

 

  표지판에 '거북선대교'라는 이름이 나온다. '돌산대교'를 엑스포에 맞춰서 이름을 바꿨나? 어쨌든 다리 앞에서 우회전을 해야 되므로 신경을 좀 써야 한다.

  그런데, 앗!

  생각지도 않았던 터널이 나오더니 끝나자 마자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다리로 연결되는 것이 아닌가?

  이건 뭐임?

  다리는 현수교로 모양은 돌산대교 비슷하기는 한데 편도 2차선으로 편도 1차선인 돌산대교보다 훨씬 넓다. 역시 새로 만든 냄새가 확 난다. 거북선대교라는 다리를 새로 놓았구나. 그제서야 감이 왔다. 다리를 건너 첫번째 만난 교차로에서 보니 오른쪽으로는 돌산대교가, 왼쪽으로는 시청(돌산청사)이 표시되어 있다. 그러니까 오동도 앞 자산공원을 지하로 통과하는 터널을 뚫어서 엑스포장과 돌산의 시청을 직접 연결하는 길을 새로 낸 것이다. 시청이 제 기능을 수행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이고 돌산도가 실질적인 여수의 영역에 포섭이 되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

  그렇다면 우린 우회전을 해서 돌산대교를 다시 건너간 다음 좌회전을 해서 대경도대합실로 가야한다. 대경도대합실로 가는 길의 양쪽에는 대형 버스를 비롯한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다. 모두 엑스포 관람객들을 위한 차들인데 아마도 셔틀버스로 전시관과 이곳을 연결하고 있는 모양이다.

 

▶ 본의 아니게 새치기를…

 

  드디어 도착!

  대합실 옆 공터에 주차를 하고 요기할 거리와 낚시 장비를 구입하러 나섰다. 낚싯대는 팬션에서 빌려 주지만 바늘이나 미끼 등은 사 가지고 가야 한다고 했기 때문이다. 바늘, 미끼, 기타 등등을 사는 데 4만5천원이 들었다. 나중에 팬션에서 낚싯대 빌리는데 만5천원이 더 들었으므로 장비를 갖추는데만 6만원이 들었다. 그냥 사 먹는 것이 나은 것 아니냐고 아내가 걱정(?)을 한다. 내 생각도 같다.

  낚시 준비는 됐으나 요기는 하지 못했기 때문에 주변을 살폈지만 마땅칠 않다. 결국 대합실 가게에서 붕어사만코 하나씩 사 먹는 것으로 초간편 점심을 대신하고 말았다.

  배는 시간을 정하지 않고 계속해서 왔다갔다 왕복을 한다고 한다. 가만히 보니 들어갈 차들이 차례로 줄을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엉뚱한 곳에 차를 세우고 낚시 장비만 사러 다닌 것이다. 예닐곱 대가 서 있기에 맨 뒤에다 차를 세웠더니 바로 앞에 차를 세운 사람이 나를 보고 배에 탈 거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대답했더니 그럼 저 앞으로 가시란다.

  "네? 순서를 지켜야죠?"

  "그러니까 앞으로 가세요. 차는 후진으로 배에 탑니다"

  머쓱;;;

  그러니까 나는 맨 뒤에 가서 선 것이 아니라 맨 앞에 가서 새치기를 한 것이다. 선후배는 순간적으로도 정해진다. 내 뒤에 온 사람들에게 금세 나도 좀 전에 배운 '지식'을 전수해 줘야 했으니까.

  대경도는 바로 코 앞에 있어서 배가 건너가서 사람들과 차를 내려놓고 다시 돌아오는 것이 다 보인다. 그런데 이 페리라는 것이 달랑 차를 네 대 밖에 못 태우는 작은 배다. 한 대를 보내고 다음 배를 탈 수 밖에 없었다. 이동 시간이 짧기 때문에 차에서 내릴 것도 없다. 게다가 날씨가 너무 더워서 바닷 바람을 쐬는 것 보다 차라리 에어컨을 틀고 차 안에 있는 것이 더 시원하다.

 

▶ 카메라 메모리를 빼 놓고 오다니…

 

  페리로 이동 중에 사진을 한 장 찍었더니,

  헐~

  카메라에 메모리 카드가 없다. 이런 실수를 하다니! 젓가락도 없이 밥상 앞에 앉은 꼴이다. 웅담도 없는 주제에 곰이라고 우기는 격이다. 이 섬에서 메모리 카드를 살 수도 없고, 그래도 다행스럽게 아들 카메라가 있어서 신세를 지는 수 밖에 없다. 아들 카메라 빌려서 두어 컷 찍으면서 육지와 대경도 사이의 좁은 해협을 건넜다. 배삯이 차 한대와 네 식구 모두 합쳐 9,500원이다. 차 한 대는 4천원, 사람은 천5백원씩이므로 만원이어야 하는 데 아마도 운전자는 조금 깎아주는 모양이다. 나올 때는 따로 표를 끊을 필요가 없는 왕복 표이니 그리 비싼 것 같지는 않다.

 

<대경도와 육지를 왕복하는 페리>

 

<페리에는 자동차가 달랑 네 대 밖에 못들어간다. 경차는 한 대 더 가능(나올 때 찍은 사진>

 

▶ 대경도에도 골프장이?

 

  선착장에 내려서 전화로 알아본 대로 리조트로 들어가지 않고 길을 따라 직진해 올라 가다가 정자 앞에서 왼쪽으로 돌았다. 배에서 내린 많은 사람들은 대부분 선착장에서 내려서 그 리조트란 곳으로 들어간다. 아까 돌산대교를 넘으면서 잠깐 봤을 때 대경도의 남쪽 부분이 벌겋게 속살을 드러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무를 모두 잘라내고 땅을 고르고 있는 것이 무슨 시설을 새로 만드는 것은 분명한데 여기 리조트를 보니 아마도 골프장을 만드는 모양이다. 이젠 골프장은 육지고 섬이고 할 것 없이 전국 어디서나 아주 흔한 시설이 되었다. 우리나라 지형 및 기후 조건과 골프장은 썩 어울리지 않는다고 나는 생각해 왔지만 이미 '골프는 국민 스포츠' 정도로 대중들의 인식이 굳어가고 있는 듯하다. 내 가까이에 있는 선후배 중에도 이미 골퍼들이 잔뜩 있을 정도이니 대세인 것이 분명하다. 이런 작은 섬에도 골프장이 들어설 정도라면 더 말해 무엇하랴…

▶ 스머프집을 닮은 해상 팬션

 

  바닷가로 난 좁은 2차선 도로를 따라 조금 내려가니 바다에 떠 있는 팬션이 보이고 사무실도 보인다. 팬션은 옛날 만화 '개구쟁이 스머프'에 나왔던 스머프집 처럼 생겼는데 색깔은 흰색이다. 관리는 동네 분들이 공동으로 하는 것 같은데 오늘 담당하신 분은 70대 정도로 보이는 할아버지시다. 낚싯대를 아내 몫은 빼고 세 대를 빌려서 팬션으로 향했다. 팬션은 모두 여섯 동인데 우리가 마지막이라 더 들어올 사람이 없으니 차를 선착장 앞에 그냥 대라고 하신다. 기왕에 낚시를 즐기려고 이곳에 온다면 우리처럼 늦게 오는 것은 비경제적인 것이 분명하다. 시간만 손해 본 것이 아니라 팬션도 1호, 즉 마을에 가장 가까운 것이 우리에게 배정되어 아무래도 낚시하는 재미가 덜하게 생겼다. 

  팬션이 코앞에 있지만 바다는 바다라서 배를 타고 가야만 한다. 어선은 보기와는 달리 시동 소리가 숨이 끊어지기 직전이다. 속도를 낼 만한 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최저 속도로 가다보니 엔진을 풀 가동할 필요가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원룸형의 팬션은 한 단 높은 침실이 있고 주방과 식탁을 갖추고 있는데 4인 가족에게 딱 적당한 크기이다. 친구네와 같이 올까 생각도 했었는데 그러지 않길 잘했다. 먹을 물은 가져와야 한다고 해서 2리터 짜리 생수를 여섯 병이나 무겁게 들고 왔는데 물이 잘 나온다. 그것도 냉온수가 구별되어 나오는데다 냉장고에 텔레비젼까지 있다. 해저로 전기 케이블과 수도관이 매설되어 있다는 뜻이다.

  대략 짐 정리를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 아직 해가 많이 남아 있어서 햇살이 따갑지만 일단 바다 가운데 들어 왔으니 낚시 맛이라도 봐야한다. 앞쪽으로는 돌산대교의 완벽한 전경이 보이고 그 너머로 장군도와 여수 시가지가 건너다 보인다.

 

<팬션에서 돌산대교가 보인다>

 

<일단 인증샷!>

 

▶ 원투낚시로 잡은 최대어

 

  바닥에 걸리는 것이 많으니 멀리 던지는 것 보다는 가까이 던지는 것이 나을 것이라는 정보를 낚시점 주인에게 들었기 때문에 앞쪽에 낚시를 던졌다. 팬션 안의 안내문에 의하면 사리 때 수위가 11m쯤 된다고 하는데 지금은 그 정도는 안 되는 것 같다. 대개 바닷가 육지에서 낚시를 던지면 밀물 때 주로 고기가 잡히는데 이곳은 썰물 때 주로 잡힌다고 한다. 바로 근해이기는 하지만 육지로 드러나는 갯벌이 아니기 때문에 연안 낚시와는 다른 특징이 있는 것 같다.

  그런데 큰 아들은 멀리까지 낚시를 던진다. 하긴 낚시가 어획을 많이 하는 것이 목적인데 바늘 끊어지는 것을 두려워 해서야 되겠는가? 이것을 '원투 낚시'라고 했는데 큰 아들은 '遠投'에서 온 말이란다. 그러고 보니 맞는 것 같다. 막연히 'one two'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무런 뜻도 없지 않은가? 갑자기 아들이 부쩍 큰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쨌든 장거리포를 고집한 큰 아들이 무언가를 하나 걸었다. 낚싯대가 제법 휘어지는 것이 처음엔 바닥에 걸린줄 알았단다. 낚시점 아저씨가 걸리는 것이 많다고 겁을 많이 줬기 때문에. 그런데 꺼내 보니 제법 그럴싸한 가자미가 한 마리 걸려 나왔다. 그렇다면 생각했던 것 보다는 전망이 밝다는 얘긴가?

  결과는?

  결국 큰 아들의 가자미가 최대어가 되고 말았다. 그 뒤로도 큰 아들은 이름을 알 수 없는 고기를 몇 마리 더 낚아 올렸다. 나는 병어새끼 비스므리한 고기 나마 몇 마리 낚아 올렸는데 작은 아들은 울상이다. 도대체 감을 잡지 못하겠단다. 지구과학 사나이 답게 물고기 대신 지구를 몇 번 걸었다. 지난 봄에는 서해로 바다 낚시를 가서 얼추 쟁반만한 넙치를 한 마리 낚아 올렸는데…

 

<가장 다양한 어종과 큰(?) 물고기를 많이 잡은 큰아들>

 

<엄청난 놈(?)을 걸은 작은아들>

 

<물 위에 떠있는 팬션이기 때문에 조금씩 흔들린다. 그래서 셔터속도를 조금 길게하면 사진이 이렇게 나온다>

  

▶ 새꼬시(?)와 매운탕(?)을 만들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그나마 어획량이 곤두박질 친다. 물 때가 바뀌었기 때문인지, 아니면 어두워서 시력이 나쁜 물고기들이 먹이를 찾지 못하는 것인지…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 밥은 햇반을 준비했고 자잘한 반찬도 준비해 가지고 왔으므로 어획량과 무관하게 식사는 가능하다. 매운탕은 내일 아침으로 미루고 준비해 온 반찬으로 맛난 저녁을 먹었다. 지난 겨울에는 체중 조절에 어느 정도 성공을 했는데 올 여름은 일주일 밖에 안되는 방학에 살만 찌게 생겼다. 공부한다고 살 빠진 작은 아들 덕분에 요 며칠 새 연일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했더니 배가 정처없이 나오는 중이다.

  식사 후에도 조금 더 어로 행위를 했지만 거의 소식이 없다. 밀물이어서 물이 아주 빠르게 들어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돌산대교 너머로 보이는 야경은 일품이다. 엑스포에서 하늘로 쏘아 올리는 불빛이 배트맨을 부르는 고탐시의 레이져 불빛 같다.

  자~ 그럼 새꼬시를 한 번 만들어 볼까?

  백석동 어느 술집의 특기 메뉴인 새꼬시를 한 번 흉내내 보기로 했다. 손질해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던 횟감들을 꺼냈더니 벌써 살짝 얼어버렸는데 더욱 큰 문제는 칼이 거의 톱 수준이라는 사실이다. 이래 가지고서는 3백번 이상 칼질을 해서 만든다는 그 새꼬시는 애시당초 틀렸다. 다지는 것은 고사하고 겨우 토막을 내서 내 놨더니 내가 봐도 무지 맛이 없게 생겼다. 게다가 아내는 '이잠숙'이라는 별명 값을 하느라고 벌써 곯아 떨어져서 깨워도 소용이 없다. 그래도 착한 아들들은 회를 좋아 하지도 않으면서 맛있는 체를 하며 먹어준다. 쏘맥 몇 잔씩을 나눴는데 아무래도 안되겠다 싶다. 얼른 남은 횟감(?)을 모아다가 라면을 끓이도록 했다. 우리집 베짱이 작은 아들이 중책(?)을 맡았다. 이른바 '매운탕 라면'으로 실패해도 라면 맛으로 버틸 수 있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적은 요리이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오늘은 평소보다 배가 두 배는 더 나왔다.

 

<감도를 높이고 셔터속도를 짧게 해서 찍어보기. 엑스포에서 하늘을 향해 쏘아 올리는 불빛이 돌산도 너머로 보인다(사진 오른쪽)>

  

<2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