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사기&여행기&답사자료/괴산 산막이 옛길

옥천지향사를 가르는 협곡-괴산 산막이 옛길

Geotopia 2013. 10. 10. 05:46

 ▶ 2013년 10월 9일(수)

 

<이동 경로  *자료: Google/GPS Master>

 

  거의 1년 만에 또 오게 되었다. 산책로 옆 사과나무 밭의 불그스레한 사과와 나무들 사이로 핀 구절초꽃들을 보니 꼭 작년에 왔을 때이다. 연이틀 과음으로 몸상태는 별로지만 어쨌든 산은 매력적이다. 작년과 달라진 점이라면 더욱 많아진 관광객들이다. 사람이 걸려서 산책로에서 교행이 어려울 지경인 곳이 많다.

 

<사람들은 어떤 길을 선택할까?>

 

  일행이 여럿인 틈을 타서 오늘은 아내를 일행들에게 맡기고(?) 혼자서 올라가봤다. 등잔봉(450m)까지는 퇴적암 산지 특유의 급경사면이 계속된다. 급경사인데다 어제 태풍의 영향으로 비가 살짝 내려서 길이 약간 미끄럽다. 해발고도가 높은 편은 아니지만 급경사면의 길이가 제법 길다보니 중간쯤에 '편안하고 완만한 길', '힘들고 위험한 길'을 선택하도록 한 안내판이 있다. 지난 번에도 '힘들고 위험한 길'을 선택했었기 때문에 이번엔 다른 길을 가볼까 생각을 잠깐 했는데 완만한 길은 사람들이 잘 안 다닌 듯 잡초로 길이 좁아져 있다. 힘들다고 하면서도 사람들은 어려운 길을 선택하는 모양이다. 이유는 뭘까? 나도 같은 선택을 했으니 나에게 물으면 될 것 같다. 도전 정신(?), 좋게 말하면 도전 정신이다. 산에 오는 사람치고 편하게 놀러 오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대부분은 어려울 것을 기꺼이 각오하는 것 같다. 심지어 산에 올 때 마다 맨날 죽는 소리를 하는 아내도 어려운 코스를 선택해서 올라온다.

  등산에서는 역시 '황소걸음'이 왕도이다. 쉬지 않고 일정한 나만의 페이스로 천천히 올라보면 속도가 결코 늦지 않다. 등잔봉에는 오늘도 사람이 엄청나게 많다. 바닥에 돗자리까지 깔고 앉아 푸짐한 새참을 즐기는 한 무리의 등산객들은 아마도 관광차 팀들인 것 같다.

 

<괴산댐 한반도 지형. 울릉도와 독도도 만들어 놓았다>

 

  이젠 기다렸다가 아내와 함께 가야할 것 같다. 전망대에서 호수를 내려다 보고 있는데 뒤에서 어떤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들린다.

  "저게 독도야?"

  오잉! 독도가 있단 말이야? 다시 한 번 살펴보니 산막이 마을 앞에 작은 섬이 둘 있다. 작년에 왔을 때 유람선을 타고 지나가다가 처음 봤는데 그 때 지나가면서 무슨 기능을 하는 시설물인지 무진 고민을 했던 바로 그것이다. 돌로 원형의 축대를 쌓고 가운데를 흙으로 채운 다음 나무를 심었다. 두 가지 생각이 어지럽게 교차한다. 하나는 지리학도가 그것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는 자괴감과, 또 하나는 우리 모두에게 내재된 독도 컴플렉스가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공간에 대한 인식은 주민의 의식세계를 반영한다는 사실이 잘 증명이 된다.

 

<등잔봉 뒷쪽 산간 분지에 자리잡은 산지촌>

 

  등잔봉의 뒷쪽에는 산 사이로 작은 산간분지가 형성되어 있다. 행정구역으로는 문광면 옥성리인데 달천의 지류인 흑석천의 최상류에 위치하고 있다. 흑석천은 남북방향으로 발달한 산막이 옛길 산줄기와 거의 평행으로 흐르다가 산막이 마을 상류 약 5km 지점에서 달천과 합류한다.

 

<등잔봉 정상의 안내표지판>

 

  일행과 합류하여 다시 출발. 다음 봉우리는 천장봉(437m)이다. 가장 긴 코스인 1코스는 삼성봉(550m)까지 간 다음에 하산을 하는데 이번엔 천장봉에서 하산하는 2코스를 타기로 했다.  

 

<괴산댐과 칠성면 소재지 일대의 곡저평야>

 

<주차장>

 

  멀리 주차장이 보이는 곳이 등산로 중간에 있다. 주차장은 형형색색의 자동차들로 가득차 있는데 주변의 한적한 농촌 경관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밀집도를 자랑한다. 관광기능이 엄청난 연계효과를 불러 일으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만한 산길이야 우리나라에 흔하지만 호수와 어우러진 풍경을 찾기는 쉽지 않다. 마침 '천천히' 걷는 것이 각광을 받는 분위기도 이런 폭발적인 관광객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등잔봉과 천장봉 사이에 있는 표지판>

 

<PZocm 후조선계 옥천층군 문주리층 / PZoch 후조선계 옥천층군 황강리층 / Qa·Qt 제4계 충적층  *자료: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옥천층 퇴적암>

 

  퇴적암 산지 답게 능선은 좁고 경사가 상당히 급한데 중간 중간 퇴적암 노두를 관찰할 수 있다. 절리의 방향은  전형적인 북동-남서 방향인데 나침반과 함께 초점을 맞추다가 잘 안돼서 포기하고 말았다. 산행을 여럿이 함께하면 이런 점이 어렵다. 오래 시간을 지체하면 일행들과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어떤 때는 사진찍기를 포기하고 그냥 지나칠 때도 있다.

 

<등잔봉과 천장봉 사이에 있는 조망점에서>

 

  중간에 한반도 지형이 잘 보이는 조망점이 하나 있는데 이곳은 조망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오히려 밧줄로 출입 통제선을 만들어 놓았다. 주변에 좁고 절벽의 경사가 급해서 좀 위험한 위치이기 때문인 것 같다.

 

<천장봉 앞의 표지판>

 

<이젠 많이 무감각해졌지만 여전히 이런 무의미한 리본은 보기 싫다>

 

<2코스로 하산하려면 이 전망대를 통과해야 한다>

 

  천장봉 아래에 설치된 한반도지형 전망대는 통나무로 만들어서 운치는 있는데 조금 위험해 보인다. 오른쪽에는 소나무 가지가 자라 나와서 산막이 마을을 가리기도 한다. 사람은 많고 전망대는 좁아서(등잔봉도 사정은 비슷하다) 사진 한 장 찍으려면 다른 사람이 찍고 자리를 비킬 때까지 한참을 기다려야만 한다. 물론 순서가 되면 폼 잡고 사진을 찍고 자시고 할 것도 없이 후다닥 시늉만 하고 자리를 비켜줘야만 한다.

 

<전망대 아래에 있는 퇴적암 암괴>

 

  전망대를 지나자 마자 급경사면이 시작된다. 바위 경사면을 내려가는 곳에는 나무 사다리가 설치되어 있는데 무릎이 시원찮은 나이가 되니 그냥 서서 내려가기가 만만치 않다. 사다리를 내려서서 보니 전형적인 퇴적암 암괴를 볼 수 있다.

 

<산정과 하곡의 기복량 차이가 크고 사면의 경사가 급한 퇴적암 산지>

 

<괴산군과 임꺽정은 어떤 관련이 있는 것일까?>

 

<산책로변의 시화. 돌판에 글을 썼다>

 

  경사면을 다 내려오면 산막이마을과 주차장을 연결하는 호안 산책로를 만난다. 상류쪽으로 가면 산막이마을이 나오고 하류쪽으로 가면 주차장이 나오는데 지난 번에는 피곤하기도 하고, 또 이 길을 잘 몰라서 그냥 배를 탔었다. 이번에는 당연히 산책로를 걸어야 한다.

  산책로변에는 시화가 전시되어 있는데 정말 옥천계 분포 지역 다운 시화가 전시되어 있다. 얇고 평평한 돌을 이용한 시화인데 이런 돌은 퇴적암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돌이다.

 

<뫼山 자 모양의 바위 역시 전형적인 퇴적암이다>

 

<얼음바람골>

 

  일반적으로 谷風과 山風의 개념으로 설명하기가 어려운 곳이 이런 곳이다. 낮에는 주로 곡풍이 불고 밤에는 주로 산풍이 분다고 단순하게 정의하면 한낮에 계곡에서 불어 내리는 이곳 얼음바람골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계곡의 위쪽 어딘가에 기온이 낮은 공기가 공급되는 곳이 있고 주변의 공기에 비해 밀도가 높기 때문에 질량이 증가하여 아래쪽으로 불어내려온다고 볼 수 있다. 석회암 지대나 화산암 지대가 아닌 일반 퇴적암 지역에서 자연동굴이 만들어지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다면 테일러스나 블록스트림 같은 지형이 위쪽에 발달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이런 지형들이 동굴처럼 내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면서 외부의 온도가 급격하게 상승할 때 시원한 바람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나무 학대(?)>

 

  앉은뱅이 약수터라는 곳이 있다. 이 약수를 먹고 걸어서 갔다는 이 물은 그 전설보다도 물이 나오는 곳이 희한하다. 아무리 봐도 이건 자연상태가 아니고 나무를 일부러 뚫은 것 같다. 그런데 나무는 멀쩡하게 살아있다. 아무리 식물이라고 하지만 희한한 것으로 웃고 넘어가기엔 조금 가슴이 아프다.

 

<퇴적암 암괴와 토봉>

 

<고인돌도 역시 퇴적암으로 만들어졌다>

 

<특산물 상가>

 

  작년에 건물만 만들어져 있었는데 이번엔 거의 대부분 매장이 입점을 했다. 갯수가 어림잡아 20여 개는 되는 것 같은데 만만치 않은 매출일 것 같다.

 

<청정 괴산의 표상 민물고기>

 

  달천은 남한강의 상류에 해당한다. 이 하천은 북쪽으로 흘러 충주에서 남한강 본류와 합류한다. 괴산군은 대부분 남한강 수계에 해당하지만 증평군과 인접한 지역에 일부 금강 수계가 분포한다. 증평군과 괴산군을 연결하는 34번 국도상의 모래재가 분수계상에 위치한 대표적인 고개이다. 원래 증평군이 분리 독립하기 전에는 금강 수계에 해당하는 지역이 상당히 넓었지만 지금은 일부 지역만 남았다.

  하천의 상류 청정지역에는 쏘가리, 메기 등 민물고기가 풍부해서 괴산에는 유명한 매운탕집이 많다. 달천과 괴산시내에서 흘러 나오는 동진천의 합류지점 바로 위쪽에 있는 매운탕집에서 배부른 점심을 먹었다.  

 

<달천 옆에 있는 매운탕집>

 

<중원대학교 정원>

 

  돌아오는 길에 중원대학교에 잠깐 들렀다. 개교한지 4년 밖에 안 된 학교라서 건물이 모두 깨끗한데 모양이 동서양을 합쳐 놓은 듯한 퓨젼 스타일이다. 원래는 박물관을 관람하러 갔는데 박물관이 정말 '博物館'이다. 주제와 무관하게 온갖 것들이 다 전시되어 있다. 화석, 모조공룡, 암석, 도자기, 종교관련 유물…

  식물원과 정원도 꾸며져 있는데 어떤 학과와 관련이 있는 것인지 아니면 일반인 관람객을 위한 것인지 헷갈린다. 휴일이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학생들은 거의 없고 일반인들이 훨씬 더 많다. 유모차를 끌고 아기들과 소풍을 온 사람도 있고 시골 노인들도 한 무리 지나간다. 게스트하우스와 피자/치킨 가게도 있고 학교 전체가 커다란 골프장이다. 느낌이 교육기관이라기 보다는 커다란 교육-리조트 복합체 같은 느낌이 든다.

 

<동-서 방향으로 발달한 절리면>

 

  식물원 앞에는 제법 규모가 큰 연못이 조성되어 있는데 그 주변의 돌들이 약간 특이하다. 크기가 매우 클 뿐만 아니라 결정적으로 절리면의 방향이 일정한 것으로 볼 때 다른 곳에서 이동시킨 것이 아닌 것 같다. 절리의 방향은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방향과는 다른 동서 방향이 두드러진다. 마침 직원 같은 사람이 지나가기에 물었더니 이 부분은 원래 천연석을 활용했다고 한다. 

 

<중원대학교>

 

<증평군 510번 지방도 주변의 평야지대>

 

<중부고속도로에서 바라본 미호천 주변 평야와 한남금북정맥>

 

  군사도시로 성장하여 한 개의 군으로 성장했지만 전국에서 유일한 1읍(邑) 군(郡)인 증평은 그 면적이 상당히 좁다. 미호천 건너편으로 보이는 산줄기는 속리산에서 갈라져 나와 청주-괴산-음성-진천으로 연결되는 한남금북정맥 본줄기이다. 이 줄기는 경기도 안성의 칠장산 삼거리에서 금북정맥과 한남정맥으로 나뉜다.