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덩치 큰 사람이 많다고 이기는 것이 아니다.
학교 체육대회의 필수 종목인 줄다리기를 할 때마다 느끼기는 했다. 뭔가 있기는 있는 것 같은데 내 운동 신경으로는 해결이 안 되었다. 예전에 운동 신경이 좋은 후배 선생님이 줄다리기 경기에서 '전술'을 구사하던 기억이 너무 강렬했었는데 그게 아무리 흉내를 내려해도 되지를 않았다.
후배 샘이 구사하던 전술은 이랬다. 경기가 시작되면 모든 선수들이 온몸으로 그냥 버티기만 하는 것이다. 한 10초 이상 버티는 동안 상대 팀은 '영차 영차!'를 외치면서 줄을 당긴다. 그러는 동안 전열도 흐트러지고 힘도 빠진다. 상황이 이 정도 되면 그 때 신호를 보내 일제히 '영차 영차' 줄을 당기는 것이다. 신기하게 연전연승이었다. '운동 신경이 좋으면 감독도 잘 하는구나' 그저 감탄만 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사실 20~30 명이 동시에 줄을 당긴다고만 하면 못 이길 팀이 없다. 하지만 줄다리기에 직접 참여했던 경험이나 경기를 지켜본 경험으로 보면 뒤쪽으로 갈수록 그냥 매달려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에 덩치가 큰 주전 선수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에 뒤에 '매달려 있는' '나머지' 선수들은 힘을 쓰고 자시고 할 것도 없는 것이다. 심지어는 줄에 휘둘려서 넘어지고 난리가 나기도 일쑤다.
스포츠 줄다리기의 핵심은 바로 앵커(anker)다.
버텨주는 '닻' 역할을 잘 해줘야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 대개 앵커는 가장 힘이 좋고 덩치가 큰 선수가 맡으며 맨 뒤에 서서 몸에 줄을 감고 버텨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 아마추어 줄다리기와는 정반대다. 여덟 명이 하는 정식 경기와 20~30명이 하는 체육대회 줄다리기는 물론 다르지만 참고해 볼만 하겠다.
<한겨레신문, 2016.5.26>
☞ 관련 기사 http://www.hani.co.kr/arti/sports/sports_general/745391.html?_fr=mt3 <한겨레신문, 2016.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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