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여행기&답사자료/중미 3국 : 멕시코, 쿠바, 파나마

1월21일 (목) : 쿠바 떠나는 날

Geotopia 2016. 3. 6. 15:28

*물이 통과되는 검색대


  검색이 허술한 건가, 아니면 테러의 위험이 없다는 뜻인가, 그도 아니면 담당 직원이 깜박한 것인가? 배낭 옆에 꽂아 놓은 물을 깜박하고 그냥 들고 들어왔는데도 검색을 통과했다. 국제선이 한산해서 좋다. 출국심사도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자본주의적 사고가 아직도 부족하다. 


  화목이가 면세점 담배를 사러갔다가 그냥왔다. 달러를 받지 않기 때문이다. 술은 달러로 샀는데(7년산 2병 51달러) 담배 코너는 달러를 받지 않는단다. 국제선 면세점에서 달러를 받지 않으면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얘기나 다를 바 없다. 출국하는 외국인 중에 누가 쿠바 돈을 가지고 출국장에 들어오겠는가? 어떤 부분은 자본주의화가 많이 이루어졌는가 하면 의외로 이렇게 어이없는 경우도 있다.


  개인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경우는 작은 것이라도 쉽게 이익을 좇는다. 예를 들면 화장실에서 동전을 받는 것이나 노래를 부르고 돈을 받는 것 같은 거. 화장실은 안 갈 수가 없으니 강제나 다를 바 없으며 식당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은 그것이 좋든 싫든 들어야 하니 역시 얼추 강제에 가깝다. 익숙하지 않은 나는 그냥 편안하게 듣고 감상하기가 어렵다. 팁을 주는 걸까, 안 줘도 되는 걸까? 주면 얼마를 줘야할까? 속내를 내뱉기 조차 부끄러운 이런 수준 이하의 고민을 하다 보면 감상이고 뭐고가 없을 수 밖에 없다. 또 식사하면서 우리끼리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야 하는데 코앞에서 '소리'를 지르니 대화에 보통 방해가 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공항 면세점은 국영일 것이다. 공무원들은 매출을 올려봐야 그것이 자기 이익으로 돌아오지 않으니 오히려 손님이 없는 것이 나을지도 모른다. 편협한 자본주의적 시각일지도 모르지만 분명히 그런 측면이 있다. 이들에게서 자발성이 발휘되려면 둘 중의 한 가지 방법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익을 만들어주던가, 아니면 신념을 투철하게 하든가. 카스트로가 4시간을 연설하는 이유를 짐작하겠다. 개인적 이익을 전면적으로 보장해주지 않는 사회주의 국가를 운영함에 있어 백성의 자발성을 유도하는 방법은 사상 교양일 수 밖에 없다. 국정의 모든 부문을 만기친람하기 위해서는 네 시간으로도 부족할지 모른다.


  완벽한 사회란 없다. 하나를 얻으면 또 하나를 열망하는 것이 바로 인간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불만 요소를 만들어 낸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다고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그 구성원들 모두가 만족하는 사회는 분명히 없다.


  하지만 양비론은 경계해야 한다. 이 나라가 이렇게 문제가 있으니 우리나라에  문제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는 논리 말이다. 사회주의고 자본주의고 다 똑같다는 논리도 마찬가지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회주의의 모순이 나타나고 있다면 그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합리적이고 이익에 기반한 자발성에 근거를 두어야 할 사회가 백성을 깨우치기 위한 사상 교양을 한다면 그얼마나 우스운 일인가! 역사교과서를 왜곡하고자 하는 것은 이런 사상교양의 하나이다. 사회주의를 경멸하는 나라에서 사회주의적 사상 교양이라니 말이 되는가!
  바로 이런 것을 가려보는 것이 필요하다. 양비론, 또는 양시론은 발전을 방해하는 암적인 논리이다. 다른 나라를 돌아보는 것은 그 나라의 장점을 공부하기 위한 것이지 그것을 보고 우리의 정당성을 강변하기 위한 것은 아니다. 알량한 우월감을 느끼기 위한 것 또한 아니다. 다른 나라의 부정적인 측면을 부각해서 보고난 후 '우리나라가 최고'라는 논리만 학습하게 된다면 해외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된다.


*한적한 아바나공항


  아침 시간 탓이라고  하기엔 공항이 너무 한산하다. 국제선 게이트가 몇 개로 나뉘어있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탑승할 곳은 B-13게이트인데  B탑승장에는 모두 14개의 탑승구가 있다. 우리가 밖에서 A, B를 찾기 위해 헤매지 않고 바로 Immigration으로 들어왔고 검색대를 통과하고 바로 면세점을 통과했는데 그곳이 B탑승장이었다. 그렇다면 국제선 탑승구가 이것뿐인가? 설마...  아마도 지역별로 나뉘어 있는 모양이다. 아무래도 미국으로 나가는 사람이 가장 많을 것이므로 A탑승장은 미국쪽이 아닐까?
  어쨌든 공항은 매우 한산하다. 쿠바인들의 해외 나들이가 많지 않다는 뜻일 것이다. 더욱이 미국이 아닌, 더욱이 파나마로 갈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아니나 다를까? 비행기 좌석이 1/5도 차지 않은 것 같다. 6열짜리 작은 비행기인데도 대부분의 좌석이 비어있는 것이다. 시간이 채 되지도 않았는데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거참. 자리도 많이 남았는데 늦게 오는 사람은 어쩌라고(휴스턴의 해프닝이 떠올라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니 이미 예약된 탑승객이 모두 탑승을 한 것이다.


*하늘에서 내려다 본 쿠바의 농촌마을


  북쪽으로 이륙을 한 다음 서남쪽으로 선회를 한다(열흘이 넘었는데 우리나라쪽을 자꾸 동쪽으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다). 아바나공항(호세마르티 국제공항)에서 바다까지는 거리가 매우 가깝다. 잠깐 농촌 풍경을 볼 수 있는데 잘 정비된 경지와 경지 가운데 제법 규모가 큰 집촌을 이루고 있는 마을을 볼 수 있다. 마을은 대개 정사각형인 것으로 보아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촌락으로 보이는데 가옥의 밀집도가 매우 높은 것이 특징이다. 경지도 원형, 사각형 등 다양한 모양으로 정비가 되어 있다. 이 일대 역시 시뻘건 테라로사 토양들이다. 해변의 망그로브숲과 작은 섬들이 몇 개 보이더니 바로 바다다. 섬들은 산호섬인가? 멕시코만은 평화롭다. 점점이 구름이 박혀 있지만 바다가 잘 내려다 보이는 좋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