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카(Huka)폭포의 우람한 물줄기는 높이보다는 협곡 때문이다.
와이카토강 상류에 있는 후카폭포는 높이가 11m에 불과한 폭포로 높이로 치면 큰 폭포라고 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질랜드에서 첫번째로 꼽히는 유명한 폭포로 뉴질랜드를 찾는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이다. 높이 11m에 불과한 폭포가 세계적인 명물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타우포호 북동쪽에 위치한 타푸에하루루(Tapuaeharuru)만을 빠져 나간 와이카토(Waikato)강이 구불구불 7km를 곡류하면 후카폭포에 도착한다. 후카폭포에 도달할 때까지 와이카토강은 넓은 하곡을 마음대로 파면서 자유곡류한다. 그런데 폭포 상류 200m 지점에서 와이카토강은 갑자기 폭 10m 안팎의 협곡으로 돌변한다. 강은 어쩔 수 없이 마치 터널같은 협곡을 빠져나가야만 하는데 그 거리가 200m이다. 상류인 타우포호에서는 물이 풍부하게 공급이 되므로 이 구간에서는 강한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협곡 구간에서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물보라를 일으키면서 강물이 빠르게 흘러 내려간다. 마오리말로 와이카토는 '거품'이라는 뜻인데 협곡을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 금방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다.
200m를 지나면서 충분한 압력을 받은 강물은 마침내 협곡 터널을 빠져나가면 마치 소방호스에서 물이 분사되어 나오듯이 터널이 끝나는 부분에서 갑자기 좌우로 퍼지면서 물이 뿜어져 나가게 된다. 표고차가 없어도 충분히 장관이 될 수 있는 조건이다. 그런데 이 터널이 끝나는 부분에 11m 낭떠러지가 있다. 강한 압력을 받은 강물이 11m 아래로 떨어지면서 엄청난 물보라와 굉음을 일으킨다. 11m의 표고차로도 세계적인 명물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200m 협곡 때문이다.
[후카폭포로 이어지는 200m 협곡]
▣ 후카폭포 일대의 지질구조
그렇다면 후카폭포 비밀의 열쇠인 이 200m 협곡은 왜 만들어졌을까? 후카폭포의 비밀을 푸는 열쇠는 바로 지질구조이다. 타우포호 북동쪽 일대는 화산성 부석(浮石, pumice)이 분포한다. 부석 분포지역은 타푸에하루루만 연안에서부터 와이카토강을 따라 북동쪽으로 이어진다. 이 부석층은 단단한 암석이 아니어서 하천에 의해 쉽게 깎여 나갈 정도이다.
[타푸에하루루만 연안의 부석층]
그런데 부석이 쌓이기 전인 약 20만 년 전~7만 년 전에 이 일대는 지금의 타우포보다 훨씬 큰 호수가 있었고 그 바닥에 오랫동안 호수성 퇴적물이 쌓였다. 이 퇴적층을 '후카폭포층(Huka Falls Formation)'이라고 한다. 27,000년 전 대규모 화산활동이 일어나 이 퇴적층 위로 용결응회암(ignimbrite)이 덮였다. 그리고 아주 최근인 1,800년 전 다시 타우포에 분화가 일어나 대규모로 화산재와 화산쇄설물이 흘러내려 그 위를 덮었다. 화산쇄설물은 당시 낮은 부분을 따라 흘렀을 것이므로 와이카토강이 흘러 나가는 타푸에하루루만 일대에 집중하였다.
[후카폭포 주변의 퇴적암층]
화산활동이 멈춘 이후 하천은 다시 옛 유로를 따라 흘러나가면서 침식에 약한 부석층을 빠르게 침식하였다. 이어 용결응회암층을 침식하고 후카폭포층에 도달하였다. 여러 겹의 층으로 이루어진 퇴적암은 보통 수분이 깊이 침투하기 어려워 풍화가 잘 진전되지 않는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부석층이나 응회암층에 비해 침식에 강하다. 따라서 후카폭포 일대의 와이카토강은 강바닥이 퇴적암, 즉 후카폭포층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후카폭포 위쪽 200m 지점부터 퇴적층의 두께가 두터워서 강의 흐름이 방해를 받았고 댐처럼 물이 고였다가 빠져 나가게 되었다. 이런 경우 퇴적암은 넓게 깎여 나가기 보다는 절리면을 따라 좁고 깊게 침식을 당하는 경향이 있다. 후카폭포가 만들어진 이유이다.
[후카폭포 일대의 지질구조 *자료: Geological digressions(https://www.geological-digressions.com)]
[와이카토강 연안의 부석층]
▣ 언젠가는 사라질 후카폭포
폭포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다음 그림과 같이 진행된다. 침식에 강한 퇴적암이 후카폭포 위쪽의 강바닥을 이루며 퇴적암 아래에 상대적으로 침식에 약한 화산암이 분포한다. 따라서 그림처럼 지형 발달 과정이 진행 된다고 전제하면 후카폭포는 계속 위쪽으로 후퇴할 것이며 먼 훗날 언젠가는 끝내 없어질 것이다.
[폭포의 변천 과정 *자료: Geowi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